진실한 벗이 그립다

by 이상역

요즈음 벗이란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벗이란 마음이 통하여 가깝게 지내는 친구를 말한다. 글쎄다. 사람의 마음을 어디까지 들여다봐야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통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하려면 자라온 환경도 취미도 생각도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한다. 그간 학교에 다니며 친구를 사귀어도 보고, 직장에서 수많은 동료들을 만나며 살아왔지만, 마음이 통하는 벗은 만나지 못했다.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자란 형제도 마음이 서로 같지가 않은데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현대와 같은 복잡한 사회에서 마음이 통하는 벗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커다란 축복이자 행운이다. 한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마음이 통하려면 이해를 넘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도 비록 자라온 환경은 비슷하지만 인생의 가치관이나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제각각이다.


하물며 자라온 환경과 인생관이 서로 다른 사람이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고 드문 일이다. 낯선 남녀가 만나 결혼해서 몇십 년을 살아도 마음이 서로 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늘은 해가 기우는 노을을 바라보며 카페에 앉아 잔잔한 이야기를 나눌 벗이 그립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더해서 마음이라도 서로 통한다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그저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진실한 벗에 대한 갈망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해만 간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미리 예단하고 만나는 행위다.


‘누구는 그러한 사람이다.’라고 미리 단정하고 사람을 만나면 만남 자체에 별 의미가 없다. 사람은 사람일 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라는 기준과 존재 방식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한 벗이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기준을 버리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벗을 한 사람도 사귀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무엇이 나를 바쁜 시간 속으로 채찍질하며 몰아온 것일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쉬운 것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벗이 없다는 것이다. 세월의 나이를 들고 보니 고독하고 외로워질수록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진실한 벗이 그립다.


중년의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누군가와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다. 가끔 마음이 서로 잘 통한다는 부부를 종종 보게 된다. 나도 아내와 마음이 통하는 부부처럼 친구처럼 다정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상대방보다 자신의 것을 먼저 챙기고 이해해 달라는 주장이 강해서다. 부부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처럼 살아간다면 그 부부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들이다.


오늘이란 현실은 늘 시간에 쫓기고 바쁘기만 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혹여 그 사람의 시간을 방해할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벗을 사귀기가 점점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실한 벗 한 명도 제대로 사귀지를 못하고 떠돌며 사는 신세가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도대체 삶이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진실한 벗을 사귀는 것도 온갖 정성과 마음을 다하고 기다리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벗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러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지 않아 벗이 없는 것이다. 사람은 지나간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며 자주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새롭게 열 수 있고 오늘이란 현실의 자각을 깨닫게 된다.


이 세상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떠한 삶이든 그 삶에는 무임승차가 통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오롯이 겪어내고 노력을 기울인 결과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삶의 존재 방식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오늘까지 존재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삶의 복된 결과다.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듯이 아무리 사소한 결과물도 일상의 반복과 참고 인내하는 기다림과 무수한 싸움으로 얻어진다.


진실한 벗을 사귀려면 인내하고 기다리고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는 소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참된 벗을 얻기 위한 왕도나 지름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떤 삶이었든 문제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도리이다.


비록 오늘이란 현실에서 진실한 벗 한 사람 없이 살아가는 신세지만, 기차가 달려가는 철로처럼 같은 인생의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 줄 사람이나마 그립다. 그런 벗이 오늘따라 만나고 싶고 보고 싶다.

keyword
이전 11화저 높은 곳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