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나무

by 이상역

우리 집에는 고무나무가 네 그루다. 베란다에 세 그루 안방에 한 그루다. 고무나무를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네 그루가 된 것이다.


고무나무를 처음 들여놓은 것은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사를 갔을 때다. 평소 잘 아는 지인이 집들이 겸 축하한다며 고무나무 화분을 보내왔다.


그리고 나머지 세 그루는 고무나무의 성장점을 잘라 꺾꽂이해서 번식한 것이다. 고무나무는 꺾꽂이도 가능하고 나무를 구부려 땅에 묻으면 새로운 뿌리가 나와 나뭇가지를 잘라 화분에 이식해도 잘 자란다.


고무나무는 아파트 안에서도 잘 자라서 성장하는 대로 두면 천장에 닿을 정도다. 따라서 그때그때 성장점을 잘라 크지 못하게 관리해야 한다.


고무나무는 성장점을 잘라 페트병에 물을 담아 꽂아두고 한 삼주 정도면 가는 실뿌리가 나온다. 그것을 화분에 옮겨 심고 물만 주면 자란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고무나무가 두 그루 있어 한 나무의 성장점을 잘라주었다. 그것을 유리병과 페트병에 물을 넣어 꽂아두고 뿌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 삼 주 지나자 곰팡이 같은 실뿌리가 나왔다. 사무실에 고무나무 더 필요한 것 같아 키우려고 했는데 직원이 가져가 키우고 싶다고 해서 모두 가져가라고 했다.


고무나무는 성장점을 자르거나 잎의 꼭지를 따면 흰 수액이 물거품처럼 뿜어져 나온다. 고무나무 수액은 고무처럼 끈적끈적하고 손에 묻으면 오랫동안 끈끈한 액이 묻어 있어 비눗물에도 잘 씻겨지지 않는다.


성장점을 자르거나 잎 꼭지를 떼어 낼 때 수액이 샘물처럼 솟아나서 나무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허연 수액이 묻어 휴지 등을 대고 수액 분출을 막아야 한다.


고무나무는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글쎄다. 미세먼지 제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집에 네 그루가 자라서 공기청정기를 사다 거실에 놓았더니 집안에 미세먼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고무나무는 음이온이 많이 나와 공기를 맑게 해 준다는 특징 때문에 사람들에게 꽤 인기다. 고무나무 주산지는 인도다.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고무나무는 느티나무처럼 크고 우람하다.


휴일 날 사무실에 나와 지난번에 자르지 않은 고무나무의 성장점을 잘랐다. 그것을 병에 물을 담아 꽂고 집에 가져왔다. 고무나무에서 실뿌리가 나오면 화분에 옮겨 심을 생각이다.


고무나무 꺾꽂이를 하다 보니 학창 시절에 배웠던 기억이 난다. 꺾꽂이는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봄철에 해야 잘 산다. 내가 고무나무 꺾꽂이를 한 것은 이른 봄이다.


너무 이른 감은 있지만, 고무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바랄 뿐이다. 꺾꽂이한 나무를 화분에 옮겨 심고 새로운 싹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면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번에 꺾꽂이한 고무나무가 성장하면 집에는 고무나무만 다섯 그루다. 처음에는 고무나무를 꺾꽂이하고 제대로 자랄까 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화분에 옮겨 심고 뿌리를 내리며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든든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꺾꽂이한 나무가 자라면 누군가에게 선물해 줄 생각이다. 고무나무는 생명력이 강해서 가끔 물만 주고 나뭇잎을 쓰다듬어 주면 잘 자란다.


집에 있는 고무나무가 천수를 누리며 아름답게 성장하기 바란다. 고무나무가 나를 만난 것도 인연이지만, 내가 고무나무를 만난 것도 인연이다.


인연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사물과도 맺는다. 비록 나무와 맺은 인연일지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보듬고 다듬어 주는 것은 인연을 맺은 자가 해야 할 사랑이자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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