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을 열며

by 이상역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라는 자연의 묵시적 언어다. 계절의 순환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비움과 채움을 통해 때가 되면 찾아온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나타난 현상에서 겨울의 찬바람에 휘감겨 사그라졌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정당한 투자를 하지 않고 투기로 돈을 모으려 하고, 신성한 땀을 흘려 일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직업을 쫓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세태다.


참으로 기이한 세상살이가 아닐 수 없다. 작금의 사람들은 생산적인 투자나 노동을 하지 않고, 투기로 돈을 모으는 일에 생사를 건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 가격의 전망과 어떻게 하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볼까 하는 것에 온갖 신경을 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누가 얼마를 벌었네. 어디에 투자하면 몇 억을 벌 수 있다거나 옆집이나 앞집의 누군가 돈을 좀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을 두드리며 아파한다.


아파트나 토지를 사놓고 시간이 지나면 값이 상승해서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의 이상이 아니라 우리의 어두운 미래다. 우리가 언제부터 앉은자리에서 돈 버는 세상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돈과 명예는 정당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쌓은 것이라야 대우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돈만이 최고의 가치인 세상에서는 목적은 사라지고 오로지 수단만이 작용한다.


또한 그런 세상에는 냉철한 이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만이 최고이며 최선의 길로 평가받는 가치 전도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돈이 사람보다 앞서는 문화가 탄생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민족이 걸어온 유구한 반만년 역사의 잔재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동산투기가 대두되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정한 현상이 나타난다.


먼저 정부가 신도시 개발 등과 같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지역의 인근 지역 땅값이 오른다. 그에 따라 언론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가 성행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언론의 호들갑에 투기꾼이 몰리면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다. 이어서 전문가가 등장해서 유식한 지식을 동원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정부는 다시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정부나 전문가가 내놓는 대책은 전혀 먹혀들지를 않는다. 당연한 현상이다. 부동산값을 올리려는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을 정부의 대책이나 학문적인 지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민족의 태생과 국민성과 윤리성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되, 대국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매체가 떠든다고 그에 덩달아 춤을 추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의 이기심은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든다. 등산의 기본 전제가 무엇인가? 산을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진리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부동산에 대하여 좀 안다는 사람들이 저마다 내놓는 대책을 보면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세상사를 법과 제도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자본주의의 이상이지만 그 내면에는 사람의 이기심을 통제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발생한다.


부동산 문제는 값이 오르고 내리는 일에 정부나 언론이 간섭하지 말고 시장경제에 맡기면 자연적으로 해결된다. 그들끼리 값을 올리거나 내려서 투기적으로 거래하면 정부는 세금체계만 올바로 점검하여 투기로 발생한 이익은 철저하게 환수하면 그만이다.


지역적인 일을 전체로 확대하여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피해는 문제를 일으킨 원인자가 아닌 자신의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선의의 국민이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역사적 원인에서 기인한다. 즉 한반도에서 사람이 들고나는 흐름을 막은 것이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출입은 중국이나 러시아나 북한과 일본을 통해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방 후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며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렸다. 그 결과 중국이나 러시아로 출입하는 길도 끊겼고, 이웃인 북한과 일본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한반도를 들고나는 사방이 막히자 유한한 국토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지면서 부동산이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부동산투기가 사라지는 날은 통일이 되고,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과 일본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날이 되면 토지에 대한 소유욕이 줄어들면서 해결되지 않을까.


사람은 사방이 꽉 막힌 곳에 머무르면 강한 소유욕이 작용한다. 그 결과 투기의 싹도 자라는 것이다. 내 나라 주변국을 자유자재로 왕래하고 여행을 마음대로 갈 수 있을 때 토지에 대한 집착과 욕망은 줄어든다.


사람은 국토의 광활함과 이국적인 맛을 보면 소유욕이 옅어진다. 유럽과 같이 이웃 나라와 출입이 자유로운 국가에서 땅 투기란 말은 오히려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과 일본을 마음대로 출입하는 날이 오면 사람의 관심사도 땅이 아닌 넓은 세상을 동경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투기라는 단어도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토지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러한 역할이 깨지면 농지는 소유가 아니라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농지에 깃든 마음(心)도 없어진다.


농심(農心)이란 농토를 아끼고 정성을 들이는 마음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의 마음을 농심(農心)이라고 한다. 농토는 농민이 소유하고 있어야 제 역할을 하고 생산에 힘을 쓴다.


농민은 자신의 농토를 팔게 될 때 며칠간 밤을 새워 고민한다. 마치 자신의 자식을 잃은 것처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술로 몇 날 며칠을 괴로워하며 애를 태운다.


그 농토에는 자신의 인생과 가난한 시절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어서다. 이러한 심(心)이 있는데 어떻게 농토가 투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을까.


나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한탕주의와 수단 제일주의는 근대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올바로 하지 못한 잔재이자 올바른 물줄기를 잡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가 투기라는 수단으로 작용하여 국가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과 국가는 믿을 수 없고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앞서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지금도 우리는 가치관 부재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모습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 나타난 몰가치적인 가치관 현상은 국가가 올바른 역사 평가와 가치관 정립에 시금석을 다져 놓아야 해결된다.


지금 세대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후손에게 목적보다 수단과 기회를 중시하는 왜곡된 가치관이 만연하는 사회를 물려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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