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최선을 다하거라

by 이상역

<막내에게 보낸 편지>


막내야!

초등학교 6학년 때 네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일을 정리해서 기록한 표를 아빠에게 보여주었던 것 생각나니. 그 표에 기록된 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우리 가족이 겪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아련하게 떠오른다.


꽃과 초록이 사람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은 속절없이 화살처럼 빠르게만 날아간다. 네가 중학교에 입학한 지도 벌써 몇 달이 되었구나. 중학교에 입학해서 몇 달을 다녀보니 마음이 어떠니.


초등학교와 교육과 환경이 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앞으로 배움의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그 강도는 높아질 것이다. 봄날에 핀 진달래와 개나리와 벚꽃이 사라지고 이제는 영산홍과 철쭉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길가에 핀 연분홍의 철쭉꽃을 바라볼 때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니. 계절이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절을 따라 여행하며 살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니.


삶은 늘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면 삶이 바쁜 것이 아니라 삶에 예속된 생활이 바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시절 시골에서 할머니가 해주신 아침을 먹고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 아빠에게 중학교에 통학하는 일은 커다란 벽처럼 다가왔다. 학교 가는 것도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고, 수업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자란 환경을 탓하거나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주변의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다.


네가 지금 겪고 있는 현재의 과정은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자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낼 것인가는 모두 너에게 달려 있단다.


중학교는 학문의 기초를 배우고 삶에 필요한 지식을 쌓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고민도 두려움도 느끼고 때로는 좋고 나쁜 것도 만날 수가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고민도 걱정도 기쁨도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갈까. 삶에는 희로애락이 당연히 따르게 마련이다. 사람은 배울수록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지식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남보다 많이 배운 것을 자랑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배움은 남 앞에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기 위한 수행의 한 과정이다. 지금 네가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만약 그런 목적으로 배움의 길에 들어섰다면 당장 가방을 내던지고 다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 낫다. 공부는 자신의 인격 수양과 남을 배려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라.


그리고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진리와 원리를 깨닫는 희열을 맛보기 바란다. 참고서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표시해 놓은 답을 외우는 것보다 왜 그것이 답인가에 대한 원칙을 탐구하고 원리를 발견하는 자세로 공부해야 한다.


요즈음 기말고사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빠는 네가 공부하는 모습만 바라봐도 안쓰럽기만 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빠는 네가 아름다운 숙녀로 자라는 것만 바라보아도 행복하단다.


너무 시험에만 매달리지 말고 틈나는 대로 시나 소설도 읽으며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 바란다. 사람의 마음은 공짜로 채울 수 있는 그릇이 아니란다. 아름다운 글과 음악과 영화를 보고 들어서 채워야 한단다.


마음이란 그릇에 따뜻한 영혼을 깃들이게 하는 것은 누구일까?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이 스스로 몸에 아름다움을 채워 넣어야 그것이 넘쳐 향기 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옛사람이 말한 ‘文字香 書卷氣’란 뜻을 알고 있니. 책을 읽은 맑은 기운으로 문자를 써야 글자에서 향기가 난다는 뜻이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어야 맑은 향기가 마음에서 솟아날까.


아빠가 원하는 것은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마음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학교 시험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마음이란 그릇에 아름다움을 부지런히 채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삶을 바쁘게 사는 것보다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여유롭게 사는 마음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봄이 왔는데도 봄을 감상하지 못하면 아름다움이 자리할 수 없다. 항상 여유롭고 풍성한 마음으로 너의 길을 갔으면 한다.


그리고 엄마한테 잘해 드려라. 엄마와 대화할 때 너의 감정을 가볍게 드러내는 사람이 되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드러내는 것은 배우지 못한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엄마가 가끔은 짜증 나게 말할 때도 있겠지만 즉흥적인 대답을 하거나 생각 없이 대답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말을 하던 한번 생각하고 나서 대답하는 마음으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기 바란다.


가끔 엄마와 네가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 주제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이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느낌이 든다. 대화는 해답이나 대안을 찾기 위해 나누는 것이지 논쟁이나 다툼을 위해 하는 것은 아니란다.


엄마와 네가 나누는 대화에 아빠가 끼어들어 말리고 싶지만 참고 있다. 그 대화에 내가 끼어들면 방향이 새롭게 틀어지거나 더 큰 대립의 벽이 생겨서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나누어야지 언쟁하는 기분으로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준단다. 앞으로 누구와 대화를 나누던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 신경 쓰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배우는 지혜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아무쪼록 틈틈이 아름다운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멋진 숙녀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이만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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