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높고 푸르게

by 이상역

<큰딸에게 보낸 편지>


큰딸아!


모든 생명이 용솟음치는 계절이다. 목석같던 나뭇가지에 소망의 꽃을 피우는 희망의 봄이다. 봄이 전해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우리 가슴에 희망과 아름다움이란 위대함이 아닐까.


자연은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아름답게 전해주는데, 반대로 사람이 자연에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렇게 아름다운 봄에 너는 계절의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공부 생각만으로 꽉 차 있겠지.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며 자연이 전해주는 아름다움과 꽃이 전해주는 화사함을 느끼며 학창 시절을 보내거라.

지금 마주한 배움의 길은 평생토록 추구해야 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라.


진리는 한 시기만을 두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소멸될 때까지 추구해야만 한다. 지금 배우는 중 3의 과정은 어찌 보면 찰나의 순간에 불과할 것이다.


네가 겪는 시간이 때로는 고통스럽게 다가오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극복해야 한다. 그런 시간은 나중에 아름다운 과정으로 승화된단다.


지금 배우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아빠가 전해주고 싶은 말은 열정과 사랑과 뜨거움을 네 앞에 마주한 배움에 아낌없이 쏟아부으라는 것이다.


그것도 배움을 위해 오롯이 너의 마음을 집중해서 전진하면 인생이 얼마나 따뜻해질까. 진리에 도전하는 삶이 어렵고 힘든 길일까.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에 모든 힘을 기울이면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사람은 주변의 것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이 되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두려움 없이 수용하게 된단다.


그런 상태가 되면 잔소리도 콧노래로 들리고 공부 자체도 잊게 된다. 이런 상태를 한자어로 일체유심조라 한다. 일체유심조란 사람이 하는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의미다.


주변의 것을 내 가슴에 포용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단다. 기왕지사 배움이란 진리를 추구하는 길을 나섰다면 망설이지 말고 진리를 찾아 나서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세상은 용기 있는 사람만이 남보다 앞서갈 수 있단다.


아빠는 너와 같은 시절에 학교에 어떻게 다녔는지 아니.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보충수업이나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너는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거나 남들처럼 학원에 가지 못해 공부할 수 없다고 말하는 친구를 이 있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그런 친구들은 시간을 줘도 학원에 보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추구하는 길에는 핑계라는 무덤도 필요 없고 왕도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배움의 길은 달나라를 여행하는 우주선처럼 빠른 속도가 필요 없다. 오로지 자신 앞에 다가오는 시간과 몸부림치며 싸운 결과가 그에 대한 답으로 나온단다.


따뜻한 봄에 노란 산수유나 개나리, 하얀 목련과 분홍의 진달래꽃이 피어나는 의미를 알고 있니. 겨울의 찬바람과 고통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여 결실을 이루어 낸 결과가 꽃이란다.


인생은 찬바람과 고통이란 긴 터널을 겪고 나서야 더 아름답게 성장한다. 지금 네가 겪는 배움의 과정도 찬 바람이 부는 그런 계절이 아닐까.


네가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꽃은 무슨 색깔일까? 흰색, 파란색, 분홍색, 노란색, 진빨강 등 어떤 색깔이 가장 잘 어울릴까. 결과는 인생이란 찬바람을 어떻게 이겨내고 고통을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너도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차이가 무엇일까?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외관상 차이도 나고 주변에서 바라보는 눈의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 앞에 펼쳐진 삶이 더 넓고 깊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단계별로 배우는 과정은 시간으로 보면 연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다른 과정이다.


삶이 시간을 따라 성장해 가듯이 배움도 하나하나 쌓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지금 하는 공부와 행동거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너의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불편을 끼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의 시간과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인생은 나중에 후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 너는 네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런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네가 가고자 하는 길과 하고 싶은 바를 추구하며 생활하기 바란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 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릴케, ‘가을날’)

아빠가 이 시를 배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해 준다. 사람은 아름다운 시나 영화나 그림에 매료되는 감성의 소유자다.


학창 시절에 아름다운 것을 많이 읽고 보고 듣고 직접 써 보거라.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멋진 시 몇 편은 머릿속에 외워두거라. 멋진 풍경을 만나 아름다운 시를 읊을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이 세상은 내 마음을 어떻게 열어 가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주변 사람이 아름답게 보일 때 자신도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봄이 와도 계절의 봄이 보이지 않듯이 인생이란 시간도 우리 앞에 흘러가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너와 아빠가 살아가는 시간도 어쩌면 영원히 우리 사이를 가르며 돌아오지 않는 깊은 곳으로 흘러가는지도 모른다.


따뜻한 봄날에 네가 추구하는 꿈과 이상과 희망이 꽃과 함께 활짝 피어나서 만개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요즈음은 하루가 소중하고, 지나가는 한 시간이 아쉽고, 아름다운 시가 그립기만 하다.


네가 선택해서 가는 길이 정녕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라면 무소의 뿔처럼 묵묵하게 전진하거라. 그리고 바람에 걸리지 않는 그물처럼 무서움을 모르는 사자처럼 앞을 향해 매섭게 돌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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