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의 불협화음

by 이상역

본격적인 여름철에 들어서자 밤과 낮을 구분해서 밤이면 번갯불에 천둥까지 쳐가며 소나기를 퍼붓듯이 쏟아지고 이튿날 아침이면 언제 소나기를 내렸느냐는 듯이 하늘이 얼굴색을 바꾸고 햇빛을 드러낸다.


그로 인해 직장에 출근해서 근무하면 지난밤에 잠을 설친 탓에 몸에 피로도만 높아간다. 그렇다고 하늘에 대고 밤에는 제발 소나기를 내리지 말아 달라고 사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TV의 일기예보는 맞지 않아도 밤에 비가 내리고 낮에 햇빛이 내리쬐는 밤과 낮은 예보는 틀림이 없다. 여름이라 날은 점점 무더워만 가고 마음은 더위에 지쳐 시들시들해지는 날들이다.


이런 날이면 들녘의 원두막에 앉아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나 바라보고 싶고,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가며 수박이나 먹으며 쉬고 싶다.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직장까지 출근하는 거리가 멀지 않아 차는 집에 두고 걸어서 출퇴근한다. 아침에 만보를 걷던 버릇이 있어 만보를 채우기 위해 출근 전에 공원에 나가 간단한 산책과 체조와 몸풀기를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는 공원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그 공원 한가운데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아침에 아파트 단지를 빙 돌아 은행나무 옆에 가서 아침마다 체조를 한다.


세종도 시골인지라 매일 아침마다 공원을 걷는 사람은 일정하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나 가끔 중년의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나와 운동한다. 그분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공원을 빙빙 돌면서 걷는다.


삶은 주어진 길만 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내게 어떤 길을 가라고 주어진 길은 없지만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가는 것이 가야 할 길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내일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 날씨의 변덕처럼 밤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낮에는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것도 따지고 보면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다. 사람의 삶도 그와 더불어 가고 나도 그와 더불어 날씨와 시간을 따라가는 것뿐이다.


오늘이란 현재를 살아가는 삶이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세상의 누군가가 나를 조정하는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조정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신비스러울 따름이다.


오늘도 직장의 의자에 앉아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해 본다. 날씨는 그렇다 해도 직장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위해 하루를 견뎌냈을까.


날씨가 점점 무더워만 가는 계절에 삶의 무게도 점점 무더워만 간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것도 아니고 과거를 바라보며 오늘을 감내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주어진 오늘이란 현실을 감내하기 위해 순간순간을 버티고 견뎌내는 것이다. 오늘이란 시간이 모여 과거란 흔적이 쌓이고 미래라는 언덕이 생길 뿐이다.


이번 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밤과 낮이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서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즐겁게 화해하는 날이 많았으면 한다. 그런 날이 많아야 세상을 살아가는 맛도 나지 않을까.


무더운 여름이 나를 계절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여름에 이끌려 가기 싫다고 몸부리 치며 허덕이는 계절이다. 여름의 무더위와 싸워 이겨내려면 무더위 속으로 들어가서 치고받고 싸워야 무언가 하나라도 건져낼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아침에 출근해도 몸에 땀이 나고 퇴근해서 집에 와도 몸에 땀으로 얼룩지는 나날이다. 하루를 땀으로 시작해서 띰으로 끝내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세월이란 초침은 고장도 없이 무심한 듯 구름을 따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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