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반가운 일과 반갑지 않은 일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나마 반갑지 않은 일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자리로 인사를 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누군가에게 소송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직장에서 업무적인 일로 행정규칙을 제정하여 고시했는데 그 고시에 대하여 업무 위탁을 준 협회에서 경과규정이 잘못되었다며 고시의 경과규정 부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개인적인 일이 아닌 공적인 일이기 때문에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것은 그리 반갑지 않은 일이다.
소송이란 원고와 피고로 나누어 법원에서 행위에 대하여 증거를 통한 다툼이다.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백한 증거자료 수집이다. 소송은 증거자료에 근거해서 당사자간 시시비비를 가리는 행위다.
그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업무와 관련한 소송을 몇 번 다룬 적이 있다. 처음 소송을 다룬 것은 국토관리청 보상과에 근무하면서 국도 확포장 공사에 편입된 산소를 보상해 주었음에도 이전해 가지 않아 국토관리청에서 법원에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에서 천안에 소재한 법원을 오고 가면서 소송업무를 처리하다 다른 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마무리는 다른 사람이 처리해서 소송에 대한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건설교통부 본부에 근무하면서 건축과에 근무할 당시 건축사자격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다 자격취소 처분에 대하여 상대방이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여러 건의 소송을 다루었다.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난처한 상황은 건축사취소 처분을 한 상대방을 법원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자격취소 처분을 해 놓고 그것에 대하여 상대방과 법원에서 다툼을 벌이는 것은 말이 소송이지 좀 황당하고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자격취소 처분 전에 먼저 상대방을 불러 청문을 실시하고 증거자료와 청문 결과를 토대로 자격 취소 처분을 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직장의 윗선이나 다른 기관에서 일종의 압력도 많이 들어왔다.
대부분 사람들은 건축사 자격취소 처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어온다. 건축사자격 대여행위에 대하여 건교부가 조사하여 처분한 것이라면 취소여부에 대한 재량행위를 통해 고려해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은 경찰서에서 자격대여를 조사하고 검찰에서 기소하여 법원에서 자격대여 혐의로 벌금까지 받은 생태라 자격취소 처분에 재량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건축사 자격취소를 당한 건축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아는 사람을 동원하여 부탁해 온다. 소송은 자격취소 행정행위 과정에서 일어난 행위에 대한 다툼이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고 다투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재판은 법원에서 열리지만 당해사건과 관련한 것은 서너 달에 한 번씩 진행된다. 그리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쟁점이 나오거나 반전을 꾀할만한 증거자료가 나오면 재판은 다음 회로 연기된다.
소송은 상대방에게 반론 기회와 증거자료를 보완해 가면서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성질 급한 사람은 도중에 포기하고 만다. 따라서 소송은 먹고사는 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먹고사는 일에 목숨이 달린 사람은 재판에 불참하거나 증거자료를 찾을 시간이 없어 패하고 만다.
따라서 소송이 제기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자료와 판례나 참고할 자료를 열심히 찾아 상대방과 논리적인 싸움을 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이 소송을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인생이 걸린 소송이라면 다른 것 모두 접고 대응하지만 현실은 먹고 살아가는 일에 매달려 시간도 부족해서 소송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소송이란 자신의 권리를 찾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의 마음을 피폐하게도 한다. 소송을 통해 권리를 회복하거나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한 원상복구나 피해보상을 위해 제기하는 것이 소송인데 권리 회복이나 원상복구나 피해보상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각종 행동양식이 드러난다.
이번에 협회에서 제기한 소송은 협회가 행정규칙을 고시한 것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상대방은 다름 아닌 직장에서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당사자다.
소송은 사람과의 관계를 애매하게 엮기도 하고 매듭짓게도 한다.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면 그동안 함께 만나 일하던 사람을 마주 보고 다툼을 벌어야만 한다.
따라서 소송도 어느 정도 낯이 두꺼워야 한다. 변호사들이 낯이 두꺼운 사람인지는 몰라도 함께 일을 하던 사람과 법원에서 만나 사실의 진위나 행위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다툼을 하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그런 일과 만남을 피하기 위해 직장에서 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소송을 맡겼다.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게임을 통해 먹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변호사는 상대방이 누구든 의뢰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변호하고 소송을 진행한다.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계약할 당시 절반을 지급하고 나중에 승소하면 나머지 절반을 지급한다. 변호사는 어떤 사건을 맡든 소송에서 승소해야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많아진다.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은 맡은 업무가 있어 소송 하나만을 맡아 처리할 수가 없다. 기존에 맡은 업무에 소송의 상대방이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시하거나 준비서면을 제출하면 즉시 대응해야 하는데 소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진행하는 소송에 참여해 본 적이 별로 없어 서툴다.
소송은 상대방의 증거자료 제출에 대응하고 재판에서 판사가 물어보거나 지시하는 사항을 보완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그때그때 대응해야 한다. 소송을 전담하는 직원이면 몰라도 자신이 맡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부가적으로 소송을 맡아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물론 행정규칙 개정은 당위성을 갖고 추진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니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불공평하거나 공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나타날 수 있다.
어쨌든 소송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위탁업무를 협회에 맡긴 것에 대하여 재고하고 소송을 통해 상대방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볼 생각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피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직장에서 위탁업무 개선은 협회와 협의를 거쳐 추진한 것인데 협회가 그에 대한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니 이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자신이 추진했던 업무를 새로운 관점에서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또한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끌어다 붙이거나 주장하는 행위를 바라보아야 한다.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는 교훈은 일종의 배신감과 허탈감이다.
업무를 추진할 당시에는 협회가 잘 협조해서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해지자 소송을 제기해서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것과 같은 꼴이 되었다.
소송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 그것으로 이득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론적으로 소송은 원고 피고 모두가 상처를 받는 행위고 그에 대한 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져야 한다.
이 세상에 어느 누가 자신에게 소송을 제기한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더불어 어느 누가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일이나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기려고 할까.
마음이 아무리 넓고 배려심 깊은 사람일지라도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소송은 상대방이 수탁받은 업무에 대하여 끝까지 아니면 취소할 때까지 놓지 않겠다는 의미이자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소송을 통해 상대방에게 위탁업무를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상급심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와 대비를 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