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을 나서자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엊그제 가을이 온 것 같더니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천변에 들어서자 나처럼 걸어가는 사람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천변 주변에 높이 솟은 아파트는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시냇가에는 오리가족이 아침부터 먹이를 찾아 '꽥꽥'거리며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제방에 선 나뭇가지에는 나뭇잎을 떨군 가지와 반쯤 달거나 나뭇잎을 고스란히 달고 있는 모습이 풍경처럼 들어운다. 가을날에 천변을 걸어가면 생명의 싱싱함과 존재의 푸르름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은 풍성함과 고독을 동시에 느낀다. 가을날 천변을 터벅터벅 걸어가면 어느 여가수가 부른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노래가 절로 생각난다.
나이 들고 보니 노래도 큰 소리로 부르는 것보다 잔잔한 시냇물처럼 말랑말랑하게 굴러가는 포크송 노래가 더 익숙하고 친해졌다.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하루가
코스모스 바람을 친구라고 부르네
가을은 참 예쁘다 파란 하늘이
너도 나도 하늘의 구름같이 흐르네
조각조각 흰구름도 나를
반가워 새하얀 미소 짓고
그 소식 전해 줄 한가로운
그대 얼굴은 해바라기
나는 가을이 좋다 낙엽 밟으니
사랑하는 사람들 단풍 같이 물들어 ('가을은 참 예쁘다', 박강수 작사/작곡/노래)
박강수라는 가수는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가 살다가 다시 고향에 내려가서 노래 부르며 산다. 고향에 내려가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전국의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가수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살아간다지만 나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니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가을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사람은 자기만의 아우라와 세계관을 갖고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박강수는 다른 악기와 음악 장르는 제쳐두고 오롯이 통기타 하나로 포크송만 부르며 살아간다. 가을이 여물어 가자 여기저기 행사장에서 가을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에 대중가요도 많은데 유독 가을 노래를 찾는 사람이 있나 보다. 나도 가을노래는 부르지 못하지만 가을과 관련한 글이나 한편 멋지게 써서 살아가는 방편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글도 자기만의 글세계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다. 에세이를 쓰면서 소설을 쓸 수 없듯이 소설을 쓰면서 시를 쓸 수도 없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기만의 고집이자 고독이다.
가을이 좋은 것은 멀지 않아 짊어진 짐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나뭇잎을 많이 달려 있어도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비워야 한다. 나무가 아무리 욕심을 부려 소유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을을 풍성하게 살았다면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서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자연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해서 살아간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듯이 나란 존재가 사라지면 다음 세대가 오는 것은 자연의 질서다. 가을날에 천변을 걸어가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고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가을이 좋다.
천변을 걷다 제방으로 올라서자 보도에 떨어진 낙엽이 발길에 차여 이리저리 뒹군다. 발끝에 낙엽이 채일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가을날이 서걱서걱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가을과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올 가을에는 멋지고 아름다운 글이나 한편 써보고 싶다. 글을 쓰는 것이 가을을 노래하는 가수나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