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by 이상역

사람의 몸은 나이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 약해지고 예민해진다. 몸에 알레르기가 사십 대 후반부터 증세가 나타나 고생하는데 최근에는 연례행사가 되어 간다.


알레르기 증세가 피부에 나타나면 집요할 정도로 가렵고 사람을 괴롭힌다.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날 때마다 병원에 갈 수 없어 그냥 무던하게 지내지만 궂은날이나 술이라도 마신 날은 가려움이 더하다.


평촌에서 살던 시절 알레르기 증세로 범계역 근처 한방병원을 찾아갔더니 한의사가 맥을 짚어보고는 혈액형을 물어보고 피부 치료와 상관없는 성격과 특성을 한참 동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알레르기 증세를 살펴보더니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불필요한 노폐물이 방출되지 않아 알레르기로 나타난 것이라며 필요한 한약을 처방해 주었다.


한약을 집에 가져와 아침저녁으로 먹었지만 피부의 알레르기 증세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다 총리실 파견근무를 나가 경복궁역 근처 피부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으니 의사가 건성 습진이라며 주사 맞고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며 처방전을 써주었다.


피부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었더니 알레르기 증세가 가라앉았다. 피부 알레르기는 약을 먹어서 낫는 것이 아니라 계절마다 때가 되면 피부의 다른 곳에 나타나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피부에 발생하는 알레르기도 초기에는 겨울에만 나타나더니 시간이 갈수록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그간 여름에는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더니 몇 해 전부터 여름에도 나타나 피부를 괴롭히고 있다.


여름에는 몸에 땀이 나면서 피부가 가려워 한번 손대면 자주 긁게 된다. 결국에 가려움이 심해져서 손으로 긁다 보면 피까지 난다. 그런데 피부는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움이 가라앉기는커녕 성질을 부리면서 짜증을 폭발시킨다.


알레르기에 대한 의사의 처방은 뻔하다. 피부가 가려워도 긁지 말고 술도 마시지 말고 그냥 버텨야 한다고 한다. 알레르기가 나타나면 가려운 증세를 잊기 위해 일에 집중하면 가려움에서 벗어난다.


그러다 무심코 가려운 곳에 손을 대면 끝없이 손이 가게 되면서 사람의 마음을 뒤집어 놓는다. 내 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는 몸의 한 곳에서 발생하지 않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나타나고 한번 증세가 발생하면 둥그런 원을 그리며 넓게 펴져 간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몸의 노출된 곳에는 가려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피부가 드러난 곳이 가려우면 피부과를 찾아가 처방받아 약을 먹고 가려움을 줄이겠지만 노출되지 않은 곳이 가려우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의 치료법이다.


알레르기와 몸이 맞대결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서로 대립하는 것이 해결 아닌 해결책이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방법이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알레르기에 대응하고 버티며 지내왔다.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해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버티면서 이겨내려는 것이다. 그래서 피부가 엉망이 되어 간다. 알레르기가 발생한 지점의 피부는 손으로 긁으면 처음에는 붉은 점과 함께 피부가 벌개 지다가 차츰차츰 거무스름한 색으로 변한다.


그러다 알레르기 증세가 가라앉으면 새로운 살이 돋아나면서 피부는 두툼해지다 제 피부색으로 돌아온다. 지금도 왼쪽 어깻죽지에 알레르기 증세로 고생하고 있는데 글을 쓰는 것에 마음을 집중하다 보니 가려움도 잠시 잊어버렸다.


몸에 발생한 알레르기는 낮에는 덜한데 퇴근해서 집에 도착해 옷을 막 갈아입을 때부터 가려움이 극에 달한다. 특히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거나 습하거나 하늘에 구름이 끼면 기승을 부린다.


어쩌다 보니 피부의 알레르기 증세에 대한 고민을 글로 쓰게 되었다. 남들에게 좋은 치료법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려우면 손으로 긁거나 버티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을 두고 요란하게 글까지 써가면서 말을 꺼냈다.


피부의 알레르기는 정말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로 마음을 심각하게 괴롭힌다. 그렇다고 알레르기를 단칼에 없애지도 못한다. 알레르기는 피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타난다.


그런 특성을 잘 알면서도 알레르기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나 좋은 약을 소개해줄 수 없어 미안할 뿐이다. 사십 대 후반부터 피부의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알레르기로 몸과 마음이 괴롭다.


불행은 혼자 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온다는 속담처럼 알레르기도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타나 고민이다. 피부에서 알레르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언제일까.


그간 피부 알레르기는 남의 문제로만 알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어느덧 내게도 알레르기는 몸에 익숙하고 부딪치고 넘어야 할 대상이 되었다.


내 몸에서 가려운 알레르기 증세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바라고 피부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도 그저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펜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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