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이란 병이나 몸을 다쳐 앓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병세를 알아보고 위로하는 것이다. 병원에 환자를 만나러 갈 때는 그 사람의 몸 상태와 면회가 가능한지 그리고 면회 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가야 한다.
병문안은 일종의 환자의 안부를 묻는 대화 채널이다. 사람은 몸이 약할 때 정신과 마음이 약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따라서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도 병문안 가서 만나 대화를 나누면 관계가 가까워지는 계기도 된다.
그리고 병원에 환자를 만나러 갈 때는 환자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피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세세하게 알아보고 가야 한다. 어제는 여동생들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큰형 병문안을 다녀왔다.
전철역인 혜화역에서 내려 대학병원을 찾아가는 길은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가을이 성큼 들어선 느낌이었다. 거리 곳곳은 태풍과 코로나로 인해 한산하고 썰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대병원은 몇 번 가 본 적이 있다. 아내의 눈 수술과 조카의 백혈병 치료 등 누군가를 보호하거나 위로하기 위해 찾아간 적이 있다. 혜화역에서 역사를 빠져나가자 바로 아래 여동생이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동생과 대학병원 정문에서 형 보호자인 조카를 만났다. 조카에게 병원 출입에 따른 QR코드를 핸드폰에 깔고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막내 여동생이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막내 여동생이 도착해서 넷이서 병원을 향해 걸어갔다. 본관 병원 입구에 도착해서 조카를 보내고 셋이서 병원 출입에 필요한 절차와 수속을 마치고 형이 입원한 10층으로 올라갔다.
병원은 코로나로 보호자만 면회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10층 휴게실에 앉아 조카에게 받은 보호자용 목걸이를 목에 걸고 형이 입원한 병실을 찾아갔다.
형이 입원한 뇌졸중집중관리실에 들어서자 병실 입구마다 입원한 사람의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이름 끝 자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비표로 처리했다.
첫 번째 병실을 지나 두 번째 병실을 지나가려는데 이상*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어 들어갔더니 형은 없었다. 병실을 나와 세 번째 병실 입구에도 이상*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어 들어갔더니 형이 가운데 누워있었다.
형은 방금 전 혈관 시술을 마치고 와서 오후 3시까지는 몸을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한다. 형 옆에 앉아 형에게 말을 들어보니 뇌혈관이 다 막히지는 않고 10%가 남은 상태란다.
혈관 시술은 이번에 절반만 하고 나머지는 다음 주에 한다고 한다.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진행된다. 그 상태로 가기 전에 발견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의사와 전공의가 파업으로 수술이 많지 않아 병원의 병실이 텅텅 빈 상태에서 입원하기도 수월했단다. 마침 조카가 병원 근처에 살고 있어 하루에 세 번씩 형을 돌보고 있어 위안이 되었다.
큰 형 면회를 마치고 휴게실로 돌아와 여동생들과 교대로 면회했다. 마지막으로 막내 여동생이 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형과 헤어지려는데 오빠가 눈물을 보이더란다.
형은 병원에서 일주일을 누워있었으니 고독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그간 형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 여동생들과 면회를 마치고 조카네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다.
조카네 식당은 서울대병원 소아병동 건물 바로 뒤편에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쉬웠다. 조카네 식당에서 여동생들과 점심을 먹고 나와 헤어지려는데 막내 여동생이 다른 일을 보려면 이르다며 차나 마시고 가잔다.
여동생들과 병원 반대편 도로로 건너가자 맥줏집이 있어 맥주나 한잔 마시자며 그곳으로 들어갔다. 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여동생들과 대학 시절과 자녀 이야기를 나누며 두 시간을 보냈다.
그간 여동생들과도 참 많은 것을 나누면서 살아온 것 같다. 내가 오빠지만 여동생들에게 해준 것도 별로 없다. 여동생들도 청주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서로 말은 안 했지만 힘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 바로 아래 여동생은 네 명이나 되는 가족의 먹거리를 해결하느냐 학업에 신경 쓰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서로가 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면 끝이 없지만 그래도 다들 결혼해서 자식들 출가시키고 서울에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큰형 병문안과 여동생들과 지난 시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를 보람되게 보낸 것 같다. 서울이란 하늘 아래에서 함께 살아간다지만, 여동생들을 만나는 것도 힘들고 병문안 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절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찾아가서 면회하고 나오면 마음이 후련하다. 입원한 사람의 병이 다 나아서가 아니라 아픈 사람을 만나 위로해 주고 따뜻한 말을 전해주어서다.
그동안 가까운 사람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면회 갔던 기억이 어슴푸레하게 떠오른다. 병문안은 아픈 사람을 위로해 주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지만 반대로 그 위로를 통해 자신도 위로받는 관계의 만남이란 생각이 든다.
인생살이에서 아프지 않은 것이 제일이지만 몸에 고장이 나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위로와 만남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