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 내 사랑

by 이상역

충남 태안의 만리포를 가족과 연휴를 이용해서 다녀왔다. 태안 만리포 하면 먼저 해수욕장과 그다음은 ‘만리포 내 사랑’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들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으로 시작하는 반야월 작곡 박경원이 부른 노래다.


태안 만리포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평촌에서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조남 분기점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갈아탔다.


차가 서해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길을 달리는 맛과 멋이 밋밋하다. 예전처럼 계곡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에 비해 고속도로는 정감이 덜 간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의 시원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의 기다란 행렬. 이제는 익숙한 광경이 되었다.


차를 운전하며 산이나 들녘을 바라보는 것보다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운전하는 것이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앞 차의 꽁무니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경기도와 충청남도를 경계 짓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어서 바다 위를 가로지른 서해대교를 구름을 뚫고 넘어가자 충남 당진이다.


그렇게 서해대교를 지나가는데 ‘살고 싶은 곳 서산’이란 큼지막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서산이나 태안은 국도나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천안에서 국도를 타고 빙 돌아가야 해서 하루에 갔다 올 수 없는 먼 길이었다.


지금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산이나 태안도 몇 시간에 가고 오는 가까운 거리가 되었다.


서산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갔다. 서산 시내를 지나 태안의 바다 끝자락까지 차를 몰아 가자 만리포다.


해안선과 모래사장이 반원형으로 넓게 펼쳐진 모습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탁 트인 해수욕장 입구에는 ‘만리포 내 사랑’이란 노래비를 세워 놓았다.


가족과 해수욕장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푸른 꿈을 안고 서울에서 희망을 찾아 내려온 선머슴처럼 느껴졌다.


해안에는 젊은이들이 서성이고, 바다에서는 비릿한 생선 냄새가 바람에 실려오는 것을 느끼며 가족을 데리고 숙소를 찾기 위해 등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해수욕장이 자리한 곳에는 삶의 물살이 젊어진다. 모래톱, 파도, 등대, 젊음 등 낭만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자 갑자기 이십 대 청춘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산은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사람을 맞이한다면 바다는 파도의 역동적인 힘찬 모습으로 사람을 맞이해 준다. 그러한 힘이 사람의 가슴에 전달되어 젊어지게 하는 것 같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비릿한 냄새가 인정을 느끼게 하고, 바다를 떠가는 연락선은 옛 소식을 한 아름 안고 오는 것 같다.


만리포해수욕장은 모래밭이 만 리에 뻗친 듯이 둥그렇게 반원을 그리며 드넓게 펼쳐졌다. 해변에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자 산속에 둥지를 튼 숙소가 눈에 들어왔다.


가족과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어놓고 아이들과 바닷가로 나왔다. 바닷가에 가면 아이나 어른이나 마음이 같아진다. 바닷가로 나가자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달려 나와 바닷물과 놀이를 한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톱을 밟으며 바닷물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밀물에 밀려 해변으로 돌아오는 깡충깡충 놀이를 반복해서 즐겼다.


나는 바닷가에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바다만 보면 푸른 물에 마음이 홀딱 빠져든다. 해안가 주변의 야트막한 언덕에서는 ‘동행’, ‘바위섬’, ‘해변으로 가요’ 등 푸르고 젊은 낭만의 노래가 너울거리며 들려온다.


해수욕장에서는 제트스키로 잔재주를 부려가며 타는 젊은이의 힘찬 엔진 소리가 귓전에 울려온다.


가족이 해변에 옹기종기 모여 조개를 줍고, 젊은이들은 맥주를 마셔가며 족구를 즐기고, 젊은 연인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는 사랑의 온기가 넘쳐난다.


서울을 떠나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수려함이 보이듯이 몸을 기댄 육지를 벗어나야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스럽다. 하늘에 올라가면 땅이 그립고, 망망한 바다에 나가면 육지가 다시 그립다.


사람은 땅에 기대고 살아가야 할 운명인가 보다.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은 한없이 넓고 푸른 바다의 수평선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게 한없이 넓은 바다를 향해 마음이 질주해 가면 다시 육지로 돌아오라는 중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하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의 거친 숨결과 놀이도 즐기고, 아이들과 조개도 줍고, 해안가를 따라 모래사장도 거닐었다.


아이들이 쌓는 모래성을 바라보며 푸른 미래의 꿈도 설계하고, 해수욕장 입구에 선 ‘만리포 내 사랑’이란 노래비를 다시 찾아가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도 불렀다.


가족과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보낸 1박 2일이 짧기만 하다. 휴가를 끝내고 만리포해수욕장을 떠나려니 마음이 섭섭하다.


가족과 휴가를 마치고 태안 만리포로 내려올 때의 반대 방향을 향해 차를 몰아가는 중이다. 빈한한 가슴에 태안의 만리포에서 느낀 바다의 낭만과 사랑의 감정을 진득하게 채웠다.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아이들은 푸른 내일의 꿈이 벅차서 그런지 차 안에서 잠만 잔다. 내 인생에서 가족과 함께 만리포해수욕장을 다시 찾아오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인생의 긴 여정에서 가족과 함께 만리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베풀어준 모든 것들에 축복과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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