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를 향해

by 이상역

여행은 일상의 삶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조미료다. 어떤 여행이든 여행을 간다는 말만 들어도 기대와 호기심이 들어찬다.


유년 시절 앞산만을 오롯이 바라보며 산 너머 낯선 세상을 동경하며 꿈을 키웠다. 그러다 앞산 너머 낯선 세상에 나와 살다 보니 이제는 저 멀리 바다 건너 신천지를 찾아가고 싶은 꿈이 싹텄다.


그런 나의 오랜 꿈을 누군가가 알기라도 한 듯 신천지를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매년 대한건축사협회와 서울경제신문사가 공동 주관하여 ‘한국건축문화대상’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부문별로 선정하여 건축사와 시공사 및 건축주에게 자랑스러운 상을 수여한다.


그리고 시상식이 끝나면 수상자와 후원한 기관과 단체의 사람들이 모여 외국의 선진 건축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을 떠난다.


금년에는 뉴질랜드와 호주로 9박 10일간 선진 건축문화를 체험하는 여정이다. 그 체험에 건축의 문외한인 내가 수상자와 합류하여 떠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생애 처음 우리나라를 벗어나 낯선 신천지 땅을 밟아보는 설렘의 여행이다. 한국을 벗어나 외국에 간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모처럼 기회를 알차게 보내려고 나름 준비를 했다.


보들레르는 여행의 목적을 ‘떠남에 있다.’라고 말했다. 그 떠남에 큰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고 여행을 끝낸 후 삶을 완성한 사람도 있다.


독일의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일 년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괴테는 삶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조선 시대 박지원은 청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것을 열하일기에 기록하여 유교 사상에 실용주의란 사상적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괴테나 연암 박지원처럼 사상이나 아니면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그런 것은 얻지 못할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교통 통신이 발달되지 않아 발로 걸어야만 이국적인 대상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시대에는 몸으로 체험하는 자체가 아주 높은 의미와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오늘날은 교통 통신이 발달해서 해외여행을 가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뉴질랜드와 호주를 돌며 내가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것을 비교하고 확인하며 그저 곁에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괴테나 연암 박지원처럼 일 년이나 아니면 몇 달에 걸친 여행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직접 체험하고 부딪칠 수 없어 보고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여행 기간에 비행기나 버스에 앉아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통해 느낀 생각과 감정을 틈틈이 비망록에 기록해 두려고 한다.


그간 집과 직장만을 오가던 사람이 열흘간 국내를 떠나 낯선 땅을 여행하는 고달픈 여정에 들어서야 한다. 내가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집안과 국내에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쪼록 해외여행을 통해 견문도 넓어지고 삶도 보다 성숙해져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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