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섬의 오클랜드

by 이상역

비행기가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 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공항을 한 바퀴 선회했다. 공항에 착륙하기 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북섬의 오클랜드 해안가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오밀조밀한 집들이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게 들어왔다.


오클랜드 공항은 인천공항보다 웅장하지 않고 초라한 규모다. 일행과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와 동식물 검역과 세관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시계가 13:20분을 가리켰다.


공항을 나오며 올려다본 뉴질랜드 하늘은 구름이 껴서 흐리고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일행을 태우고 갈 버스는 이미 공항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을 나온 일행들이 하나둘씩 버스에 앉아 기다리는데 한 사람의 입국 심사가 늦어져 버스에서 오랫동안 그를 기다렸다.


뉴질랜드는 낙농업 국가로 농산물과 관련한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 풀 한 포기 나무 씨앗 하나 마음대로 입국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심사가 이루어진다.


일행 중에 행사를 후원하는 기관에서 온 직원이 밤에 소주를 마시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한다며 커다란 백에 소주 팩을 한가득 가져와서 세관 심사가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로 인해 버스 출발시간이 다소 지체되었고 다행히 주조한 제품이라 세관에서 몰수하지 않고 통과시켜 주었다. 그 일행이 버스에 탑승하자 가이드는 기사에게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버스에 앉아 바라본 북섬은 다도해를 안고 있는 공항과 공항 앞 건물의 간판에 보이는 알파벳과 공항 주변의 야자수와 낯선 건물과 나와 닮지 않은 사람만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오클랜드 공항에도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으로 활주로는 분주하고 공항입구에는 차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제부터 뉴질랜드 여행을 위한 본격적인 버스 투어가 시작된다. 뉴질랜드 인구가 4백만인데 그중 3분의 1이 오클랜드에 살고 있단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밟아보는 곳이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다.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안고 왔는데, 막상 외국 땅을 밟고 나자 내 나라의 땅을 밟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뉴질랜드는 낙농업으로 부와 복지를 이루어 그런지 동물이나 음식물에 대한 세관검사가 까다롭다. 버스를 타고 바라본 뉴질랜드의 첫인상은 낙농업의 나라라는 인상이 강하다.


바닷가의 주택은 인상적인데 공항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직원들은 무뚝뚝하고 그리 밝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버스에 올라 일행을 기다리는데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가이드가 일행을 버스에 태우고 근 이십 분을 달려 찾아간 첫 식당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에어가든’이다.


식당에는 이미 사람들 숫자에 맞추어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한국에서 평소 먹던 김치찌개의 맛 그대로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외국에 와서 만난 음식이 한국 음식이다.


멀리 외국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뉴질랜드의 고유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 것인지 어떤 것이 몸과 여행에 좋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에어가든’ 식당에서 일행과 점심 식사를 먹고 다시 버스에 올라 본격적인 투어를 위해 오클랜드 시내로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바라본 뉴질랜드의 들녘 풍경은 우리나라 70~80년대의 모습이다.


가이드가 뉴질랜드는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십 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버스에서 바라본 오클랜드 시내의 주택은 집마다 정원을 갖추어 넉넉하고 여유롭다.


우리보다 땅덩어리가 3배나 넓은데 인구는 4백만이란다. 땅은 넓고 인구가 적어 집마다 넓은 정원과 초원을 갖추고 있다. 소들이 먹이를 뜯는 푸른 초원에는 구역을 나누어 방목시키는 낮은 철조망이 도로와 초지의 경계 역할을 한다.


첫 해외여행을 와서 북섬의 오클랜드 시내를 버스 타고 구경하는데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 건물이 5~6층 정도고 대부분 단독주택이다.


가이드는 건축과 관련한 사람들이 관광을 왔다고 하자 건축과 관련한 설명에 초점을 맞춘다. 뉴질랜드는 주택을 짓고 사용승인을 받으려면 4~5번 검사를 받는데 검사 때마다 매번 다른 사람이 나와 검사를 한단다.


버스 창밖으로는 간간이 누런 황토 흙이 나타나는데 토양이 비옥해 보인다. 오클랜드는 야트막한 구릉의 언덕에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도시에서 원주민인 마오리족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호주의 원주민에 대한 배타적인 정책과 달리 원주민과 동화하기 위해 공동체로 살아가는 정책을 선택했단다.


호주에서 실패한 식민지 정책을 거울삼아 뉴질랜드는 원주민을 끌어안은 동화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버스가 오클랜드 시내 투어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와이토모 동굴을 향해 내달린다. 이곳은 특이하게 높은 산은 보이지 않고 언덕이나 평평한 땅으로 이루어진 초지가 대부분이다.


가이드가 뉴질랜드의 평당 땅값이 육백 원이라고 소개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가 땅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서 그런 것 아닐까.


무변 광대하게 펼쳐진 초지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낯선 모습과 이국적인 감정이다. 넓은 초원에서 자라는 나무는 싹을 틔워 계절을 단장하고, 푸른 초원 위에 자리 잡은 주택은 주위에 정원을 거느리고 한가로이 넉넉한 봄을 맞으며 계절을 노래한다.


높고 푸른 하늘에 간간이 떠 있는 흰 구름과 망망한 초록의 초원만이 이국의 낯선 나그네를 반겨준다. 지난밤에 비행기 기내의 좌석에서 잠을 설쳐서 그런지 버스를 타고 떠나는 여정이 피곤하다.


그로 인해 광활한 초지를 따라 여행하는 마음에 공허한 돛대만 높아간다. 끝없이 펼쳐진 초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소와 양뿐이다.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건축의 미를 창조하는 마음을 기르기 위해 원초적인 자연의 미를 찾아 나선 것 같다. 초지와 어우러진 드넓은 자연은 바라볼수록 근원을 향해 다가간다. 날씨가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지난밤 비행으로 인해 몸은 한없이 늘어져 가고 버스를 운전하는 캡틴만이 외롭게 들녘의 저문 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단체여행은 제한된 구속에서 홀로 자신의 속 뜰을 여행하는 자유를 준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면 보다 많은 자유와 고독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겠지만, 단체로 다니는 여행은 시간에 구속되고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구속되는 제약이 따른다.


그렇다고 지금 누리는 단체 여행을 벗어날 수도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버스에 앉아 우두커니 시야로 들어오는 푸른 초원과 구름과 소와 양들을 바라보며 마음의 속 뜰을 향해 떠나는 내밀한 여행에 만족해야 한다.


뉴질랜드 곳곳에 보이는 광고판에 일본의 도요타와 미쓰비시와 같은 자동차 회사의 광고가 눈에 띈다. 일본의 보이지 않는 힘과 저력이 느껴진다.


탈 아시아를 외치며 일어선 일본.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 대등해지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경제나 문화에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제 우리도 일본을 넘어 유럽과 같은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는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 나라를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은 통찰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키를 움켜쥔 사람은 분명 나라의 지도자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져 가는 미루나무가 초원에서 이웃 토지와 경계에 서서 이파리를 펄럭이며 나부낀다. 초원의 정갈한 모습에서 뉴질랜드의 힘과 국력이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를 가나 건물이나 도로를 통해 변화와 역동성이란 활력을 느끼는데 이곳은 역동성보다 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곳은 사람이 살기에도 좋고 넉넉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넓은 초지 위를 돌아다니는 양만이 뉴질랜드의 역사를 잘 아는 듯이 풍요로운 모습으로 바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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