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오클랜드로 가는 KE823편 비행기가 인천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내디디며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해서 하늘을 향해 치솟자 몸의 중심이 기우뚱거리며 좌석의 뒤로 쏠린다.
적막한 어둠을 뚫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비행기가 창공으로 힘차게 용솟음친다.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새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비행기가 신비스럽다.
공항을 이륙한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기체가 수평을 유지해간다. 비행기 기내의 컴퓨터 화면에는 앞으로 가야 할 비행 항로와 도착 시간과 시차와 날씨 등을 보여준다.
비행기가 유유히 날아가는 컴컴한 밤하늘. 비행기가 수평을 유지하고 안정을 취하자 사람들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고 승무원들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비행기 기내에서 제공한 저녁을 먹고 설렘과 신세계를 찾아가는 부푼 기대와 꿈을 안고 잠이 들었다.
비행기 좌석에서 뒤척이며 잠을 자다 눈을 떠보니 벌써 새벽녘이다. 지난밤에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깨어보니 하루가 지나갔다.
승무원이 웃는 얼굴로 다가와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선택하란다. 나는 오믈렛을 선택했다. 아침에 승무원이 갖다 준 오믈렛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셨다.
하룻밤 사이에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계절은 가을에서 봄으로 거슬러 내려왔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에 앉아 있으니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비행기는 조용하게 잠자리처럼 날아가고 창밖을 내다보니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 지를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정지된 듯이 다가온다. 비행기가 기류로 인해 몸을 떨 때마다 내가 어디에 있나 하는 위치를 자각하게 된다.
유년 시절 고향에서 산자락을 넘어가던 비행기를 바라볼 때마다 저 비행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것에 궁금해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데도 이 비행기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비행기 날개 옆좌석에 앉아 하늘을 올려보고 땅을 내려봐도 이곳이 어디인지 위치와 방향을 모르겠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내의 좌석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노래나 듣고, TV를 바라보며 세상을 만나는 창만이 오롯이 열려있다.
기내에서 몽롱한 상태로 앉아 있는데 승무원이 다가와 세수하라며 건네준 물수건을 들고 손과 얼굴을 씻고 나자 기분이 맑아졌다.
기나긴 밤을 뜬눈으로 미지의 하늘길을 여는 기장과 승객의 불편을 헤아리는 승무원들. 비행기 안에는 기장과 승무원과 승객만이 존재하는 조붓한 공간이다.
비행기 기내에서 어설픈 잠이나마 뒤척이며 하룻밤을 보냈다. 해외여행이 이렇게 불편한데도 미지의 세상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여행은 몸의 편안함을 떠나 불편함을 즐기는 일종의 모험이란 생각이 든다. 비행기 기내에서 잠을 제대로 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몽롱한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여행사의 가이드가 기내를 오고 가며 일행에게 오클랜드 공항에 입국할 때 필요한 카드를 나누어 주면서 바로 작성해서 입국할 때 심사관에게 제출하라고 알려준다.
가이드가 가고 나서 손목에 찬 시계를 들여다보니 아침 06:50분이다. 잠시 후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시차를 조정하기 위해 시간을 10:50으로 맞추라고 안내한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시차를 조정하고 나자 4시간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지금부터는 뉴질랜드의 시간에 맞추어 여행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비행기 기내에서 근 11시간을 먹고 자면서 버텼다. 첫 해외여행인데 비행기 좌석이 비좁아 무릎도 아프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공항에 내리기 전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제는 몸이 피곤해도 어쩔 수 없이 뉴질랜드의 색다른 분위기와 자연을 만나야 한다. 비행기가 오클랜드 공항에 착륙도 하기 전에 마음은 벌써 신천지인 뉴질랜드에 도착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