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by 이상역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고정된 의미로 사용할 수가 없어 어렵다. 즉 하나의 확정된 의미로 연결 지어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영국에서 ‘어바웃 타임’이란 코미디 영화가 유행한 적이 있다. 자기의 과거를 변경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가 첫눈에 반한 여자와 완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어바웃 타임’이란 드라마가 제작되어 방영되었는데 영국의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와는 내용이 다르지만 드라마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며칠 전 같은 직장에 함께 근무하다 퇴직한 K를 만나 집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직장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K와 근무한 적은 없었다. 우연히 몇 번 만나 식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자주 만나는 사이로 발전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K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K는 직장에 근무하거나 퇴직한 사람들의 집안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에 종종 놀란다.


누가 이혼하고 누구와 재혼해서 어디에 살고 있고 그 자녀들에 대한 세세한 것을 말하는 것을 보면 신기해 보일 정도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듣고 이야기를 전하는 것인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주변에 누가 이혼을 하고 재혼을 했는지 그들의 자식이 어디에 다니고 있는지 하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다.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려는데 K가 이렇게 서로 만나기도 어려운데 커피나 한잔 더 마시자고 해서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다.


K와 상가와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어둑한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건물에 전깃불이 환하게 켜진 곳에 들어가자 ‘About Time’이란 북 카페 간판이 눈에 들어와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바웃 타임(About Time)을 사전에 찾아보니 ‘때가 되었다, 한숨 돌리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영어의 의미와 북 카페의 간판을 연관 지어 보니 연관성도 의미도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집 주변에 맛있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어디에 있는지를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바웃 타임이란 북 카페는 처음이다. K와 북 카페에 들어서는데 카페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창고식 건물을 개조해서 넓은 홀 두 개를 서로 연결해서 꾸며 놓았다. 북 카페에서는 꽃을 사거나 구경할 수도 있고, 책을 사거나 볼 수도 있다. 물론 커피와 음료수와 같은 차도 마실 수가 있다.


그리고 카페 한구석에는 노트북까지 설치해 놓아서 그곳에 앉아 인터넷을 하거나 간단한 워드 작업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아담하게 꾸며 놓았다.


집 근처에 이런 카페가 있었다니 내심 반갑기도 하고 놀라웠다. K는 카페가 괜찮다며 커피를 시켜 놓고 근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지금까지 카페는 당연히 커피만 마시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바웃 타임’이란 카페에서는 차와 책과 꽃과 간단한 제과 등 다양한 물건을 사거나 구경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집 근처에 이렇게 근사한 카페가 있었다니 나중에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카페는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조용하고 젊은이들이 앉아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K와 북 카페에서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카페는 지난해에 개업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인터넷에는 ‘어바웃 타임’이 북 카페로 유명하다는 댓글이 꽤나 달려있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언제나 나만 모르는 것 같다. 유명한 맛집이나 카페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변 상황의 변화에 둔감하고 시대에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와 운치 있는 곳에서 차를 마시면 마음의 충만감은 높아진다.


앞으로 집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차 마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어바웃 타임’을 찾아가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보고 싶다.


여행이 좋은 것처럼 운치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차를 마시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마음에 ‘어바웃 타임’이란 북 카페에 혹하는 유혹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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