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데 돌아보면 남은 것은 없고 늘 빈손이다. 나름 일과 시간에 쫓기면서 바쁜 듯이 살아왔지만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한해의 사계절이 눈앞에서 지나가는데 손에 움켜쥘 것이 없다는 것은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에게는 그저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회고하는 언덕에 서면 기댈 곳이 사라진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지난해 보다 잘살아보자고 마음을 고쳐 잡는다. 가족도 건강도 직장도 챙기고 계획적으로 보내지 못한 시간과 자신에게 소홀했던 것을 아쉬워한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온갖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에 실천 의지를 다지고 마음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자 희망을 찾아 나선다.
가족과 저무는 해를 잊기 위해 동해안으로 해맞이를 떠나거나 그간 못 만났던 은인을 만나서 인생의 미래를 상담하거나 무명의 철학관을 찾아가서 새해의 운수 풀이를 들어본다.
계절이 자연의 시계에 따라 순환하듯이 사람도 계절마다 색깔에 맞는 마음으로 갈아입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서대로 오듯이 사람의 마음도 계절별로 색을 바꾸어 입는다.
삶은 완성이 아닌 미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설계변경과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굴곡진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밑뿌리와 마음이 성숙해진다.
새해를 맞아 설계했던 계획대로 실천하는 삶을 두고 과연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인생은 이리저리 휘둘리며 그 휘둘림 속에서 단단해지고 야무지게 영글어 간다.
나무가 바람에 휘둘리지 않으면 똑바로 설 수 없듯이 인생도 휘둘림이란 비바람을 맞아야 올곧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많은 휘둘림과 비바람과 곡절이 있기를 기대하자. 그 휘둘림과 비바람과 곡절을 잘 다스리며 자신이 목표했던 설계를 실천하고 변경하면서 한 해를 살아보자.
지금 살아가는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면 보듬어 안아야 할 것이 많다. 가족, 친구, 이웃, 부모, 문우와 지혜를 밝혀주는 소중한 책과 마음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우주가 존재한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아름답게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커다란 축복이다. 그런 축복 속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자.
삶이란 시간에 바쁘게 쫓기며 살다 보면 사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삶의 철학을 잃어버린다.
새들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났던 둥지를 찾아 이억만 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비행한다. 우리도 때가 되면 언젠가 한 줌의 흙이 되는 영원의 세계로 돌아간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새해라는 단어마저 잊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에 대한 정답은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