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의 속셈

시작

by 거북이

기안은 오늘 아주 중요한 날이기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 할 수 있을까.."


이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기안. 실수가 있으면 안 된다.

면도를 하며 거울을 보는데 얼굴에 긴장한 표정으로 가득하다.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여전히 찝찝한 곳이 있다..

옷을 입고 주방으로 나와 시원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인다.


어디선가 진동이 울린다.

테이블 위다.


물을 마셔도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작게 혼잣말을 한다.


"오늘이군.."


알람소리다.

오늘 이날을 잊지 않기 위해 알람을 오래전부터 설정해 놓았다.


알람을 끄기 위해 테이블로 향하지만

허벅지에 근육통이 생긴 것처럼 잘 움직이지 않는다.

힘들게 휴대폰 집는다.


'알람. 디데이'


기안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을 하기 위해 준비한다.

아니, 해가 뜨기도 전에 출발을 하기 위해 서두르며 준비를 한다.


버스 첫 차를 타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정류장에 도착한다.

이동하면서 계속 가방 속을 확인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1분에 한 번씩 가방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버스를 조용히 탄다.

버스에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기안은 맨 뒷자리 구석에 앉아 가방을 꼭 쥐고 있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꼭 해내야 해... 그분들을 실망시켜 드릴 순 없어..."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 회사에 도착한다.

매일 출근하는 곳이지만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진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16층"


사무실은 16층에 위치해 있다.

한 층씩 올라갈수록 심박수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16층입니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 안내 소리가 눈치 없게 느껴진다.

사무실에 도착한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오히려 지금 이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이 이상하다.


지금은 오전 6시 30분.

보물처럼 가지고 온 가방을 드디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조그만 한 물건을 꺼낸다.


'USB'


이 작은 물건이 뭐라고 회사까지 가져오는데 이렇게 긴장을 하며 왔을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평범한 물건이 아닌 정말 중요한 물건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아니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곤 안심하며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그 자리는 기안의 자리가 아닌 진원의 자리인 것이다.


잠이 덜 깬 것인가..

아니다.

신중하게 진원의 자리를 찾아 앉은 것이다.

의도적으로.

그리고 컴퓨터 전원을 킨다.


오늘따라 컴퓨터 부팅속도는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진다.


"빨리... 빨리..."


컴퓨터가 켜진 후 소중하게 가져온 USB를 연결한다.

그리고 '내 PC'로 들어가 USB에 들어있는 파일을 누른다.


클릭 두 번.


"따딱"


기안은 식은땀을 흘린다.

현재 기안의 숨소리만 들린다. 기안의 숨소리는 옆에서 누군가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컴퓨터 본체에서 회전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윙~"


마치 몇 백 년 동안 관에 갇혀있던 미라의 분노 섞인 소리처럼.


이제 시작된 것이다.


바탕화면에는 다운로드 파일이 뜬다.


'0%'


이제 다운로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그 누구도 들어오면 안 된다.


"빨리빨리...."


기안은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건 없다.

기다릴 수밖에...

동시에 긴장이 서서히 풀린다.

오래전부터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던 기안.


오랫동안 짓눌러왔던 무거운 짐이 오늘 이 시간부로 사라진다.

마치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고무줄이 끊어지듯,

기안의 몸에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와 책상 위로 고꾸라진다


"이번에 정말 승진해야 하는데..."


"난 마지막 기회야. 이제 회의 참석도 못한다고..."


"그래도 이번엔 두 명 정도 승진자를 선정한다고 하니깐.."


직장 사람들이 승진 관련 이야기를 하며 출근을 한다.



'97%'


컴퓨터는 100% 목표 달성까지 거의 다 왔다.

하지만 직장 사람들이 서서히 출근하기 시작한다.

들키면 안 된다.


또한, 의심조차 받아서는 안된다.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

절대.


발걸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98%'


아직 다운로드가 완료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발걸음은 바로 앞까지 와있다.


"준비는 다들 잘했나?"


어디선가 구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열심히 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자신감 없긴... 커피 한 잔 하러 가세."


'100%'


기안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며 일어난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다.


"일어났군..."


기안은 놀라면서 컴퓨터를 본다.


"다 됐네."


"지금 여기서 이렇고 있으면 어떡해...."


"저도 그만...."


"고생했네. 일은 잘 마쳤고"


"네. 잘 됐습니다."


"이제 시작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네, 누구보다 잘 알죠. 이제 시작이란 걸.."


"우선 나가자고."


"네, 팀장님..."


팀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심호흡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살짝 어설프지만 큰소리로 말한다.


"김 대리, 여기서 뭐 하나?"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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