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 속으로
픽셀 뒤를 따르며 걷던 나.
픽셀이 순간 멈추자 나도 무의식적으로 멈춘다.
그리고 그 앞엔 문 하나가 있다.
"이제 시작이야!"
픽셀은 설레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문을 바라본다.
"가상세계..."
픽셀은 내 손을 잡는다.
긴장하지 말라는 의미 같다.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하나씩..
너무 밝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문에 들어간다.
조용하다.
"응..?"
너무나도 조용하다. 어디에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그냥 평지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조심스럽게 눈을 떠본다.
"이게 뭐야..."
수많은 픽셀들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다.
하늘을 나는 픽셀들과 땅 위에서 뛰어다니는 픽셀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있다.
"파일들이야"
"파일?"
"응. 저게 다 너의 기억들이야. 쉽게 이야기하면 과거에 있었던 추억들이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믿지 못한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눈앞에 있는 것들이 다 내 기억들이라니...
픽셀은 당황한 나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넨다.
"여긴 가상세계이자 너의 세계야."
"나의 세계라고..?
바탕화면 속 세상이 왜 내 세계야?"
회사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 안 바탕화면으로 들어왔는데 그곳이 내 세계라고 한다.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거짓말이나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 왜 내가 나의 세계로 들어온 건데"
"서서히 알게 될 거야. 우선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저 파일들을 클릭해 과거로 돌아가야 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클릭은 뭐고, 과거로 돌아간다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한다.
"그냥 쉽게 이야기해..."
"그럼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거 잊지 말고 제대로 들어."
갑자기 픽셀의 표정이 변한다.
아주 진지하다.
변한 표정에 순간 나는 겁을 먹는다.
아까랑은 완전 다른 사람인 거 같이 느껴진다.
"처음에 현실세계에서 들어올 때 모니터에 미세하게 깨진 조각들이 움직이는 거 봤지?
그게 지금 현재 눈앞에 있는 파일들이야.
그리고 깨진 조각들을 다시 하나로 합쳐야 현실세계로 갈 수 있는 문이 열려.
그 조각들을 다시 합치기 위해서는 파일들 중에서 너에게 중요한 것들을 찾아 과거로 돌아가야 해."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뭐 하는 건데."
"인정"
"인정? 뭘 인정을 하라고."
"가보면 알아. 꼭 기억해. 인정해.
자기 자신을 낮춰야만 인정할 수 있어."
"나를 낮추라고?"
"명심해. 현실세계로 돌아가고 싶으면."
나는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지 사실 모른다.
인정해라. 자기 자신을 낮춰라.
이게 지금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참..
그리고 서서히 픽셀 형식인 파일들을 하나씩 바라본다.
이제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왜 색깔이 달라?"
그렇다. 똑같은 파일이 아니다. 색깔이 다르다.
어떤 파일은 회색이고 다른 파일은 파란색이다.
"이제 조금씩 보이나 보네.
보면 알다시피 대부분이 파란색이야.
파란색은 쉽게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건강한 상태야."
"그럼 회색은 아픈 상태야?"
"응. 아마 너의 과거 중 좋지 않은 기억이 들이겠지?"
"좋지 않은 기억...?"
"얼른 돌아가고 싶으면 빨리 움직여."
마음은 급하지만 쉽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우선,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도 겁이 났고
픽셀에게 다가가는 것도 무서웠다.
제일 큰 이유는 파일에게 다가가 클릭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클릭은 어떻게 하는 건데.."
"똑같아. 마우스 딸깍하는 것처럼.
아우 진짜, 빨리 와!"
픽셀은 내 손을 잡고 픽셀에게 다가간다.
말로는 손을 잡는다는 표현이 맞지만
강제로 끌고 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회색 파일 앞이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
"아ㅏ.. 안녕..?"
픽셀은 뒤에서 나를 밀었다.
"빨리 가!"
나는 파일 쪽으로 넘어진다.
그리고 내 손이 자연스럽게 파일을 두 번 터치한다.
갑자기 파일에서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