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하지 못한 노래(1)

부모님에 대한 사랑.

by 거북이

나는 파일 쪽으로 넘어진다.

그리고 내 손이 자연스럽게 파일을 두 번 터치한다.


갑자기 파일에서 빛이 난다.


단순한 빛이 아니다. 온 세상을 표백하려는 듯, 모든 색과 형태를 지워버리는 순백의 광선이다.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차의 급정거 소리, 희미한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머릿속을 헤집는다.

모든 감각이 분해되고 재조립되는 듯한 혼란 속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현실의 끈을 붙잡으려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텅 빈 허공뿐이다.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사라진 채 얼마나 흘렀을까..


서서히 빛이 잦아들자 흐릿했던 풍경이 서서히 초점을 맞춘다.

익숙하지만,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나의 방.

아니, 스물다섯의 내가 존재했던 과거의 내 방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 아래, 먼지들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방 한쪽에는 군 전역 후

건설 현장부터 편의점까지 온갖 궂은일을 하며 모든 돈으로 샀던 낡은 건반이 보인다.

꿈의 증거이자 내 청춘의 모든 것이었던 건반.

지금의 내 눈에는 실패의 상징처럼 보일 뿐이다. 책상 위엔 마구잡이로 음표들이 그려진 악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나는 건반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스물다섯의 나이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의 막막함과는 조금 다르다. 몇 날 며칠, 나는 이 곡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세상에 내놓을 곡이 아니다.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노래다. 바로 부모님.


어릴 적부터 나는 표현에 서툴렀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건 데는 것이 어색했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쑥스러워 퉁명스럽게 대꾸하기 일상이었다. 그런 나의 유일한 소통 창구가 바로 음악이다. 말로는 못 다 한 진심을 멜로디와 가사에 담아 엔젠가 꼭 들려드리리라. 그것은 나의 오랜 다짐이었다.


(노래가사)

'주름진 두 손, 희끗해진 머리카락 / 나를 위해 쏟았던 수많은 밤과 낮'


악보 위에 적다 만 가사들이 보인다. 아버지의 투박하지만 따뜻했던 손길, 어머니의 말없는 희생과 사랑.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 위대한 사랑을 표현하기에 내 멜로디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고치고 또 고쳐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모님께 드릴 최고의 선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곡은 미궁 속으로 빠져 진도를 나가지 못했었다.


"따르릉"


갑자기 무거운 정적을 깨고 책상 위의 휴대폰이 날카롭게 울린다. 그 순간 과거의 나는 작곡의 흐름이 깨져서 짜증을 낸다.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원의 소음과 함께 들려오는 침착하고 사무적인 톤.


"엄 진원 씨 번호인가요?"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한다. 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는 사라지고 차분해진다.


"네."


"여기는 세종 병원 응급실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부모님이 지금 많이 위태로우세요.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다. 그 말이 내 귀에 박히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그리고 온몸에 힘이 빠져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쿵.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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