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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Dec 09. 2022

육아휴직 9년 차, 글 쓰는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만족'에 관하여


사람은 욕망이 충족될수록 더 큰 욕망을 갖는 유일한 동물이며,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유일한 동물이다.
헨리 조지



2005년 12월 8일 나는 공무원이 되었다.


처음 공무원을 준비했던 건 친정아빠의 권유였다.

아직도 공무원이 최고인 줄 아는 우리 아빠 덕분에 노량진에 입성했다.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 꽤나 인기 있던 국어강사님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여러분 동사무소(그 당시엔 주민센터를 동사무소라고 했다)에 앉아서 등본 떼어주는 사람이 부럽습니까?"

다들 피식 웃었다.

" 아니죠? 근데 왜 여기 와서 10시간을 넘게 앉아있죠?"

그때 그 말이 아직도 토씨 하나까지 기억나는 거 보면 꽤나 내 머리를 때렸던 멘트였음에 분명하다.

처음엔 나도 피식 웃으며 '아니요'했지만 노량진을 2년 동안 오고 다니게 되니 간절히 원하는 직업이 되었고 그러면서 내대답은 '부럽습니다'로 바뀌었다.






2005년 12월 8일 드디어 첫 발령을 받았다.

뭔가 해냈다는 만족감은 상상 그 이상으로 자존감을 높여줬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그렇게 원하던 것이 일상이 되고 보니 그 만족감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권태로움으로 변해있었다.

권태로운 일상이었지만 나름 승진도 빨리하고 결혼도 하며 큰 만족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만족이라 할 것도 없이 보통 사람들처럼 지내게 되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2012년 첫아이를 낳았다.

7년 만에 느껴 본 평일 일상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더욱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게 되었다는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3년 후 두 번째 출산으로 삼남매의 엄마가 되고, 아휴직은 연장 또 연장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나름 진심인 엄마는 휴직이지만 휴직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22년, 어느덧 육아휴직 9년 차다.

더 이상 휴직 없는 복직에 대한 두려움과 나의 두 번째 사춘기가 맞물려 뭔지 모를 감정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한 해였다.

물론 중간중간 복직과 휴직을 반복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난 이미 회사에서 얼굴 없는 선배로 전설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고,

집에선 육아로 아등바등 시간에 쫓겨 '내가'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내가 없었다.






어느 날 친한지인에게서 링크가 날아왔다.

"브런치"

글쓰기란 아이가 책을 읽고 독후감 쓰는 걸로만 알던 나에겐 낯선 플랫폼이었다.

'이름 참 예쁘네'라는 생각을 하작가가  지인의 브런치를 보기 위해 가입을 하고 보니 재미있는 글들이 많았다.

이곳은 그렇게 지인의 글 알람이 올 때만 들어가서 보는 브런치 같은 곳이었다.


끌어당김의 법칙
브런치 강의

평소 좋아하던 분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홍보 속

브런치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곧 후회했다.

글이라고는 비공개 인스타에 내일상을 짧게 쓰는 게 전부였던 나에게 '작가 지망생'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생소하고 어색했다.

끄적끄적 내가 쓴 글을 보니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쓰고 나니 마음 한켠이 시원하다.

만족감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글쓰기.


2022년 12월 8일 나는 작가가 되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헤밍웨이


당당히 작가라는 타이틀로 브런치에 입성은 했지만

메인에 글이 올라가서 조회수가 급등하니 사진을 빼야 하나 겁이 났다.

하지만 이미 작가 서랍장에는 마음의 쓰레기들이 차곡차곡 분리수거되고 있었다.

어서 분리수거해서 깨끗한 마음을 가져보자라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우선 복직은 해볼게요


육아휴직 9년 차에 복직이 두려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건지, 두 번째 사춘기로 이러는 건지  수는 없다.

그래도 우선 복직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아직 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대출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 시점에 더 이상 모른 척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그냥 공무원 말고, 글 쓰는 공무원이 되어보기로 했다.

다둥이맘, 워킹맘, 작가

이미 너무 많은 역할에 지쳤다고 우울해하던 내가

또 하나의 역할을 추가하고 꿈꾸고 있다는 게 사실  우습게 들리긴 하지만


맘, 맘, 맘이 모여 내 이 따뜻해지기를

그래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나에게 또 한 번 기대해보고 싶어 졌다.



12월 8일, 나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2025년 12월 8일을 기대하며




우리, 매주 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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