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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남매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01화
팝콘통 찾아 삼만리
딸내미와 손잡고 에버랜드 한 바퀴
by
우아옹
Jul 15. 2023
다둥이집
북적북적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불쾌지수는 마구마구 상승한다.
고로 주말이면 집보단 어디든 나가는 게 옳다고 믿는 우리 부부다.
그리하여 우리 집은 가능하면 주말에 무조건 나간다.
어느 날
막둥이가 하굣길에 불만스럽게 얘기했다.
"엄마! 우리도 놀러 좀 가자!"
"이게 뭔 개똥 같은 소리래~ 우리 매주 놀러 가잖아~"
"아~니! 친구들처럼 학교 안 가고 평일에!"
올케에게 이 황당한 이야기를 전했더니 한술 떠 뜬다.
5살 조카가 어느 날 집에 와서
"엄마, 예주는 어제 태국에서 점심 먹었대. 우리도 태국 가서 점심 먹고 오자"라며 태국이 옆동네처럼 이야기했다고 한다
.
'뜨악 요즘 우스갯소리로 개근거지라는 말이 있다더니 현실이구나'
엄마입장에서 평일에
놀러 가면
학교도
문제지만 학원보강 잡기가
어려워
심히 귀찮다.
그래도 아이들에 원하니 한번 가보자!
하루 휴가를 내고 캐리비안 베이로 향했다.
오픈시간에 입장해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5시쯤 에버랜드로 향했다.
이미 캐리비안 베이에서 15000보를 찍어 지친 우리 부부와 달리 아이들은 쌩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유혹의 자판대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아이들이 아니다.
냄새 솔솔 나는 팝콘가게에서 쌍둥이의 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만보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딸내미는 케이크팝콘통을 막둥이는 호랑이팝콘통을 사고 싶다고 했다.
가격은 개당 2만 원 돈이다.
2개를 사 줄 수 없으니 둘이 의논해서 1개를 선택하라고 하니 서로 자신이 원하는 걸로 하겠다며 투닥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엄마아빠의 지원금 만원을 받고 본인들의 용돈을 만원씩 내서 둘 다 구입하기로 했다.
이 결론을 내는 사이 팝콘이 있는 정문을 지나 바이킹 앞에까지 왔다.
그 근처에 팝콘가게가 있었지만 문을 닫았다.
다음에 나오는 팝콘가게에서 사기로 했다.
막둥이는 형이랑 바이킹을 타면서 기분이 좋아졌지만 다른 팝콘가게도 문을 닫았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딸내미는 여전히 저기압 상태다.
바이킹 후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긴 대기줄을 올라갔다.
놀이기구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일부러 오바육바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 애썼지만 딸내미의 눈은 이미 닭똥 같은 물이 나오기 직전이다.
"내가 원하는 건 안 하고 내가 원하지도 않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왜 타야 하는 거야"하며
혼잣말을 시작했다.
30분을 대기하면서 어르고 달래기를 했지만 원하지도 않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오면 딸내미의 슬픈 눈이 더 슬퍼 보일 거 같았다.
"가자"
타기 직전 남자들을 두고 딸내미의 손을 잡고 대기 중인 사람들 틈으로 내려갔다.
엄마의 결단에 살짝 놀란 딸내미는 아무 말도 없이 쫓아왔다.
"타기 싫은 거 기다리는 게 힘든데 그래도 우리 딸이 짜증 많이 내지도 않고
,
울지도 않고 잘 참아줘서 엄마가 내려온 거야. 우리 한번 찾아보자"
"엄마, 사실 나는 팝콘보다 그 케이크통이 가지고 싶어~ 다 먹고 거기에 엄마랑 주고받은 편지를 간직하고 싶거든"
"그랬구나"
더위인지 화인지 땀이 송골송골 났던
내 마음이
딸내미의 산들바람 같은 멘트에 시원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에버랜드를 돌기 시작했다.
에버랜드를 한 바퀴 다 돌 거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6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곳곳에 있는 스낵바는 문을 닫고 있었다.
딸내미는 스낵바가 문을 닫고 있는 것을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더워서 그런 건지 얼굴이 점점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결국 에버랜드 맨 아래 공연장 쪽까지 다다랐다.
그사이 한 군데 팝콘가게가
더 있었으나 이미 문을 닫았다.
뒷감당을 어찌해야 할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돌려가며 딸내미의 눈치를 살폈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팝콘향이 느껴진 거야~
'
앗 이 냄새는!
누군가가 갓 구운 팝콘을 입안 가득 집어넣으며 우리 곁을 지나갔다.
"딸아! 달리자!"
급방긋 딸내미와 100미터 경주를 하듯 향기를 쫓아 내달렸다.
"호랑이랑 케이크통 팝콘 주세요!"
"손님, 케이크통은 정문에서만 판매합니다"
On my got
"정문으로 가자"
팝콘이 아니라 케이크통이 필요한 딸내미에게 이곳은 의미가 없다.
문 닫기 전에 뛰어야 한다.
그러나 판다가 있는 동물원길부터 오르막길이다.
습한 날씨에 온몸에서 물이 흐른다.
"엄마, 힘들지?"
오히려 딸내미가 나를 위로한다.
"괜찮아"
표정은 괜찮지 못했나 보다 딸내미는 머쓱한 표정으로
연신 나의 눈치를 보는듯하더니 급기야
딸꾹
질까지 했다.
드디어 처음 들어갔던 정문에 도착했다.
"호랑이랑 케이크통 팝콘 주세요!"
케이크통 팝콘을 들고 환하게 웃어주며 딸내미가 말한다.
"엄마는 내 마음을 잘 알아줘서 천사 같아"
"아까는 엄마 밉다고 하더니"
"히히"
어쨌든 미션완료.
그래도 당연하다고 생각 안 하고 엄마의 노력을 인정 해준 딸이 고맙다.
신난 딸내미
keyword
팝콘
에버랜드
딸
Brunch Book
삼 남매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01
팝콘통 찾아 삼만리
02
삼남매 저금통 지분 분할 사건
03
학교가 재미있어지는 방법
04
수박의 계절이 왔어요~
05
이것은 떡볶이인가? 깨볶이인가!
삼 남매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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