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떡볶이인가? 깨볶이인가!

막둥이의 레시피

by 우아옹


"엄마! 이거 있어?"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갑자기 막둥이가 흔한 남매 책 레시피를 내민다.

몇 년 전 첫째가 그랬듯이 막둥이도 요리를 해보겠다고 한다.

흔한 남매에게 감사를 해야 할지 불매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시점이다.


"지금은 재료가 없고 자야 할 시간이니깐 주말에 맛있게 만들어 보는 거 어때?"

"아니~ 그럼 내일 아침에 내가 해줄 테니깐 재료 준비해 줘~"

'이건 뭐 도깨비방망이도 아니고 나오라고 하면 뚝딱 나오는 거니?'

물론 엄마가 새벽배송 마니아이긴 하지만.

"그래~ 근데 아침에 하려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

"엄마가 깨워줘"

"깨워줘도 잘 못 일어나잖아"

"때려서라도 깨워줘~"

결연한 의지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너를 때려서까지 깨울 필요가 있겠니? 하하. 깨워는 줄게 그 대신 한번 얘기해서 안 일어나면 저녁에 해 먹는 거다~"

꼬집어서라도 깨워달라며 의지를 불태우다 꿈나라로 느지막이 들어갔다.


새벽 6시도 안 되었는데 저벅저벅 누군가 내 옆으로 왔다.

"내가 할 거야~"하는 외침을 들었지만 잠결에 본 시계의 숫자는 6이었다.

토닥토닥 아이를 다시 재운다면서 나도 함께 스르륵 잠이 들었다.

앗!

눈을 뜨니 7시 10분이다.

"막둥아~ 일곱~"하는데 벌떡 일어나는 막둥이.

매번 나는 이아이의 매력에 퐁당 빠지고 만다.




눈곱은 안 떼고 손만 착착 씻고 와서 재료를 탐색한다.

마치 셰프가 주방보조의 준비성을 체크하듯이 흔한 남매의 레시피 준비물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어가며 다 있는 거 맞냐고 확인을 하신다.

"옙! 셰프!" 야무지게 대답해 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묵과 양배추를 도마에 두고 칼질을 시작한다.

한 손은 고이 접어 도마 옆에 두고 한 손으로만 썰겠다는 우아한 손놀림 덕분에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어묵과 양배추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셰프를 위해 살며시 고이 접어둔 손을 펴서 어묵과 양배추 위에 올려주며 꾹 눌러드렸다.

재료 준비를 완료하고 냄비에 라면수프와 각종 양념을 넣고 휘휘 저었다.

그리고 우아하게 썰어 둔 재료들을 한 번에 팍팍 넣었다.

혹시 물이 부족할 수 있으니 물컵을 옆에 놓으라는 지시에 물을 가득 담아 옆에 두었다.

그런데 냄비 옆 물컵의 물은 막둥이셰프 입으로 쉼 없이 들어간다.

'첫 도전에 목이 타시는 듯하다'

센스 있는 주방보조는 학교에 가져갈 물통을 가져다 드렸다.

씩 웃는 막둥이 셰프님이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담아 세팅만 하면 끝난다.

뜨거우니 그릇에 남는 건 도아주겠다고 하니 그럼 자기는 마지막 장식으로 깨를 뿌리겠다며 깨통을 들고 서있다.

그릇에 떡볶이담아주고 냄비를 싱크대에 넣기 위해 돌아서는 그 짧은 순간

떡볶이는 깨볶이가 되었다.

순간 얼음이 된 막둥이에게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하며

"너의 목적은 깨볶이였구나!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하니 그제야 겸연쩍게 웃는 막둥이다.


그렇지만 화순분도 아니고 깨는 빼도 빼도 계속 나왔다.

한참을 깨 빼기에 몰입하고 있는데 막둥이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엄마, 남은 깨는 가운데로 모아봐!"

급하게 지시를 내리고는 냉장고로 달려가 치즈를 가져오더니 가운데에 살포시 치즈를 올린다.

"오~ 천잰데!!"

한 번 막둥이 천재설을 입증하며 우리는 정말 정말 정말 맛있고 고소한 깨볶이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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