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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야만과 미국의 비겁한 침묵

by 남킹

서론: 지중해에 가라앉은 인류애

2025년 10월, 국제 사회의 양심을 실은 작은 선단, '글로벌 수무드 함대(GSF)'가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가르며 절망의 땅 가자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배에는 무기가 아닌,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분유와 의약품, 그리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연대의 마음이 가득했다. 40여 척의 배에 몸을 실은 47개국 500여 명의 활동가들은 국적과 인종, 종교를 넘어 오직 하나의 목표,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봉쇄에 갇혀 죽어가는 가자 지구에 생명의 숨길을 트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평화로운 항해는 국제법과 인간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폭력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이스라엘 해군은 공해상에서 이 비무장 민간 선단을 향해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경고를 명분 삼아 물대포를 발사하고, 선체를 고의로 충돌시키는 등 야만적인 방식으로 선단의 길을 막아섰다. 그리고 마침내 중무장한 군인들이 배에 난입하여, 저항 없는 활동가들을 '나포'라는 이름의 납치극으로 끌고 갔다. 스웨덴의 젊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넬슨 만델라의 손자 만델라 만델라를 비롯한 세계 시민들이 폭력적으로 구금되고 강제 이송되는 장면은 21세기 문명 사회의 치부를 남김없이 드러냈다.

이것은 단순한 해상 차단이 아니다. 이는 명백한 해적 행위이자, 인도주의에 대한 테러이며, 국제법을 조롱하는 전쟁 범죄다. 더 나아가, 이는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상실한 채 폭주하는 이스라라엘 정권의 광기와, 그 광기를 묵인하고 방조하며 사실상 공모하고 있는 미국의 위선과 비겁함이 빚어낸 참사다. 이 글은 지중해의 양심을 향해 자행된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해적질을 통렬히 비판하고, 그 뒤에 숨어 부끄러운 침묵과 암묵적 동의로 이 모든 비극을 가능하게 한 미국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

1부: 봉쇄된 감옥, 가자 – 왜 그들은 바다로 나섰는가

국제 구호선단의 항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목적지인 가자 지구가 어떤 곳인지 직시해야 한다. 가자는 단순한 분쟁 지역이 아니다. 2007년부터 이스라엘에 의해 시작된 육·해·공의 전면적인 봉쇄는 2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거대한 '야외 감옥'에 가두었다. 이 봉쇄는 "하마스에 대한 압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실상은 무고한 민간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집단 처벌에 다름 아니다.

숫자로 보는 절망: 가자의 인도주의적 위기

2025년 현재,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재앙을 넘어 종말에 가깝다. 유엔 및 여러 국제기구의 보고서는 참혹한 현실을 증언한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6만 6천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부상자는 17만 명에 육박한다. 사망자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분쟁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만 4만 2천 명에 달하며, 이 중 1만 명 이상이 어린이다.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팔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가자 지구의 병원 36곳 중 단 14곳만이 부분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재활 서비스는 3분의 1 미만만 운영되는 실정이다.

식량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유엔은 이미 가자 북부에 기근이 발생했으며, 남부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반입을 극도로 제한하며 식량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이스라엘 총리 고문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굶어 죽게 하지는 않겠지만, 다이어트를 시킬 것"이라는 끔찍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는 봉쇄의 목적이 안보가 아닌, 민간인에 대한 고통 강요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깨끗한 물, 전기, 의약품의 공급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가정의 85%가 오물과 쓰레기 더미 근처에 거주하며, 3분의 2는 비누조차 구하기 어렵다. 5만 5천 명의 임산부는 폭격과 굶주림 속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일 130명의 아기가 태어나지만 4분의 1 이상이 제왕절개로 태어난다. 신생아 5명 중 1명은 미숙아거나 저체중으로 태어나는 비극이 일상화되었다.

이것이 바로 국제 구호선단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려 했던 이유다. 육로가 막히고 하늘길이 닫힌 절망의 땅에, 바다를 통해 마지막 희망의 통로를 열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배에 실린 것은 단순한 구호품이 아니라, 봉쇄된 감옥 속에서 잊혀 가는 이들에게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인류애의 메시지였다.

2부: 공해상의 해적질 – 국제법을 짓밟은 이스라엘의 만행

이스라엘은 국제 구호선단(GSF)의 나포 행위가 "합법적인 해상 봉쇄"를 위반하려는 시도에 대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자 노골적인 왜곡이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

첫째, 나포가 이루어진 장소는 명백히 공해상이었다. GSF에 따르면, 이스라엘 해군이 처음 선박을 나포하기 시작한 지점은 가자 해안에서 약 70~80 해리(약 130~148km) 떨어진 곳이었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모든 국가의 선박이 공해상에서 자유롭게 항해할 권리를 보장한다. 타국의 선박을 공해상에서 무력으로 나포하고 승선원들을 납치하는 행위는 주권 침해이자 명백한 불법이다.

둘째,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해상 봉쇄 자체가 불법적이라는 강력한 법적 비판이 존재한다. 봉쇄가 합법성을 인정받으려면 국제인도법의 원칙, 즉 군사적 필요성, 비례성, 차별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가자 봉쇄는 특정 군사 목표가 아닌, 민간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 처벌의 성격을 띤다. 이는 제네바 협약 제33조가 명백히 금지하는 행위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다수의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가자 봉쇄가 국제인도법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집단 처벌이라고 지속적으로 규탄해왔다. 불법적인 봉쇄를 근거로 공해상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막는 행위는 그 어떤 법적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는 이번 사건을 "불법적인 납치"로 규정하며 "서방 정부들의 수치스러운 방임"을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고의적으로 굶주리게 하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나포가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과 불법 봉쇄에 대한 비판자들을 처벌하고 침묵시키려는 계산된 협박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폭력적이고 비인도적인 나포 과정

이스라엘은 나포 과정이 "평화롭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GSF 측의 증언은 다르다. GSF는 이스라엘 군함이 고의로 선체를 들이받고 물대포를 사용하는 등 공격적인 행위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과거 2010년 '마비 마르마라(Mavi Marmara)' 호 사건 당시, 이스라엘 특공대는 공해상에서 구호선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고, 이로 인해 10명의 비무장 활동가들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학살이 벌어졌다. 이번 GSF 나포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만 다를 뿐,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한 폭력적인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구금된 활동가들은 변호사 접견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강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피구금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적인 국제인권규범마저 무시하는 처사다. 이스라엘은 구호품이 없었다거나, 있더라도 자신들의 항구를 통해 전달할 수 있었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기만적인 선전일 뿐이다. GSF의 목적은 단순히 몇 톤의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불법적인 봉쇄 자체를 종식시키고 가자에 대한 인도적 접근을 정상화하는 데 있었다. 이스라엘은 바로 그 '정치적 메시지'를 폭력으로 짓밟은 것이다.

3부: 침묵의 공모자, 위선의 제국 – 미국

이스라엘의 이러한 무법적 만행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가? 그 해답은 명확하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국제 사회의 비판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자처해왔다. 이번 GSF 나포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이러한 부끄러운 역할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선택적 분노와 노골적인 이중잣대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의 행위를 '해적질', '테러',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동안, 미국 정부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백악관이나 국무부의 공식 논평에서는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나포 행위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평화안'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이는 국제법과 인도주의의 위기보다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항행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군함을 파견하는 나라다. 그러나 유독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구호선의 항행의 자유를 공해상에서 폭력으로 짓밟을 때, 미국의 '항행의 자유' 원칙은 선택적으로 실종된다. 이는 미국의 외교 정책이 보편적 가치가 아닌, 철저한 이중잣대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사전에 백악관에 구호선단 보호를 촉구했으나, 행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거부권 남발:UN에서의 비호

미국의 비겁한 침묵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더욱 노골적인 '공모'로 이어진다. 미국은 이스라엘 관련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수십 년간 거부권(Veto)을 남발하며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 1972년 이래 미국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최소 53회 이상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근 가자 전쟁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국제 사회의 압도적인 휴전 요구를 번번이 거부권으로 무산시켰다.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기 위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 결의안이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의 찬성을 얻어도, 미국의 단독 반대로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안보리를 무력화시키고 국제 평화 유지라는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다. 이는 이스라엘에게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름없으며, 사실상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외교적 폭력이다.

군사적 지원: 살상의 무기를 공급하는 손

미국의 지원은 외교적 비호를 넘어선다. 미국은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군사 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한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사용하는 폭탄과 미사일, 전투기는 대부분 미국산이거나 미국의 기술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가자 지구에서 수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동안,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단순히 이스라엘의 동맹국임을 넘어,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살상 행위의 직접적인 조력자임을 의미한다. GSF 나포와 같은 사건에서 이스라엘이 보여주는 자신감의 근원에는 바로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재정적 지원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따라서 가자 지구의 비극과 국제 구호선단을 향한 폭력의 책임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그들의 손에 무기를 쥐여주고 등 뒤를 받쳐준 미국에게도 똑같이 물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정책 결정자들의 행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4부: 침묵을 깨는 세계의 함성 – 국제 사회의 분노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행위와 미국의 비겁한 침묵 속에서도, 세계의 양심은 죽지 않았다. 국제 구호선단(GSF) 나포 사건은 전 세계적인 분노를 촉발시켰고, 각국 정부와 시민 사회는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나섰다.

각국 정부의 강력한 규탄

- 튀르키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산적질(banditry)"이자 "테러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공해상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펼치는 선단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라고 밝혔다. 이스탄불 검찰은 나포된 자국민과 관련하여 '자유 박탈', '운송 수단 납치', '고문' 등의 혐의로 이스라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구호선단이 이스라엘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는 더 나아가 이를 "국제법에 반하는 범죄 행위"라고 칭하며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이번 나포를 "네타냐후에 의한 국제 범죄"라고 비난하며, 자국에 남아있던 이스라엘 외교관 전원을 추방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명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구금된 모든 활동가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 기타 유럽 국가들: 영국 정부는 "매우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자국민의 안전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의 행위를 비판하고 구금된 이들에 대한 영사 보호를 요구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로마, 밀라노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거리로 나선 세계 시민들

정부의 공식적인 비판과 더불어, 세계 각지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스탄불, 아테네, 로마, 베를린, 마드리드,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가자는 혼자가 아니다",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각국 정부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반응은 GSF의 항해가 결코 실패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비록 그들의 배는 가자 해안에 닿지 못했지만, 그들이 던진 인류애와 연대의 메시지는 전 세계 양심 있는 시민들의 마음에 가닿아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작은 배들을 나포할 수는 있었지만, 압제에 저항하고 고통에 연대하는 인류의 정신까지는 결코 가둘 수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결론: 야만의 시대를 넘어, 정의를 향한 항해는 계속되어야 한다

국제 구호선단(GSF) 나포 사건은 21세기 국제 관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쪽에는 최소한의 국제법규와 인간의 도리마저 내팽개친 채 폭주하는 이스라엘의 야만성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야만성을 힘의 논리로 비호하며 위선적인 침묵을 지키는 미국의 공모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봉쇄된 감옥에서 죽어가는 수백만 명의 절규가 있다.

이스라엘은 안보를 명분으로 모든 폭력을 정당화하지만,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분유와 의약품이 어떻게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가? 진정한 위협은 하마스가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진 점령과 봉쇄, 그리고 비인간적인 억압 그 자체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을 뿐, 결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안보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가자 지구에 대한 불법적인 봉쇄를 풀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존엄과 권리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이라는 수사 뒤에 숨어 국제 사회의 정의와 양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전쟁 범죄를 묵인하고, 거부권이라는 외교적 폭력으로 국제 사회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행태는 세계의 지도국이라는 미국의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는 자해 행위일 뿐이다. 진정한 동맹이라면,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갈 때 따끔하게 질책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맹목적인 지지와 비호를 계속한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범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 사회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각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하고 실질적인 제재를 통해 국제법 위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유엔은 거부권에 의해 마비된 안보리의 한계를 넘어, 총회와 인권이사회를 통해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록 GSF의 배는 멈춰 섰지만, 정의와 인류애를 향한 항해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전 세계 시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스라엘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 자국 정부에 대한 압박 등을 통해 이 거대한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절망의 바다를 건너려 했던 500여 명의 용기 있는 활동가들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 모두가 각자의 '구호선'이 되어야 한다. 가자 지구의 봉쇄가 완전히 풀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그날까지, 우리의 항해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중해의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은 듯 보였던 인류애를 건져 올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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