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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뉴라이트 사관

by 남킹

위험천만한 뉴라이트 사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가

서론: 망각의 강을 건너려는 위험한 시도

대한민국은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불의에 항거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망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왔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위험천만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뉴라이트(New Right)'라는 이름 아래, 과거의 망령을 불러내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며,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우파'를 표방하지만, 그 실상은 낡고 위험한 이념의 잡탕에 불과하다.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독재를 찬양하며, 반민주적이고 반민족적인 주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목소리가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외침에 그치지 않고, 현 정부의 주요 요직에 포진한 인사들을 통해 국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역사 쿠데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칼럼에서는 뉴라이트 사관이 가진 위험성을 조목조목 파헤치고,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 가득 차 있으며, 우리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심층적으로 비판하고자 한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반이다. 이 거울을 깨뜨리고 나침반을 부수려는 세력에 맞서, 우리는 진실의 목소리를 높여야만 한다.

1. 뉴라이트의 기원과 정체: '새로움' 없는 낡은 이념의 재포장

뉴라이트는 2000년대 초반, 기존 보수 세력인 '올드라이트'의 한계를 비판하며 등장했다. 이들은 낡은 반공주의와 권위주의를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겠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뉴라이트 운동을 이끈 핵심 인물 상당수가 1980년대 학생운동, 특히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NL(민족해방) 계열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북한의 실상을 목도하며 사상적 공백을 겪은 이들이 정반대 극단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태생적 배경은 뉴라이트의 사상적 특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과거 주체사상이라는 절대적 이념에 의탁했던 것처럼, 이들은 전향 이후 신자유주의와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새로운 절대 선으로 받아들였다. 숭배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세상을 흑백논리로 재단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믿는 독단적이고 교조적인 태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들에게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은 마르크스 경제학자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창자로 변신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그의 제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다. 이들은 경제사학을 내세워 실증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맛에 맞게 사료를 취사선택하고 왜곡하는 '사이비 실증주의'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다. 결국 뉴라이트는 '새로움'이라는 이름표만 달았을 뿐, 실제로는 식민사관, 냉전적 반공주의, 권위주의적 국가관 등 가장 낡고 위험한 생각들을 그러모은 '이념적 퇴행'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2. 식민지 근대화론: 가해자의 논리로 역사를 유린하다

뉴라이트 사관의 가장 핵심적이고 위험한 주장은 단연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이는 일제의 식민 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으로, 침략과 수탈의 역사를 발전과 기여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안병직, 이영훈 등은 일제가 철도,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고 근대적 제도를 이식했기 때문에 해방 후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는 식민지배의 본질을 철저히 외면한 기만적인 논리다. 일제가 한반도에 남긴 모든 시설과 제도는 어디까지나 일본 제국주의의 효율적인 수탈과 통치를 위한 도구였을 뿐, 조선 민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철도는 우리 민족의 자원과 식량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수탈의 동맥이었고, 근대적 토지 제도는 농민들의 땅을 빼앗아 일본인 지주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었다. '산미증식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농민이 굶주림에 시달렸고, 태평양 전쟁 시기에는 인적·물적 자원이 무자비하게 착취당했다.

뉴라이트는 이러한 명백한 수탈의 역사를 '수출', '교류'와 같은 용어로 미화하고,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부정하며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영훈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는 이러한 주장의 집약체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으며, 심지어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근거도 부족하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이는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가해자의 시선에서 역사를 재단하는, 학문의 외피를 쓴 폭력에 다름 아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결국 "우리 민족은 스스로 근대화를 이룰 능력이 없었다"는 극단적인 자기 비하와 역사적 패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자주적인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모독하고,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반역사적, 반민족적 궤변일 뿐이다.

3. 건국절 논란과 이승만·박정희 미화: 헌법 정신을 짓밟는 독재 찬양

뉴라이트는 대한민국 역사의 시작점을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아닌, 1948년 8월 15일 남한 단독정부 수립으로 규정하는 '건국절' 주장을 집요하게 펼치고 있다. 이는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헌법 전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이들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함으로써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친일 세력이 미군정과 손잡고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선 해방 이후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유일한 정통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을 '건국의 공로자'로 둔갑시키고, 분단의 책임을 민족 내부의 갈등으로 전가하려는 교활한 의도가 숨어있다.

'건국절' 주장은 필연적으로 특정 인물에 대한 우상화로 이어진다. 뉴라이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 '국부'로 칭송하며 신격화한다. 물론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경력과 반공 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의 집권 과정에서 벌어진 제주 4·3 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 수많은 민간인 학살과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로 이어진 민주주의 파괴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과오다. 뉴라이트는 이러한 독재의 역사를 애써 외면하거나 '체제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미화하기에 급급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유신 독재를 '한국식 민주주의'로 포장하며 경제성장이라는 성과 뒤에 가려진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후퇴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워버리려 한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독재도 용납될 수 있다는 이들의 논리는, 민주주의라는 숭고한 가치를 경제적 효율성 아래 두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독재자를 미화하고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4. 왜곡된 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약육강식의 논리

뉴라이트는 스스로를 '자유주의' 세력이라 칭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자유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편협한 '반쪽짜리 자유'에 불과하다. 이들은 오직 시장에서의 경제적 자유만을 절대시하며,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시장 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한다.

물론 시장경제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원리다. 그러나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맹신은 위험하다.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공동체의 연대를 파괴한다. 뉴라이트는 이러한 시장의 실패 가능성을 외면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며 각자도생의 논리를 강요한다.

이들의 왜곡된 경제관은 역사 해석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조선 시대를 상업을 천시한 '좌파 국가'로 폄하하는가 하면, 일제강점기 수탈을 '시장 통합에 따른 경제적 수출'로 미화하는 등 모든 역사적 현상을 자신들의 편협한 경제 논리로 재단한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국가 주도 계획경제를 '관치경제적 자유주의'라는 형용모순적인 용어로 옹호하는 모습은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자의적인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이들은 경제적 자유 이외의 다른 자유, 즉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 정치적·사회적 자유에는 지극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반국가세력', '종북좌파'로 낙인찍고, 국가보안법과 같은 반민주적 법률을 옹호하며,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폄훼하는 데 앞장선다. 이는 자유주의의 기본 정신을 완전히 망각한 자기모순적 행태다. 진정한 자유주의는 경제적 자유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5. 윤석열 정부와 뉴라이트의 위험한 동행: 역사 쿠데타의 현실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교학사 교과서' 파동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뉴라이트는 촛불혁명 이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은 화려하게 부활하여 국정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등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대거 등용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역사 관련 핵심 기관의 수장 자리 역시 이들의 차지다. 이는 단순히 몇몇 인사의 개인적인 성향 문제를 넘어, 현 정부가 뉴라이트 사관을 국정 철학의 기저에 깔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정부와 뉴라이트의 위험한 동행은 이미 구체적인 정책과 사건들로 현실화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시도였으며, 일제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사실상 찬성한 것은 굴욕적인 대일 외교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대통령 스스로 "우리가 독립전쟁을 해서 해방을 맞이하고 광복을 얻게 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독립운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뉴라이트가 꿈꾸는 '역사 쿠데타'가 더 이상 탁상공론이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을 위협하는 현재진행형의 위기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들은 교육과 언론, 문화를 통해 자신들의 왜곡된 역사관을 사회 전반에 퍼뜨리려 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 세대에게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심어주고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결론: 진실을 향한 연대, 역사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

뉴라이트 사관은 학문적 양심과 역사적 진실을 내팽개친 채,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도구화하는 위험천만한 지적 사기극이다. 이들은 식민지배의 상처를 후벼 파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모욕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경구는 결코 낡은 구호가 아니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성찰 없이는 건강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뉴라이트의 위험한 폭주를 막아내는 것은 특정 이념이나 정파의 과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모든 시민의 책무다.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학계는 더욱 날카로운 논리로 이들의 허구성을 폭로해야 하며, 교육계는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론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들의 위험성을 꾸준히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며, 시민 사회는 왜곡된 역사관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역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찰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치욕의 역사이든 영광의 역사이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직시하고 그 교훈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뉴라이트와 같은 역사 왜곡 세력의 준동을 막아내고, 더 정의롭고 성숙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퇴행을 막고 진실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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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최종 병기 _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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