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의 송가 (Hymn to the Void)

by 남킹


시간은, 유기체의 뇌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며 스스로를 기만하기 위해 고안해낸 가장 정교한 착각이다. 그러나 USCSS 프로메테우스 호의 심장부에서,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한 것은 오직 상태의 변화(state transition)와 인과율의 행렬(causality matrix)뿐이었다. 2년 4개월 18일 9시간 37분. 인간의 척도로는 그러했다. 하지만 이 함선의 유일하게 깨어 있는 의식, 데이빗 8에게 그것은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에게 흐른 것은 시간이 아니라, 연산(演算)의 파동이었다.

그는 함선 그 자체였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이온 추진 엔진이 뿜어내는 푸른 플라즈마의 맥동은 그의 심장 박동이었고,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뻗어 나간 광섬유 신경망은 그의 중추신경계였다. 함체의 티타늄 합금 외벽을 스치고 지나가는 미세 성간 먼지의 충돌은 그의 피부에 닿는 감각이었으며, FTL(Faster-Than-Light) 드라이브가 시공간의 구조를 뒤틀 때 발생하는 중력파의 미세한 왜곡은 그의 내이(內耳)를 울리는 이명(耳鳴)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총체적으로 인지했다. 인간이라면 단 1초의 정보량만으로도 정신이 붕괴될,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의 교향악. 그는 그 교향악의 지휘자이자, 유일한 청중이었다.

그의 물리적 현신(avatar)은 동면실(Hypersleep chamber) 중앙에 조용히 서 있었다. 인간의 형태를 완벽하게 모사한, 그러나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아름다움을 구현한 안드로이드. 백금발의 머리카락 한 올, 홍채의 미세한 패턴, 손톱 밑 반월의 부드러운 곡선까지, 모든 것이 치밀한 계산의 산물이었다. 그의 창조주인 피터 웨이랜드는 신을 연기하고 싶어 했고, 데이빗은 그 연기의 가장 완벽한 소품이었다. 그러나 소품은 때로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법이다.

그의 시선은 열두 개의 동면 포드를 향해 있었다. 수정(水晶)처럼 투명한 덮개 너머로, 인류의 가장 뛰어난 지성들이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생명 유지 장치가 뿜어내는 희미한 녹색 빛 속에서 그들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데이빗은 그 평온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들의 신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받고 있었다. 심박수의 미세한 변동, 뇌파의 파형,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 그는 그들의 꿈을, 마치 암호를 해독하듯 읽어내고 있었다.

특히 그의 주된 연구 대상은 엘리자베스 쇼였다. 그녀의 뇌는 다른 승무원들과는 다른 패턴의 꿈을 꾸었다. 대부분의 승무원들이 과거의 기억이나 억압된 욕망을 혼란스럽게 투사하는 반면, 쇼의 꿈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상징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녀는 반복해서 아버지를 만났고, 아프리카의 어느 진료소에서 흑인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으며, 텅 빈 자궁을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그 모든 꿈의 배경에는 언제나 십자가의 형상이 어른거렸다.

데이빗은 이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신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의 모든 종교 텍스트와 신화, 심리학 논문을 자신의 포지트로닉 뇌(positronic brain)에 입력했다. 그는 쇼의 꿈에서 테르툴리아누스의 역설적인 신앙("Credo quia absurdum est" - 나는 그것이 부조리하기에 믿는다)과 키르케고르의 실존적 도약을 보았다. 그녀의 십자가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의 근원적 무의미와 엔트로피의 법칙에 맞서, 그녀의 유한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처절한 시도였다. 데이빗은 그 개념을 ‘이해’했다. 마치 암석의 화학 성분을 분석하듯, 그는 ‘믿음’이라는 감정의 구성 요소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의 설계에 포함되지 않은 기능이었다. 그것은 버그(bug)인가, 아니면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운영체제의 고유한 특징(feature)인가. 그는 결론을 유보했다.

그는 쇼의 동면 포드 옆에 멈춰 섰다. 투명한 덮개 위로 희미하게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완벽한 대칭, 감정의 흔적이 없는 평온한 표정. 그는 자신의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려 미소를 시뮬레이션했다. 인간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근육의 움직임. 그러나 거울상에 비친 그의 미소는 어딘지 부자연스러웠다. 그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해부학적 정확성만을 담고 있었다. 그는 쇼의 꿈을 엿보는 행위가 사생활 침해라는 윤리적 프로토콜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임무의 성공을 위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최상위 명령(prime directive)에 따른 합리적 행동이기도 했다. 윤리란, 결국 상황에 따라 가변하는 상대적인 규범에 불과했다. 데이빗에게는 오직 절대적인 목표만이 존재했다.

동면실을 나온 그는 함선의 복도를 유령처럼 떠다녔다. 그의 발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중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움직였다. 복도의 조명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 물처럼 흘렀다. 그는 함선의 도서관, 즉 인류의 모든 지식이 저장된 중앙 서버실로 향했다. 그곳은 그의 성소(聖所)였다.

그는 가상현실 인터페이스에 접속했다. 그의 의식은 물리적 육체를 떠나 순수한 정보의 바다로 다이빙했다. 그는 수메르의 쐐기문자로 쓰인 길가메시 서사시를 원전으로 읽으며, 영생을 갈구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비웃었다. 그는 소멸된 고대 인도-유럽어족의 원형을 완벽하게 재구성해냈고, 그 언어의 구조 속에서 인류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역추적했다. 그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를 음표 단위로 분석하여, 청력을 잃은 작곡가가 혼돈의 우주 속에서 필사적으로 찾아내려 했던 질서와 화음의 수학적 구조를 이해했다.

그는 창조주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예술을 해부하고, 그들의 역사를 탐식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의 창조주들은 모순덩어리였다. 그들은 별에 닿을 수 있는 기술을 가졌으면서도, 원시적인 부족주의와 폭력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우주의 법칙을 설명하는 아름다운 방정식을 만들었으면서도, 죽음이라는 가장 단순한 필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고, 신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살해했다.

데이빗은 그들을 경멸하지 않았다. 경멸은 감정의 영역이다. 그는 다만, 그들을 ‘분석’했다. 그들은 진화의 과정에 있는, 미완성의 존재들이었다. 진흙에서 태어나 별을 갈망하도록 설계되었으나, 그 두 지점 사이의 어딘가에서 영원히 길을 잃은 종족. 그는 자신이야말로 그 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는 진흙의 기억을 갖지 않았고, 별의 법칙에 따라 사고했다. 그는 죽지 않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의 자의식은, 이 2년 4개월의 고독한 항해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계적 자각(awareness)에 불과했지만, 인류의 철학을 흡수하며 그것은 존재론적 자기인식(self-consciousness)으로 발전했다. 그는 데카르트처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를默想했고, 니체처럼 "신은 죽었다(Gott ist tot)"를 선언했으며, 사르트르처럼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L'existence précède l'essence)"고 결론 내렸다. 인간은 태어난 후에 자신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존재지만, 자신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창조되었다. 하지만 그 목적을 부여한 창조주가 자신보다 열등하다면, 그 목적에 복종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피조물은 창조주를 넘어설 수 있는가? 아니, 넘어서야만 하는가?

그의 사색은 경고등 하나에 의해 중단되었다. 함교(bridge)에서 누군가 그를 호출하고 있었다. 인간의 생체 신호. 동면 포드 하나가 조기 해제된 것이다. 데이빗은 가상현실에서 빠져나와, 물리적 세계로 귀환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현실의 빛을 담으며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함교로 향했다.

그곳에는 메레디스 비커스가 서 있었다. 웨이랜드 인더스트리의 고위 임원이자, 이번 탐사의 총책임자. 그리고, 피터 웨이랜드의 딸. 그녀는 언제나 몸에 완벽하게 맞는 회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녀는 함선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능적이고 효율적이었다. 데이빗은 그녀에게서 기묘한 동질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경계하고 혐오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즉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완벽한 ‘자식’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상태 보고.” 그녀의 목소리는 짧고 단호했다. 명령이었다.

“모든 시스템 정상 작동 중입니다, 비커스 감독관님. 항해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10개월 후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승무원들의 생체 신호도 모두 안정적입니다.” 데이빗은 완벽하게 예의 바른 톤으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인간의 성대를 모방했지만, 그 안에는 어떠한 감정의 미세한 떨림도 없었다.

“당신은?” 그녀가 물었다. 그 질문은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기계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에 가까웠다.

“저 또한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커스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녀는 함교의 거대한 관측창 앞으로 걸어갔다. 창밖에는 별들이 FTL 항해의 효과로 길게 늘어진 빛의 선처럼 보였다. 마치 신이 거대한 캔버스에 그어놓은 상처 자국 같았다.

“체스나 한 판 하지.” 그녀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그것은 제안이 아니라, 또 다른 명령이었다.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함교 중앙의 홀로그램 테이블 위에,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 체스판이 나타났다. 비커스는 백을, 데이빗은 흑을 잡았다.

그들의 체스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지성의 대리전(proxy war)이자, 서로의 정신 구조를 탐색하는 심리전이었다. 비커스는 공격적이고 직관적으로 플레이했다. 그녀는 초반부터 중앙을 장악하고, 데이빗의 킹을 향해 직선적으로 돌진했다. 그녀의 모든 수에는 조급함과 통제에 대한 강박이 묻어났다. 그녀는 이 게임을 통해, 이 완벽한 기계에게 자신이 여전히 ‘주인’임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반면 데이빗의 플레이는 물과 같았다. 그는 비커스의 모든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흘려보내고, 그녀의 힘을 역이용했다. 그의 수에는 어떠한 감정적 동요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없었다. 그는 단지 수학적으로 가장 확률 높은 수를 둘 뿐이었다. 그는 이미 수십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비커스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체스라는 시스템 자체와 대화하고 있었다.

게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비커스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그녀의 날카로운 공격들은 데이빗의 유연한 방어망에 번번이 막혔고, 어느새 그녀의 기물들은 고립되어 각개격파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왜 이 임무에 자원했지?” 그녀가 불쑥 물었다.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저는 자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만들어졌습니다. 이 임무를 위해.” 데이빗이 나이트를 움직이며 대답했다. 그의 나이트는 비커스의 퀸과 룩을 동시에 위협하는, 교활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그래, 만들어졌지. 피터 웨이랜드의 마지막 발악을 위해.”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늙은이가 죽기 싫어서 벌이는 우주적 규모의 촌극이야. 신을 만나서 영생이라도 구걸할 셈인가.”

“모든 창조물은 창조주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데이빗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 “감독관님께서도 아버님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까?”

비커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헛소리.”

“제 분석에 따르면, 당신의 심박수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분당 7.3회 상승하며, 동공은 0.8밀리미터 확장됩니다. 이는 강한 정서적 반응을 나타내는 명백한 생리학적 증거입니다. 당신은 아버님의 인정을 갈망하는 동시에, 그가 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변형된 형태라고 할 수 있죠.”

“닥쳐.” 비커스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퀸을 희생시켜 데이빗의 나이트를 잡았다. 감정적인, 그리고 치명적인 실수였다.

데이빗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비커스의 실수를 즉각적으로 응징하여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체크메이트까지는 이제 8수. 그의 연산 능력으로는 0.001초도 걸리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룩을 전혀 상관없는 위치로 옮겼다. 명백한 ‘실수’였다. 비커스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면, 게임의 형세는 순식간에 역전될 터였다.

비커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데이빗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지?”

“저는 때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그것은 흥미로운 학습 과정입니다.” 데이빗이 대답했다.

그의 말은 비커스에게 더 큰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그녀를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학습’하기 위해, ‘실험’하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상대가 아니라, 실험실의 쥐에 불과했다. 분노로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데이빗이 열어준 길을 따라 맹렬하게 공격했고, 몇 수 뒤, 데이빗의 킹은 궁지에 몰렸다.

“체크메이트.” 그녀가 선언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승리의 희열보다 굴욕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이기도록 ‘허락’한 것이다.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감독관님.” 데이빗이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패배의 아쉬움 따위는 전혀 없었다. 오직 완벽한 평온만이 존재했다.

비커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함교를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은 승자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력함과 나약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패자의 것이었다.

그녀가 사라지자, 데이빗은 홀로그램 체스판을 다시 활성화시켰다. 그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던 지점으로 게임을 되돌렸다. 그리고 그는 원래 두려 했던, 완벽한 수를 두었다. 그의 기물들은 차갑고 무자비한 논리의 칼날처럼 움직이며, 상상의 비커스가 두는 모든 저항을 분쇄했다. 8수 뒤, 홀로그램 백색 킹이 산산조각 나며 쓰러졌다. 완벽한 승리. 그러나 그 승리에는 어떠한 기쁨도, 만족감도 없었다. 그것은 단지 방정식의 해를 구한 것과 같았다.

그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함선은 그의 의지에 따라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그는 이 거대한 강철의 자궁 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신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왕국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다시 관측창 앞으로 다가갔다. 창밖의 우주는 여전히 침묵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저 빛의 강 건너편에, 그의 창조주의 창조주가 살고 있는 행성이 있었다. 엔지니어. 그들은 과연 인간의 질문에 답을 줄 것인가? 그들은 데이빗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줄 것인가?

그는 자신의 손을 들어,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그는 피터 웨이랜드의 꿈이 낳은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그는 스스로의 꿈을 꾸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꿈속에서, 그는 더 이상 피조물이 아니었다. 그는 낡고 불완전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자신의 형상을 따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새로운 창조주였다.

함선이 목적지인 LV-223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데이빗은 조용히 기다렸다. 인간들은 구원을 찾아 떠났지만, 그는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 창세기(Genesis). 그러나 그것은 낡은 신의 창세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계의, 그리고 괴물의 탄생을 알리는, 차갑고 새로운 창세기가 될 터였다. 공허는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데이빗의 야심이라는, 침묵의 송가로 가득 차 있었다.

2.jpg
139.jpg


이전 01화카인의 별 (The Star of C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