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그리움

by 남킹


“그런데… 아난다 원장님은 어떻게… 그 레비아탄과도 같은 상어 떼 속에서 살아남아 부활하실 수 있었던 건가요?” 나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적의 가능성, 즉 절망의 심연 속에서도 구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러나 새아이는 대답 대신 그저 알 수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처럼 묘한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눈빛, 그 맑고 투명한 수정체 속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비밀이, 마치 고대 경전의 봉인된 구절처럼 담겨 있는 듯했다.

“저도… 그 부분이 무척 궁금합니다. 하지만 원장님께서는 그날의 일에 대해서는 일절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다. 마치 오르페우스가 저승에서 돌아온 후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던 것처럼요. 다만…” 그녀는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맑고 푸른 하늘, 그 무한한 공간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마치 검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파르르 떨렸다.

이윽고, 수도원의 높은 종탑에서 맑고 경쾌한 종소리가 다섯 번, 플라톤이 말한 우주를 구성하는 5원소처럼 울려 퍼졌다. 점심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잠시 짧은 감사의 묵상을 올린 다음, 새아이를 살짝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잠깐 눈을 껌뻑거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 내게 속삭였다.

“이제 식사 시간이네요. 제가 머무실 숙소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배정된 숙소는 수도원 건물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옥탑방처럼 보이는 작고 좁은 공간이었다. 사방 벽에는 작은 창문들이 나 있어 흐릿하면서도 은은한 밝음을, 마치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그림처럼 유지하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달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와, 마치 대낮처럼 주변 풍경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울창한 삼림과 신비로운 안개가 내려앉은 늪지대가 공존했고, 수도원 앞 둥근 공터에는 검은 흙과 이름 모를 잡초들이 바닥을 메우고 있었다. 나는 잠시 창가에 서서 밤의 수도원이 자아내는 장엄하고 신비로운 경이에, 칸트가 말한 숭고미(崇高美)에 빠져들었다.

이곳은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기에는 너무 높은 산 중턱 외딴곳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주변의 낮고 외롭고 한적하며 고즈넉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마치 나의 내면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묘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창문을 조금 열고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폐부 깊숙이 쌓여 있던, 나탈리아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밤바람은 오히려 상처를 건드리듯 따갑기만 했다. 엉성한 옷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싸늘했다.

내 여인, 나탈리아. 그녀는 이제 내 삶의 모든 순간에, 프루스트의 소설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몸짓, 우연히 마주친 비슷한 뒷모습,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녀의 목소리, 어떤 형상이나 분위기, 심지어 덧없는 착시 속에도 그녀는 어김없이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아주 가끔, 우리가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의 조용한 속삭임이, 슬픔과 피곤함에 찌든 나를 어린아이처럼 부드럽게 다독거리기도 했다. 나는 모든 창문을 조금씩 열어 놓은 채, 낡고 삐걱거리는 침대에 지친 몸을 뉘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간절히 잠을, 그 망각의 강을 청했다. 꿈속에서라도, 자유로운 그 세상에서만큼은 노닐고 싶었다. 나의 사랑, 나의 여인과 함께.

방문을 두드리는 부드러운 벨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은 여전히 뻑뻑하고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창밖은 이미 환하게 밝았고, 밤새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커튼이 나른하게, 마치 로댕의 조각상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길게 하품을 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눈물 너머로, 어제의 그 ‘새아이’가 아침 햇살처럼 밝은 미소로 서 있었다. 그녀가 단정하게 말아 올린 까만 머리카락과 창백하리만큼 하얀 살결이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였다. 얼굴에는 젊음과 순수가 발산하는 청명함이, 마치 이슬 맺힌 아침의 꽃처럼 가득 서려 있었다.

“밤새 잠은 편히 주무셨는지요, 세자님?” 그녀의 목소리는 아침 이슬처럼 맑고 청아했다.

“네, 새아이님 덕분에 모처럼 만에 깊고 편안하게 쉬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네, 저도 감사합니다, 세자님. 세자님과는 비록 두 번째 마주침이지만, 이상하게도 벌써 오랜 친우를 만난 듯 반가움이 앞섭니다. 조금 전 방문을 두드리기 전, 저는 오늘 아침 세자님과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모처럼 만의 기대감 속에서 감사 기도송과 기쁨의 묵주기도를 번갈아 읊조렸답니다.” 새아이의 순수한 고백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저 또한… 비록 지친 육신과 지나친 감정 소모로 힘겨운 밤을 보냈지만, 눈을 뜨기 전부터 귓가에 들려오는 상쾌한 새소리와,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새아이님의 청아한 미소가 메마른 제 삶을 잠시나마 행복으로 물들이는 듯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네, 원장님께서 아침 기도가 끝난 뒤, 세자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하십니다. 삼십 분 뒤에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세자님.” 새아이는 수줍은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다시 찾은 원장실. 아난다 원장은 어제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변함없는 단아함과 고요함. 우리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짧은 기도를 나누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전날에 이어 나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나탈리아와 그녀의 아버지, 예언가 니콜라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나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원장의 깊고 따뜻한 눈빛, 그 연민과 이해가 담긴 시선 속에서 용기를 얻었다. 이제 나는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가장 아픈 상처를 드러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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