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과 탐욕의 기록

by 남킹


남극의 얼어붙은 섬, 그곳은 망각된 신들의 악몽이 응고된 백색의 지옥이었다. 인간의 오만방자한 발길이 그 영겁의 정적을 찢어발긴 순간, 재앙은 이미 끈적한 피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섬의 유일한 포식자, <앤탁틱디오스흡혈박쥐>는 펭귄의 차갑고 비린 피 대신, 인간의 뜨겁고 농밀하며, 공포로 양념된 피맛에 게걸스럽게 눈을 떴다. 굶주린 박쥐 떼는 마치 살아있는 부패물처럼 방한복의 미세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눈꺼풀과 입술, 귓불 같은 연약한 살점을 톱니 같은 이빨로 찢고 파고들었다.

뜯겨나간 살점 아래로 하얀 뼈가 드러났고, 뜨거운 피는 얼음 위로 역겨운 분수처럼 솟구쳤다.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통과 함께 터져 나온 비명은, 얼어붙은 대기를 찢으며 메아리쳤으나 곧 놈들의 게걸스러운 흡혈 소리에 묻혔다. 공황에 빠진 촬영팀은 너덜너덜해진 살덩이를 부여잡고, 내장이 흘러내리는 동료를 짓밟으며 보트로 기어올랐지만, 그들의 혈관 속에는 이미 죽음의 유충이 꿈틀거리며 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블린에 도착한 BBC 다큐팀은 90일 후,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형태로 하나둘씩 무너져 내렸다. 피부는 검붉은 반점으로 뒤덮여 액화되기 시작했고, 살은 물컹한 젤리처럼 흘러내렸다. 눈과 코에서는 부패한 피고름이 썩은 과일즙처럼 흘러내렸고, 터진 농포에서는 구더기가 꿈틀거렸다. 살점이 녹아내리며 뼈가 드러나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그들은 검고 끈적한 피를 토하며 창자가 꼬이고 터져나가는 듯한 절규 속에 죽어갔다.

<디오스 바이러스>, 그 이름은 곧 살아있는 부패, 움직이는 시체를 의미했다.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유럽 대륙으로, 그리고 마침내 전 세계로. 죽음의 사신은 비행기를 타고 대륙을 넘나들었고, 불과 몇 달 만에 1억의 인구가 살덩이와 피고름, 그리고 내장 찌꺼기를 쏟아내며 증발했다.

1년 안에 10억이 역병의 제물이 되어, 구더기의 만찬이 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언은 피로 얼룩진 현실이 되었다. 국경은 부패한 시체 더미로 막혔고, 도시는 거대한 공동묘지이자, 살아있는 자들의 무덤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이 모든 피의 축제, 이 살과 뼈의 향연을 예견했다. 나는,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영악하고 냉혈하며, 신들조차 질투할 포식자였다. 썩은 내 나는 빈민가에서 쥐새끼처럼 자란 나는 일찍이 돈이 곧 피와 살점, 영혼까지 지배하는 권력임을 깨달았다.

불법 음란사이트와 도박 사이트는 검은 돈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흡혈 거머리였고, 나를 짓밟던 버러지들은 이제 내 발밑에서 피고름과 오물을 핥으며 연명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나는 루마니아, 피의 전설이 숨 쉬고, 고대의 악령들이 배회하는 음산한 땅으로 눈을 돌렸다.

루마니아의 까마귀 떼가 불길하게 선회하는 고딕 양식의 첨탑, 마치 지옥에서 솟아난 듯한 고성을 나는 헐값에 사들여 <블라드 체페슈>라는 이름의 피의 성채를 세웠다. 겉으로는 드라큘라 테마파크를 표방했으나, 그 심장은 부자들의 추악한 욕망과 뒤틀린 공포, 그리고 새디즘적인 쾌락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살아있는 구렁텅이였다.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성채, 살아있는 살점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전류가 흐르는 담장, 인간의 살점 맛을 아는 굶주린 늑대와 곰, 그리고 유전자 변형으로 탄생한 흉측한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숲, 그리고 숨 막히는 벨벳과 응고된 피처럼 붉은 카펫으로 장식된 비밀 카지노. 그리고 지하에는 나의 역작,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린 원초적 공포를 끄집어내 질겅질겅 씹어 삼키고, 그들의 영혼을 산산조각 내기 위한 미궁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트릭스처럼 빨강과 파랑, 두 갈래의 구멍은 희미한 생존의 가능성 혹은 내장이 뒤틀리고 정신이 붕괴되는 파멸로 이끄는 선택지였다. 틀리면 영원히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의 살점을 뜯어먹으며 미쳐가거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이 빚어낸 동굴은 살아있는 악몽, 그 자체였다. 벽은 축축한 내장처럼 꿈틀거렸고, 천장에서는 정체불명의 점액과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으며, 바닥에는 뼈 조각과 머리카락이 뒤엉켜 있었다.

<당신이 욕망하는 모든 추악함을, 그 어떤 금기도 없이, 오로지 선택받으신 분만.> 은밀한 초청장에 전 세계의 탐욕스러운 부자들이, 이미 영혼이 썩어 문드러져 구더기가 들끓는 시체들이나 다름없는 그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사냥하고, 도박하고, 미녀들과 뒤섞여 짐승처럼 음탕한 공포를 탐닉했다. 그들의 타락한 영혼에서 짜낸 피와 땀으로 내 스위스 계좌는 터질 듯 불어났다. 디오스 바이러스가 세상을 시체와 구더기로 뒤덮기 직전까지.

나는 이 날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 썩지 않는 식품, 고통을 망각시킬 마약, 영원히 타오를 듯한 연료, 그리고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고 효율적으로 도살할 무기. 그리고 태평양 외딴 섬에는 위장용 백신 연구소까지.

성 안 대형 TV는 바깥세상의 종말, 살점이 뜯기고 내장이 쏟아지며 피가 강물처럼 흐르는 아비규환을 24시간 생중계했다. 그리고 나의 비장의 무기,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이 제작한 아마겟돈 영화들. 이제 부자들에게 새로운 초청장을 보냈다.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1년간 안심하고 머무십시오. 선착순 100명. 당신의 마지막 피난처, 혹은… 새로운 지옥의 입구.>

사흘 만에, 공포에 질려 눈알이 튀어나올 듯하고, 오줌을 지린 악취를 풍기는 100명의 VIP가 도착했다. 성문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굳게 닫혔고, 전류는 인간을 잿더미와 녹은 지방 덩어리로 만들 만큼 최대로 올랐다.

우리는 완벽히 고립되었다. TV 속 세상은 피와 살점, 그리고 구더기가 뒤엉킨 지옥도였지만, 성안은 매일 밤 광란의 파티가 열렸다. 나는 이제, 그들의 피와 영혼, 그리고 이성까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먹을 준비를 마쳤다.

한 달이 지나자, 신선한 고기가 바닥났다. 통조림의 역겨운 기름 냄새와 방부제 맛에 질린 그들의 불만이 썩은 고름처럼 터져 나왔다. 나는 예상했다는 듯, 썩은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성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생존자들. 아직 젊고 살점이 토실토실하게 올랐으며, 눈빛에 절망이 가득한 놈들을 골라 바이러스 검사라는 명목으로 격리했다. 게임기와 TV, 단맛 나는 가공식품에 그들은 만족한 돼지, 곧 내장이 발라지고 살점이 도려내질 운명의 가축으로 변해갔다.

주방에서 필요한 ‘신선한 고기’ 양이 전달되면, 격리실 관장은 선택된 ‘가축’들을 마치 도살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오른 짐승처럼 ‘살균실’로 질질 끌고 갔다. <살균실>이라는 차가운 명패 아래, 재스민 향은 곧이어 터져 나올 비명과 피비린내, 그리고 내장 터지는 소리를 감추기 위한 역겨운 위장이었다. 그들은 향기로운 독가스 속에서 눈알을 뒤집고 허파가 찢어지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항문과 입으로 피와 오물을 쏟아내며 저세상으로 갔다.

나체가 된 시신은 기계적으로 ‘해체실’로 옮겨져, 마치 정육점의 돼지처럼 부위별로 정교하게 절단되고, 뼈는 발라내졌다. 그날 저녁, 특별한 ‘짐승’으로 만든, 아직 미세하게 경련하는 핏물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랐다. 사람들은 핏물이 흥건한 살덩이를 게걸스럽게 입안에 욱여넣으며 짐승 같은 신음과 함께 황홀경에 빠졌다.

“천상의 맛! 이토록 부드럽고 달콤한 고기는 처음이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피로 물든 찬사와 함께, 뼈를 발라먹는 사진으로 도배되었다. 육회, 피순대, 아직 온기가 남은 간으로 만든 파테, 뇌수로 만든 푸딩, 안구 젤리... 그들은 점점 인간의 살점에, 그 금단의 맛에 미쳐갔고, 서로의 접시를 탐내며 으르렁거렸다.

성은 점차 진짜 드라큘라의 소굴, 피와 살점, 그리고 광기로 뒤덮인 지옥으로 변해갔다. 사방에 검붉고 끈적한 피를 뿌리고, 방부 처리한 인간의 뼈와 내장, 그리고 뜯어낸 피부로 장식했다. 벽에는 잘린 손과 발, 그리고 성기가 매달려 마치 기괴한 트로피처럼 흔들렸고, 천장에서는 안구가 적출된 해골들이 샹들리에처럼 매달려 텅 빈 눈구멍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역한 피비린내와 살 썩는 냄새, 그리고 달콤한 부패향이 뒤섞인 공기에 익숙해진 그들은 기괴한 변화를 게걸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들의 눈은 탐욕과 광기로 번들거렸고, 이빨은 날카롭게 갈린 듯했으며, 입가에는 항상 말라붙은 피딱지와 정체불명의 살점이 묻어 있었다.

이제 지하 미궁, 공포의 심연을 공개할 때였다. 그들의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산산조각 낼 시간.

어느 날, 성의 모든 통신을 차단했다. TV에서는 내가 제작한 가짜 뉴스가 흘러나왔다.

<미국 주요 도시 핵 피폭... 전 세계 핵전쟁 발발... 모든 통신 두절... 생존자 없음... 방사능 낙진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공포에 하얗게 질린 눈들이 TV에 고정되었다. 사방에서 울음과 절규, 그리고 실성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단상에 올라 그들을 안심시켰다.

“이곳은 안전합니다. 지하 벙커는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우리는 최후의 인류입니다!” 광적인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들의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게걸스럽게 집어삼켜, 내 광기의 연료로 사용했다.

카지노 판돈을 올리고, 모든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특히 신선한 생고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불만이면 썩 꺼져라. 뼈와 살이 녹아내리는 방사능 지옥으로. 단, 다시는 이 피의 낙원으로 돌아올 수 없다.>

불만 세력의 우두머리 알베르를 불렀다. 그의 눈은 이미 공포와 의심으로 흐릿했고, 온몸에서 식은땀과 지린내가 풍겼다.

“외부 상황을 직접 보고 싶나?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그는 기다렸다는 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애로운 포식자의 미소를 지으며 그를 지하 통로로 안내했다. 물론, 인간의 정신을 갈가리 찢어놓고, 영혼을 구더기처럼 파먹기 위해 설계된 공포 테마파크, 나의 걸작으로.

모니터실에서 나는 알베르를 지켜봤다. 집사는 그에게 차갑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설명했다.

“10단계의 미궁, 각 단계마다 빨강과 파랑 구멍. 하나는 다음 단계, 하나는 원점 회귀. 정답은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당신의 공포가, 우리의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마디. “입구에 놓인 약은 진정제입니다. 극심한 공포를 느끼면 드십시오. 물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그건 진정제가 아니라, 공포를 수백 배 증폭시켜 뇌수를 태워버리고,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무너뜨릴 환각제였다. 공포를 더욱 예리하게 벼리는 칼날, 정신을 산산조각 내는 망치였다. “한번 들어가면 출구는 단 하나, 산 채로 돌아 나올 수 없습니다. 당신의 살점은 우리의 귀한 재산이 될 것입니다.”

알베르가 축축하고 비린내 나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식도 같은 동굴에 들어서자 육중한 쇳문이 쾅 닫히며 그의 첫 비명을 삼켰다. 안내 방송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혹은 능글맞은 광대의 목소리로 울렸다.

“블라드 체페슈 지하 동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디, 당신의 정신이 산산조각 나고, 육신이 갈갈이 찢기길!” 그는 본능적으로 빨간 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다. 검붉은 조명 아래, 벽에서는 짐승의 털과 인간의 머리카락, 그리고 정체불명의 살점이 뒤엉켜 꿈틀거렸고,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은 사람의 피와 기름이었다. 바닥에는 미끌거리는 내장과 부러진 뼈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알베르는 내장이 터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지만, 출발점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약효가 돌자, 벽의 살점들이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바닥의 뼈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파란 구멍으로 들어서자 살을 에는 냉기가 엄습했다. 바닥에 고인 핏물이 얼어붙어 칼날처럼 솟아 있었고, 갑자기 바닥이 꺼지며 알베르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 위로 비명과 함께 미끄러졌다. 그의 살점이 찢겨나가며 피분수가 솟았고, 그는 다시 출발점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축하 방송이 그의 찢어진 살점 위로 조롱을 퍼부었다.

“1단계 통과! 축하드립니다, 신선한 고깃덩어리! 당신의 고통은 우리의 즐거움!”

물에 빠진 생쥐처럼 허우적대며 피와 오물을 뒤집어쓴 알베르를 보며, 나는 어린 시절 쥐 대가리를 짓씹으며 느꼈던 그 황홀한, 피와 뇌수가 터지는 감각을 떠올렸다. 침이 고였다. 내 안의 가장 원초적인 포식 본능이 깨어나 포효했다.

“저놈이 죽으면, 대가리만 장작불에 구워 오늘 저녁 내 메인 요리로 올려. 화염에 그을린 두피, 뇌수가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 그리고 공포에 질려 터져버린 안구가 일품이겠군.” 셰프는 흥미롭다는 듯, 혹은 극도의 공포에 질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맛을 다셨다. 동굴이 끈적한 피와 오물, 그리고 정체불명의 유충들로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다. 알베르는 우물 같은 웅덩이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미끄러운 벽은 그의 손톱을 부러뜨리고 살점을 헤집을 뿐이었다.

나는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밧줄이 내려오고, 그는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겨우 기어 나왔다. 다시 2단계 입구. 세 번째 약을 삼킨 그는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과 함께 자신의 살점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의 동공은 극도의 공포와 환각으로 완전히 풀려 있었고, 입에서는 의미 없는 거품과 피를 질질 흘렸다.

알베르는 4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자신의 내장을 끄집어내 씹어먹다가 살균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시신은 이미 반쯤 훼손되어 있었지만, 남은 살점은 귀한 식재료가 되었다. 나는 그의 마지막 발악과 정신 붕괴가 담긴 동굴 영상을 카지노 TV에 틀었다.

<블라드 체페슈 실시간 서바이벌! 그가 선택할 구멍은? 맞추면 베팅액만큼 추가 지급! 그의 절규에 베팅하라! 그의 영혼이 부서지는 순간을 즐겨라!>

휴대용 베팅 리모컨이 지급되었다. 처음엔 소수만 섬뜩한 표정으로, 혹은 역겨움을 참으며 참여했지만, 내가 조작한 결과에 몇몇이 피 묻은 돈다발을 거머쥐고 광적인 환호성을 지르자 순식간에 광적인 열기는 전염되었다. 돈이, 피와 살점이 튀는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빈털터리가 된 자들은 차례로 동굴로 보내졌고, 그들의 살점과 뼈는 새로운 고기가 되어 식탁에 올랐다. 이웃이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외면한 채 그들은 피의 게임에 미쳤다. 그들은 이제 인간이 아니었다. 피와 살점에 굶주린 짐승, 혹은 그보다 못한, 영혼까지 타락한 존재들이었다.

입주민이 절반쯤 줄어들어 서로의 살점을 탐하고, 밤마다 서로를 사냥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마지막 계획을 실행했다. 음식에 환각제 양을 치사량 직전까지 늘리고, 노골적으로 사람의 팔다리를 잘라 아직 꿈틀거리는 채로 식탁에 올렸다. 식수에도 피와 뇌수를 섞어 공급했다.

<비축 식품 완전 고갈. 이제부터는 서로가 서로의 식량이다.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은 피비린내와 광기, 그리고 살점 썩는 악취와 내장 끓는 소리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목을 물어뜯고, 내장을 파헤치며 뜨거운 피를 탐닉했다. 그들은 서로의 눈알을 파먹고, 뇌수를 빨아먹었다. 진정한 뱀파이어, 혹은 그보다 더 끔찍한, 인간의 형상을 한 악마들의 탄생이었다. 성은 인간 도살장이자, 피와 내장의 향연이 벌어지는 지옥 그 자체로 변했다.

나는 집사, 조종사와 함께 이 아수라장을 뒤로하고 조용히 성을 빠져나와 헬기에 올랐다. 발아래 펼쳐진 나의 왕국, 피와 광기로 뒤덮인, 서로를 물어뜯는 인간 지옥도를 내려다보며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연쇄 폭발. 화염은 거대한 혓바닥처럼 성을 핥으며 모든 것을 녹이고 태웠다. 단말마의 비명과 살 타는 냄새가 뒤섞여 하늘로 치솟았다. 맹렬한 불길 속에서, 나의 왕국은 재가 되어 흩날렸다.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열기 속에서, 나는 내 성이 거대한 무덤으로, 피와 살점이 뒤엉킨 거대한 묘비로, 그리고 내 광기의 기념비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줌 연민조차 사치였다. 그들은 모두 내 계획의 일부, 소모품, 내 위대한 예술 작품의 재료에 불과했으니까.

요트를 타고 태평양의 무인도로 향했다. 위장 백신 연구소, 실은 나의 안락한 낙원이었다. 관리인 할머니와 젊고 매혹적인, 하지만 어딘가 공허하고 짐승 같은 눈빛의 여인이 나를 맞았다. 고급 저택, 에메랄드빛 바다, 완벽한 고립. 나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신선한 해산물과 달콤한 열대 과일, 그리고 최고급 와인으로 만찬을 즐기고 깊은 잠에 빠졌다. 만족감과 피로감에 젖어.

그런데 목과 발목의 따끔거림과 함께 끔찍한 악취, 그리고 수십 개의 날카로운 침이 살을 파고드는 감각에 눈을 떴다. 시커먼 형체, 아니 수백 개의 형체가 내 얼굴 위에서 퍼덕이며 내 목에, 내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불을 켜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박쥐!

<앤탁틱디오스흡혈박쥐>!

그들의 눈은 탐욕스러운 핏빛으로 번뜩였고,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내 피가 흘러내렸다. 유리문으로 미친 듯이 몸을 날렸지만, 깨진 유리는 기다렸다는 듯 내 경동맥을 갈랐다. 분수처럼 솟구치는 내 피,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타인의 생명력을 담았던 바로 그 붉은 액체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굶주린 악귀처럼 달려드는 박쥐들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졌다. 그들의 작은 이빨들이 내 살갗을 찢고, 신경을 갉아먹으며, 뜨거운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감촉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들은 내 눈꺼풀을 찢고 안구를 파먹으려 했고, 내 콧구멍과 귓구멍으로 기어 들어오려 했다. 피가 얼굴을 뒤덮고 몸이 굳어갔다. 사지가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 최고의 천재이지 않은가! 이 우주의 정점에 선 포식자!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어찌 보면 안 오는 게 이상했다. <앤탁틱디오스흡혈박쥐>는 내 따뜻하고 맛있는, 그리고 오만과 광기로 가득 찬 피에 환장하고 있었다. 나는 공포와 분노, 그리고 처절한 억울함으로 뒤섞인 비명을 질렀다.

천재의 최후? 아니, 이것은 오만한 포식자의 당연한 말로였다. 내가 뿌린 피의 씨앗이, 마침내 나를 삼키러 온 것이다! 다만, 그 날이 예상보다 빨리 왔다는 데에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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