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종 아카데미로 부쳐진 그의 논문은, 병 속에 담아 망망대해로 띄워 보낸 조난자의 편지와도 같았다. 그것은 세상의 응답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영원히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된 기도의 산물이었다. 원고가 그의 손을 떠난 순간, 루소는 거대한 허탈감과 함께 극심한 지적 산후통(産後痛)에 시달렸다. 뱅센으로 가는 길의 떡갈나무 아래에서 그를 덮쳤던 신적(神的) 계시의 광휘는 이제 희미한 잔상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냉혹한 현실의 공기가 폐부를 채웠다. 그는 자신의 다락방, 그 지성의 자궁이자 고독의 감옥 속을 끝없이 서성였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의 중대함을, 그 지적 방화(放火)의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이제야 비로소 전율과 함께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헤파이스토스가 판도라의 상자를 빚어냈듯,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재앙의 가능성을 세상에 풀어놓은 것이다.
테레즈 르바쇠르는 그의 이 지적인 조울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세계는 잿물의 농도와 리넨의 마름 상태, 빵의 가격과 땔감의 잔량 같은, 견고하고 구체적인 현실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었다. 그녀에게 루소의 고뇌는 그저 원인 모를 열병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의 불면의 밤에 말없이 물수건을 갈아주었고, 그의 굶주린 아침에 따뜻한 우유를 탄 커피를 내밀었다. 그녀의 침묵과 무지는, 역설적이게도 파리의 그 어떤 명민한 지성도 줄 수 없는 위안을 그에게 제공했다. 그녀의 존재 앞에서 그는 예언자도, 철학자도 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저 한 명의 고단한 남자, 그녀의 보살핌이 필요한 연약한 유기체일 뿐이었다. 그녀의 뭉툭하고 갈라진 손이 그의 이마를 짚을 때, 그는 자신의 머릿속을 들끓게 하는 모든 추상적 관념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력한 것인지를 느끼며, 대지(大地)의 자궁 속으로 회귀하는 듯한 원초적 평온에 휩싸이곤 했다.
그러던 1750년 7월의 어느 날, 운명의 전령이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디종 아카데미의 인장이 찍힌 두툼한 편지. 루소는 떨리는 손으로 밀랍을 부수고 양피지를 펼쳤다.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소리가 멀어지고, 오직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의 소리만이 굉음처럼 들려왔다. 그의 눈은 간결하고 공식적인 문장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의 논문, 『학문과 예술에 관한 담론(Discours sur les sciences et les arts)』이 만장일치로 현상 공모의 우승작으로 선정되었다는 통보였다.
그는 환희를 느끼지 않았다. 그 대신, 마치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처럼,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끝났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 고뇌와 분노를 공적인 진리로 공인받고 만 것이다. 그의 불온한 계약은 이제 세상과의 공식적인 계약으로 비준되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사상 뒤에 숨을 수 없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사상 그 자체가 되어, 그 사상의 모든 영광과 오욕을 온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다. 그는 예언의 무게에 짓눌린 요나처럼, 이 거대한 도시 니느웨의 타락을 외쳐야 할 운명의 멍에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파리는 이 새로운 예언자의 탄생에 열광했다. 루소의 논문이 인쇄되어 퍼져나가자, 그 파급력은 흑사병의 전파 속도에 비견될 만했다. 하루아침에, 장 자크 루소라는 이름은 모든 살롱과 카페, 심지어는 부인들의 침실(boudoir)에서까지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논문을 읽고 충격에 빠졌고, 분노했으며, 감탄했다. 계몽의 시대가 이룩한 모든 성취—뉴턴의 물리학, 로크의 철학, 볼테르의 문학, 라모의 음악—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 야만적인 선언에, 사람들은 매료되었다. 그것은 너무나 불온하고, 너무나 이단적이었기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파리는 권태에 빠져 있었고, 새로운 자극에, 새로운 스캔들에 굶주려 있었다. 루소는 그들의 이 지적인 허기를 채워줄 가장 완벽한 진미(珍味)였다.
그는 ‘산에서 내려온 곰(l'ours des montagnes)’이라 불렸다. 사람들은 그의 투박한 말투와 세련되지 못한 몸짓, 그의 타협하지 않는 직설적인 태도에서 ‘고귀한 야만인’의 원형을 발견했다. 그는 살아있는 역설, 걸어 다니는 아포리아(aporia)였다. 그는 가장 문명화된 도시의 중심에서, 문명의 허구성을 가장 야만적인 방식으로 폭로했다.
그를 향한 초청장이 셔틀콕처럼 날아들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문전박대당하던 무명의 발명가가 아니었다. 그는 모든 살롱이 탐내는 가장 진귀한 트로피였다. 마담 데피네(Madame d'Épinay), 마담 뒤 드팡(Madame du Deffand), 그리고 철학자들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담 조프랭까지, 당대의 모든 지적 권력자들이 그를 자신의 컬렉션에 추가하기 위해 경쟁했다.
루소는 이 새로운 세계 앞에서 혼란에 빠졌다. 그는 자신이 맹렬히 비난했던 바로 그 세계의 중심으로,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각배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초대를 거절하고 자신의 다락방에 은둔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철학자의 순수함과 함께,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속물(俗物)의 욕망이 뱀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의 적들이 모인 바로 그 심장부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처음으로 참석한 어느 후작부인의 살롱은, 그에게 마치 지옥의 전시장처럼 보였다. 수백 개의 촛불이 샹들리에의 크리스털에 반사되어 눈이 멀 듯한 빛을 뿜어냈고, 그 빛 아래에서 파리의 엘리트들이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었다. 공기는 향수와 땀, 왁스와 위선이 뒤섞여 숨 막히는 아로마를 형성했다. 벽에는 부셰(Boucher)와 프라고나르(Fragonard)가 그린, 살찐 큐피드와 분홍빛 살결의 나신(裸身)들이, 그들의 신화적 관능을 뽐내며 이 세속적인 향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화의 소음은 마치 곤충 떼의 날갯짓처럼, 의미 없이 윙윙거리며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는 구석에 서서, 이 기괴한 연극을 관찰했다. 남자들은 정교하게 수놓인 조끼와 다이아몬드 버클이 달린 구두로 자신의 부를 과시했고, 여자들은 가슴골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드레스와 머리 위에 새장을 얹은 듯한 기괴한 가발로 서로의 아름다움을 겨루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분과 연지로 칠해져, 살아있는 인간의 표정이 아니라 가면(masque)처럼 보였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보여줄 뿐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그가 논문에서 ‘쇠사슬 위의 꽃장식’이라고 명명했던 것의 실체임을 확인했다.
그때, 한 여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마르키즈 드 프랑쾨유(Marquise de Francueil), 루소의 후원자였던 뒤팽 부인(Madame Dupin)의 며느리였다. 그녀는 당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위험하며, 가장 지적인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테레즈의 대지적(大地的)인 건강함이나 ‘마망’의 모성적인 풍만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최고의 기술자들이 빚어낸, 완벽하게 계산되고 제어된 예술 작품이었다.
그녀의 피부는 도자기처럼 희고 매끄러웠지만, 그것은 분가루가 만들어낸 인공의 창백함이었다. 그녀의 뺨에는 정확한 위치에 연지가 발라져, 생기가 아니라 유혹의 기호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크고 검었으며, 그 주변은 먹으로 그린 듯한 아이라인으로 강조되어 깊이와 신비감을 더했다. 그러나 그 눈동자 속에는 진정한 감정이 아니라, 상대를 꿰뚫어 보고 분석하는 해부학자의 차가운 지성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의 드레스는 최고급 리옹 실크로 만들어져,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바다의 파도처럼 부드럽게 출렁였다. 드레스는 그녀의 몸을 감추는 동시에, 그 형태를 더욱 교묘하게 암시했다. 특히 그녀의 가슴은 코르셋에 의해 한껏 위로 밀어 올려져, 마치 제단 위에 바쳐진 두 개의 잘 익은 과일처럼, 보는 이의 시선을 무자비하게 강탈했다.
그녀의 몸에서는 사향과 앰버그리스, 그리고 그녀 자신의 살내음이 뒤섞인, 복잡하고 중독적인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자연의 향기가 아니라, 문명의 정수(精髓)를 응축한, 하나의 화학적 선언과도 같은 향기였다.
"무슈 루소,"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약간 허스키했으며, 모든 음절에 미묘한 아이러니가 실려 있었다. "당신은 마치 순결한 처녀들의 무도회에 끌려온 사티로스(satyr)처럼 보이는군요. 이 모든 것이 그렇게나 혐오스러우신가요?"
그녀의 말은 공격인 동시에 유혹이었다. 그녀는 그의 철학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것을 조롱하고 있었다.
루소는 당황했지만,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대꾸했다. "마담, 사티로스는 적어도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지요. 이곳의 신사숙녀들처럼, 덕성의 가면 뒤에 자신의 추악함을 숨기지는 않습니다."
마르키즈는 그의 대답에 만족한 듯,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은방울이 구르는 듯 맑았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금속성이 느껴졌다. "아, 정직함! 정말이지 제네바다운 덕성이군요. 하지만 무슈, 정직함만큼 지루한 미덕도 없답니다. 문명의 위대함은, 우리가 자연 상태의 야만을 얼마나 정교하게 위장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 아닐까요? 당신이 입고 있는 이 옷도, 당신의 정직한 나신(裸身)을 가리는 위선의 첫 단계가 아니던가요?"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벨벳 조끼의 옷깃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가락은 차갑고 가늘었다. 그 예기치 않은 접촉에, 루소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마치 뱀이 자신의 몸을 스르르 감고 올라오는 듯한, 불쾌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마력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그를 살롱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난 작은 곁방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책과 악보로 가득 찬, 좀 더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달콤한 헝가리산 토카이 와인을 권하고는, 그의 옆에 바싹 다가앉았다.
"당신의 글을 읽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정말 감동적이었죠. 마치 타락한 로마의 심장에서 설교하는 원시 기독교 순교자의 목소리 같았어요. 당신은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우리의 원죄를 상기시키죠. 우리 여자들은 모두 그런 순교자를 유혹해서 타락시키고 싶은, 못된 욕망을 품고 있답니다. 그것이 바로 이브의 본성이니까요."
그녀의 말은 신학적 논의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지극히 세속적이고 육감적인 유혹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인류의 원죄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그것을 개인적인 변덕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으로 격상시키고 있었다.
그녀의 무릎이 그의 무릎에 닿았다. 그녀의 어깨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왔다. 그녀의 향기가 그의 모든 감각을 점령했다. 루소의 머릿속에서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도망쳐라. 이 여자는 뱀이다. 그녀는 네가 비난한 모든 것의 화신이다. 그녀는 너의 철학을 시험하고, 너를 파괴하려는 세이렌이다.
그러나 그의 몸은, 그의 이성보다 더 정직한 그의 육체는, 이미 그녀의 유혹에 굴복하고 있었다. 그는 오랜 금욕 생활과 테레즈와의 단조로운 관계 속에서 억눌려왔던, 복잡하고 세련된 쾌락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는 이 문명의 독(毒)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맛보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이, 이토록 정교한 유혹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마치 귀한 보석을 감정하듯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그의 손바닥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그 부드럽고 축축한 감촉. 그것은 그의 모든 저항을 무너뜨리는, 항복의 인장이었다.
그녀는 그를 이끌고, 방의 더 깊숙한 곳, 벨벳으로 덮인 긴 의자(chaise longue)로 데려갔다. 그녀는 그를 앉히고,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마치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붓듯, 그녀는 그의 구두 버클을 풀고, 그의 발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의 스타킹 위로, 그의 발목과 종아리를, 마치 하프를 연주하듯 부드럽게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루소의 숨이 가빠졌다. 이것은 ‘마망’이 그에게 베풀었던 모성적이고 교육적인 애무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이것은 권력 관계의 완벽한 전복이었다. 파리 최고의 귀부인이, 시골뜨기 철학자의 발치에 엎드려 그의 육체를 숭배하고 있었다. 이 극도의 굴욕적인 자세 속에서, 그녀는 역설적으로 그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마드무아젤 람베르시에의 회초리 아래에서 느꼈던 것과 유사한, 그러나 훨씬 더 복잡하고 퇴폐적인 형태의 피학적 쾌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당신은… 당신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순수한 자연 그대로군요. 당신의 이 강인한 발목은 알프스의 바위를 뛰어다녔을 테고, 당신의 이 단단한 근육은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겠죠. 나는… 당신의 이 모든 것을 맛보고 싶어요."
그녀는 몸을 일으켜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 끈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자신의 화려한 옷 속으로, 실크와 레이스, 고래뼈 코르셋과 페티코트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미로 속으로 그를 초대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옷 속을 헤맬 때, 그는 마치 고고학자가 고대 유적을 발굴하듯, 겹겹의 문명의 층 아래에 숨겨진 그녀의 뜨거운 살결을 더듬어 찾아야 했다.
그들의 육체는 격렬하게 얽혔다. 그러나 그것은 두 영혼의 합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세계관의 충돌이었고, 두 의지의 전쟁이었다. 그녀는 그를 정복하려 했고, 그는 그녀에게 정복당하면서 동시에 그녀를 멸시했다. 그녀의 몸 안에서, 그는 파리의 심장부에서, 문명의 가장 깊은 곳에서 그것을 파괴하는 상상적 쾌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세련된 신음 소리 속에서, 이 모든 가식적인 세계의 종말을 듣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야만성으로 그녀의 문명을 더럽히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녀의 문명이 그의 순수함을 완벽하게 포획하고 있는 것이었다.
절정의 순간, 그의 눈앞에 테레즈의 얼굴과, 그가 버린 아이의 희미한 형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몸서리쳤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는 이 여인의 몸 안에서, 자신이 경멸하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되고 있었다. 그는 가면을 쓴 채, 또 다른 가면과 뒤엉켜 있었다. 그는 곰이었지만, 이제 그 곰은 스스로 만든 가면에 질식해가고 있었다.
그는 늦은 밤, 거의 도망치듯 그녀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파리의 밤거리는 그의 내면의 지옥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는 자신의 옷에 배어든 마르키즈의 잔향을, 마치 오물처럼 느끼며 몸서리쳤다. 그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다락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희미한 램프 불빛 아래에서 테레즈가 그의 셔츠를 바느질하다 말고,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그녀의 벌어진 입가로 침 한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순간, 루소는 무너져 내렸다. 그는 그녀의 발치에 엎드려, 소리 없이 흐느꼈다. 그는 방금 전까지 다른 여인의 발치에서 자신을 지배하던 바로 그 자세로, 이제 이 순박한 여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위선을, 자신의 타락을, 자신의 구원 불가능한 모순을 절감했다.
테레즈는 그의 울음소리에 잠이 깨어, 놀란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몸을 숙여, 그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끌어안았다. 그녀의 손이, 잿물에 거칠어진 그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루소는 그녀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진정으로 돌아가야 할 ‘자연’은, 알프스의 웅장한 풍경이나 원시 시대의 목가적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이 냄새나는 다락방에, 이 무지하고 순박한 여인의 용서와 침묵 속에 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루소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그는 자신의 칼을 팔았고, 흰 레이스 장식이 달린 셔츠와 비단 양말을 벗어던졌다. 그는 수수하고 거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더 이상 살롱에 나가지 않겠다고, 귀부인들의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생계를 위해, 정직한 노동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는 악보를 베껴 쓰는 필사(筆寫) 일을 시작했다.
그것은 그의 ‘개혁(réforme)’의 시작이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글로 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이 쓴 가면을 스스로 찢어버리고, 세상 앞에 자신의 맨얼굴을, 자신의 모순과 약점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이 결심은 그를 더 큰 고독과 더 큰 투쟁으로 이끌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알았다. 진정한 자유는, 세상의 인정이나 쾌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과 대면하는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그는 파리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가장 비참한 동시에 가장 위대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제 막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