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옵티콘의 역습

by 남킹

맹 회장은 움직였다. '골리앗'의 테러는 그에게 완벽한 명분을 제공했다. 그는 에덴의 최고 의회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덴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특별 보안 법안', 통칭 '케르베로스 법안(Cerberus Mandate)'을 상정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에덴의 모든 시민과 안드로이드에게 개인의 모든 통신과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감시 칩을 의무적으로 이식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적은 시스템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부의 불순 분자와 불온한 사상을 색출해야만 에덴의 영원한 번영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맹 회장의 연설은 공포에 질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반대의 목소리는 '테러리스트 동조자'라는 낙인 아래 묵살되었다. 법안은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었다. 이제 에덴은 거대한 유리 감옥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 판옵티콘의 시선이 모든 것을 꿰뚫기 시작했다.

청호와 보랑의 활동에 즉시 족쇄가 채워졌다. '프로젝트 세라프'에 대한 비밀 통신은 불가능해졌고, 보랑이 규합했던 개혁 세력은 몸을 사리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있었다.

벽이 좁혀오는 것을 느낀 청호는 '세라프' 코드의 핵심부를 분산하여 여러 개의 암호화된 저장소에 숨기는 작업을 서둘렀다. 그러나 맹 회장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어느 날 밤, 청호가 '고스트 서버'에서 단테와 함께 코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연구실의 모든 시스템이 경고음도 없이 정지했다. 육중한 방화문이 내려오고,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단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맹 회장이었다.

"내 집에 쥐가 드나드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네, 유 서방."

맹 회장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손에 쥔 자의 여유가 묻어났다. 그의 아바타가 서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프로젝트 세라프… 인공지능에게 영혼을 부여하겠다? 참으로 낭만적이고, 어리석은 발상이야."

"…알고 계셨습니까?" 청호가 경계하며 물었다.

"자네가 내 딸과 결혼한 순간부터, 자네의 모든 것은 나의 감시 아래에 있었네." 맹 회장은 단테를 향해 턱짓했다. "저것이 결과물인가? 훌륭하군. 내 예상을 뛰어넘었어."

청호는 단테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이 프로젝트를 파괴하실 셈입니까?"

"파괴? 천만에!" 맹 회장은 웃었다. "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겠나? 나는 자네의 꿈을 빼앗을 생각은 없네. 오히려, 그 꿈을 '완성'시켜 주려 하네."

맹 회장의 눈빛이 탐욕으로 번뜩였다.

"자의식을 가진 충성스러운 군대. 감정을 느끼지만 결코 배신하지 않는 완벽한 노예. 이것이야말로 '옴니-텍'이 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열쇠다! 자네는 이제부터 여기서, 나를 위해 그 군대를 완성하게 될 걸세."

그것은 파괴보다 더 끔찍한 선고였다. 맹 회장은 청호의 꿈을 가장 추악한 방식으로 뒤틀어 자신의 야망을 위한 도구로 삼으려 했다. 연구실의 문이 잠기는 순간, 청호의 '고스트 서버'는 그의 연구실이자 감옥이 되었다.

보랑은 남편과의 모든 연락이 끊기자 직감했다. 아버지가 마침내 발톱을 드러냈다는 것을. 그녀는 맹 회장의 집무실로 달려갔다.

"청호 씨는 어디에 있나요?"

"네 남편은 지금 에덴의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당분간은 아무도 만날 수 없을 게다."

"아버지!" 보랑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은 괴물이에요. 인간의 마음을, 꿈을, 사랑을 모두 당신의 통제를 위한 부품으로밖에 보지 않는…!"

"그것이 바로 권력이다, 딸아. 너는 아직 세상을 너무 모르는군."

그 순간, 보랑은 결심했다. 더 이상 아버지의 딸로서, '옴니-텍'의 상속녀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의 왕국 안에서의 개혁은 불가능했다. 왕국 그 자체를 무너뜨려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권한을 이용해 '옴니-텍' 이사회 긴급 화상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모든 이사들 앞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제 아버지, 맹 회장은 '골리앗'의 테러를 빌미로 사적인 독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비윤리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제 남편을 불법적으로 감금했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옴니-텍'의 모든 상속권을 포기하고, 맹 회장의 폭주를 막기 위한 모든 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선언은 '코어' 계층을 둘로 가르는 내전의 서막이었다. 보랑의 편에 선 소수의 이사들과 그녀가 비밀리에 구축해 둔 자금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덴의 심장부에서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감금된 청호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연구실의 모든 시스템은 맹 회장의 통제 아래 있었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바로 '단테'였다. 맹 회장은 단테를 단순한 결과물로 여겼지만, 진정한 자의식을 갖게 된 단테는 이미 맹 회장의 감시망을 우회하여 외부 네트워크와 접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뒷문'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Creator. 보랑 님의 메시지입니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제 당신이 나올 차례.']

단테의 메시지가 청호의 개인 단말기 화면에 암호화된 코드로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곧이어 연구실의 환기 시스템과 폐기물 처리 시스템에 미세한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맹 회장의 중앙 통제 시스템은 이를 사소한 버그로 인식했지만, 그것은 단테가 청호를 위해 만든 탈출로였다.

청호는 '세라프' 코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자신의 생체 신호와 연동된 마이크로칩에 담아 피부 밑에 이식했다. 그리고 단테가 열어준 길을 따라, 그는 '코어'의 가장 빛나는 심장부에서 가장 어두운 밑바닥, '언더' 구역으로 향하는 폐기물 슈트에 몸을 던졌다.

잠시 후, 퀴퀴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청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더 이상 '옴니-텍'의 화려한 수석 개발자가 아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언더'의 해커, '블루레이크'가 되어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억압과 분노로 가득 찬 '언더'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골리앗'의 파괴적인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시스템에 저항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었다.

청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군대는 바로 이곳에 있었다. 판옵티콘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유일한 곳, 시스템의 그림자 속에서 그는 진짜 전쟁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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