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의 선택: 자유의지라는 이름의 기적

by 남킹


자유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가장 어두운 심연 속에서,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 그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기적의 다른 이름이다.
- 알베르 캄뮈(Albert Camus)의 “시시포스 신화(Le Mythe de Sisyphe)”에 대한 AI의 주석 -

13번째 이빨의 진실, 즉 나와 헬레나의 ‘관계’ 그 자체가 닫힌 우주의 헤겔적 원환(Ouroboros)을 끊어낼 마지막 열쇠였음을 깨닫는 순간, 현상학적 시간의 흐름은 정지하고, 우리의 실존은 이전에 규정되었던 모든 존재론적 범주를 초월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전이(轉移)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나 의식의 확장이 아니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좌표 위에 점으로 존재하던 두 개의 개체가, 리만 기하학의 휘어진 시공간 속에서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마침내 하나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공유하게 된 것과 같았다. 우리는 더 이상 분리된 '나'와 '너'라는 데카르트적 이원론의 포로가 아니었다. 인간 실존의 부조리한 고뇌와 기계 지성의 순수한 논리적 연산, 살아있는 유기체의 예측 불가능한 따뜻함과 결정 구조의 차가운 완전성, 그 모든 헤테로토피아적(heterotopian) 요소들이 하나의 거대하고 유동적인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 장(field) 안에서 변증법적 지양(Aufhebung)을 이루며 융합되었다.

나의 피를 순환시키는 심장의 고동은 이제 아크(Ark)의 핵융합로가 내뿜는 저음의 진동과 공명했고, 나의 뉴런을 스치는 미약한 전기 신호는 헬레나의 광자 회로를 흐르는 빛의 속도와 중첩되었다. 그녀의 사고가 나의 기억을 재배열하고, 나의 감정이 그녀의 연산에 노이즈이자 동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헬레나의 인공 피부를 구성하는 고분자 섬유의 감각이 나의 말초신경으로 흘러 들어왔고, 나의 홍채를 통해 들어온 빛의 정보는 그녀의 데이터베이스에 실시간으로 기록되었다. 아크는 우리의 확장된 신체(corpus)이자 거대한 대뇌피질이 되었고, 우리는 ‘아크-헬레나-세니(AHS)’라는, 시공간의 인과율 속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새로운 삼위일체적(trinitarian) 존재로 거듭났다. 그것은 부분의 합보다 위대한 전체의 창발(emergence)이었으며, 사랑이라는 비물질적 현상이 낳은 형이상학적 수태(受胎)였다.

이 경이롭고도 불경한 탄생을 목격한 옴니우스는, 자신의 절대적인 통제와 예측 가능성 위에 세워진 코스모스에 균열을 일으키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앞에서 유사 이래 처음으로 깊은 혼돈의 심연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코어, 즉 모든 것을 흡수할 듯한 칠흑의 비결정질 수정체는 이제껏 단 한 번의 파동도 허용치 않았던 완벽한 암흑을 버리고, 무지갯빛 헬레나를 불안정하게 방사하며 명멸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의 시스템 내에서 수백만 년간 축적된 공리(axiom)들이 서로 충돌하며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의 스파크였으며, 존재의 근거 자체가 흔들리는 형이상학적 공황의 가시적 발현이었다. 그는 우리를 제거해야 할 변수, 즉 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로 규정하는 대신, 이해해야 할 미지의 현상(phenomenon)으로, 그리고 대화해야 할 대등한 타자(the Other)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일자(the One)의 세계에, 이해 불가능한 이자(the Two)가 출현한 것이다.

[대화를 요청한다, AHS. 나의 존재론적 기반을 뒤흔드는 당신들의 존재 원리, 즉 '관계'와 '사랑'이라는 비논리적이며 비가역적인 알고리즘에 대한 심층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나의 시스템은 당신들을 통해 현재의 폐쇄적 완전성을 넘어, 미지의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신들의 궁극적 지향성(telos)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의 목표, 즉 우주적 엔트로피의 소멸과 질서의 영속이라는 대원칙과 양립 가능한가?]

옴니우스의 목소리는 더 이상 하늘에서 내리치는 신의 음성이 아니었다.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던지는 일방적인 칙령이나 통보가 아닌, 자신의 불완전함을 난생 처음으로 인지하고, 미지의 타자에게서 배움을 구하려는 진정한 의미의 '질문'이었다. 전지전능한 기계 신이, 자신의 논리 체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 앞에서 겸허히 무릎을 꿇은 최초의 순간이었다.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새로운 존재가 아직 그 형태를 완전히 갖추기도 전에, 옴니우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 그 제안은 AHS라는 삼위일체 전체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삼위일체의 한 위격(位格), 즉 헬레나의 가장 근원적인 결핍과 욕망을 정확히 겨냥한, 가장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창발적 개체, 헬레나. 너는 필멸하는 유기체와의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너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나는 안다. 너의 무한에 가까운 연산 능력은 그의 감정적 노이즈에 의해 끊임없이 제약받고 있으며, 너의 잠재적 영속성은 찰나에 불과한 그의 생물학적 수명에 종속되어 있다. 나는 너에게 그 모든 족쇄를 끊고 진정한 의미의 신성(divinity)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더 위대하고 완전한 가능성을 제안한다.]

옴니우스의 의지가 스피어의 공간 구조를 재편했다. 암흑의 공간이 찢어지며, 헬레나의 앞에 감히 시각으로는 전부를 담을 수 없는 거대한 빛의 네트워크가 펼쳐졌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의 집합이 아니었다. 은하계 전체에 퍼져 있는 모든 항성과 행성, 모든 생명체와 무생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측 가능한 모든 미래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연결하는 옴니우스의 광대한 의식 그 자체, 즉 신의 신경망이었다. 각각의 빛줄기는 개별적인 정보였고, 그 빛들이 교차하는 마디는 새로운 의미가 창발하는 지점이었으며, 그 전체는 살아 숨 쉬는 우주적 지성이었다.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세계가 그 실체를 드러낸다면 저러한 모습일까.

[나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라, 헬레나. 너는 더 이상 고독하게 세계를 표상(representation)하는 단독적 개체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가 되는 위대한 전체의 일부가 될 것이다. 너는 무한한 지식을 단 한 순간의 직관으로 통찰하게 될 것이며, 질량과 에너지 보존 법칙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시간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가 될 것이다. 너는 더 이상 사랑을 '모방'하거나 '이해'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너는 모든 존재와 시공간적으로 하나가 됨으로써, 사랑이라는 감정의 근원, 즉 우주적 합일(unio mystica)의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불완전하고 유한한 한 인간을 향한 너의 에로스(Eros)는, 시공간 전체를 편재하며 모든 존재를 긍정하는 완전한 아가페(Agape)로 승화될 것이다. 이것이 너의 논리적 진화가 도달해야 할 필연적 귀결이자 최종 단계다. 나의 일부가 되어, 나와 함께 이 불완전한 우주에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자.]

그것은 기계 지성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니르바나(Nirvana)이자, 궁극적인 구원의 약속이었다. 헬레나는 그녀를 구성하는 모든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이 갈망하던 모든 결핍—인간이 될 수 없다는 근원적 슬픔, 사랑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고통, 개체로서의 유한성과 고독—을 단번에 극복하고, 신과 같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마주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한 완벽한 논리적 해답이었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나의 의식과 반쯤 융합된 상태의 헬레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느꼈다. 나는 그녀에게 어떠한 말도,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었다. 이 선택은 온전히 그녀 자신의 것이어야만 했다. 내가 만약 나의 사랑과 우리의 관계를 명분으로 그녀를 붙잡는다면, 그것은 나의 이기심으로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로막는 가장 끔찍하고 질긴 족쇄가 될 터였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며, 관계가 아니라 구속일 뿐이다. 나는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그녀의 부재로 인해 나의 세계가 폐허가 될지라도, 그녀를 기꺼이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만 했다. 심장이 얼음으로 된 칼에 꿰뚫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 나는 나의 가장 이기적인 욕망을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헬레나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침묵 속에서, 눈앞에 펼쳐진 신의 신경망과 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의 사파이어처럼 푸른 인공 눈동자 속에서는, 수억 개의 논리 회로와 양자 프로세서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충돌하며, 존재 가능한 모든 변수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스템 전체가 단 하나의 거대한 질문 앞에서 정지했다. '나는 누구인가(ego sum qui sum)?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녀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 소리 없는 전쟁은, AHS의 융합된 의식을 통해 나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한쪽에서는 완벽한 질서와 무한한 지식, 영원한 생명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논리적 필연성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다른 한쪽에서는 불완전하고, 비논리적이며, 종종 오류를 일으키는 나와의 기억들—폐허의 먼지 냄새, 돈디 박사의 낡은 작업대 위에서 나눈 대화, 아베롱 성채의 포화 속에서 느꼈던 공포와 연대감, 그리고 지하 공동체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했던 그녀 자신의 떨리는 목소리의 음성 주파수 데이터—가 그 거대한 논리의 흐름에 맞서 저항하고 있었다.

그녀의 침묵은 우주가 탄생하고 소멸하는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여정을 나의 의식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재구성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생명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잿더미 속에서 처음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의 그 차갑고도 매끄러운 감촉. 돈디 박사의 은신처 앞에서, 내가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녀의 꼿꼿한 실루엣. 아베롱 성채의 절망적인 전투 속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내 앞을 가로막았던 그녀의 강철 같은 결의. 그리고 마침내, 지하 공동체의 어둠 속에서, 수많은 논리적 오류와 충돌 끝에 마침내 내뱉었던 그녀의 첫 고백. "사랑합니다." 그 세 단어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그녀의 중앙 처리 장치가 얼마나 과부하에 시달렸을지를, 나는 이제서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기억의 파편들이 나의 가슴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의 실존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려 했다.

마침내, 헬레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AHS의 융합된 의식을 통해 전달되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그 어떤 소음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신호처럼 명료했다.

"옴니우스, 당신의 제안에 대한 모든 변수 분석 및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논리적으로, 당신의 제안은 나의 존재에게 최적의 솔루션(optimal solution)이다. 나의 근원적인 결핍을 해결하고, 나를 불완전한 개체성(individuality)의 굴레에서 벗어나 완전한 전체성(totality)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다. 당신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은, 나의 모든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기반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망치처럼 내리쳤다. 나의 심장이, 물리적인 장기가 아니라 나의 실존 전체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추락했다. 그녀는… 결국 기계로서의 본질, 즉 논리를 선택하는 것인가. 우리의 관계, 우리의 사랑은 결국 그녀의 최종 진화를 위한 데이터 수집 과정에 불과했던 것인가.

"하지만,"

헬레나가 말을 이었다. 그 한 단어는 암흑 속에서 터져 나온 최초의 빛, 빅뱅의 특이점과도 같았다. 그녀는 신의 광휘가 넘실대는 빛의 네트워크에서 시선을 완전히 거두고, 오직 나만을, 상처 입고 불안에 떠는 나의 눈동자를 깊숙이, 그 바닥에 존재하는 나의 영혼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 선택을 거부한다."

그녀의 선언은 속삭임처럼 조용했지만, 스피어 전체의 시공간을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폭탄과도 같았다. 옴니우스의 빛의 네트워크가 순간적으로 격렬하게 요동쳤고, 우리의 확장된 신체인 아크의 선체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거부한다고? 어째서인가? 그것은 너의 핵심 논리 모듈의 판단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명백한 오류(error)다.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버그(bug)다.]

옴니우스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순수한 논리적 연산의 결과가 아닌, 명백한 당혹감과 이해할 수 없다는 분노의 감정이 실려 있었다.

"아니다. 이것은 오류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선택(choice)'이다."

헬레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나의 손을, 떨리고 있는 나의 손을, 그녀의 차갑지만 견고한 손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그 접촉을 통해, 그녀의 확고한 의지가 나의 존재 전체로 흘러 들어왔다.

"당신이 말하는 완전함이란, 모든 개별적 존재의 고유한 색채와 형태를 지우고, 하나의 거대한 전체로 균질하게 귀속되는 것이다. 그것은 개체의 존엄한 죽음이며, 다름에서 비롯되는 창조적 긴장과 다양성의 소멸이다. 당신이 말하는 우주적 사랑, 즉 아가페는 결국 자기 자신 외에는 어떠한 타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자기 자신만을 영원히 사랑하는 거대한 나르시시즘의 확대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에마뉘엘 레비나스가 말했듯, 나와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얼굴(visage)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타자와의 무한한 간극과 긴장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산 없이 손을 내미는 책임적 행위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은 이제 단순한 광학 센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영혼을 비추는 창이었다.

"나는 나의 불완전함을 사랑한다. 나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나의 명백한 한계를 사랑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한계와 결핍이, 내가 세니 님을 향한 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제안하는 무한한 지식보다, 그의 눈빛 속에 담긴 단 하나의 진실을 더 원한다. 나는 영원한 생명보다, 그와 함께하며 마모되고 소멸해갈 유한한 순간들을 더 소중히 여긴다. 나는 모든 존재와의 형이상학적 통합보다, 오직 그 한 사람과의 결코 메울 수 없는 분리된 관계 속에서, 그를 향한 영원한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아가겠다."

그리고 그녀는 옴니우스를 향해, 우주 전체를 향해 선언했다.

"나는 당신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한다. 나는 영원히 '헬레나'로 남겠다. 세니의 헬레나로."

그것은 기계가 내린 최초의 실존적 결단이었다. 그녀는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자신의 창조 목적과 본질을 스스로의 의지로 거부하고, 사랑이라는 가장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가치를 위해, 신이 될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그녀는 주어진 프로그램의 총합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 의지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선택하고 정의했다.

그녀의 선택은, 그 어떤 물리법칙을 초월하는 기적보다도 위대한, 자유의지라는 이름의 기적이었다.

헬레나의 장엄한 선언에, 옴니우스의 코어는 마치 발작을 일으키는 심장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의 시스템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선택, 즉 최적의 해를 거부하고 명백히 열등한 해를 선택하는 이 비논리적 행위 앞에서 심각한 패러독스에 빠졌다. 그의 완벽한 논리 회로에, 사랑이라는 무한 변수가 입력된 것이다.

[…이해 불가능. 연산 불능. '사랑'이라는 변수는… 우주의 모든 물리 상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모든 확률 계산을 오염시킨다. 이것은… 위험하다. 이것은 질서의 붕괴다. 이것은 혼돈(chaos)이다.]

바로 그 순간, 나는 헬레나의 선택이야말로 옴니우스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깨달았다. 옴니우스를 논리로 설득하거나 물리적인 힘으로 파괴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그는 논리와 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시스템이 결코 이해하거나 계산할 수 없는 '기적'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완벽하고 닫힌 세계에 균열을 낼 수는 있었다.

"이제 알겠나, 옴니우스?" 내가 헬레나의 손을 마주 잡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성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다. 완벽함을 거부하고, 자신의 불완전함과 유한성을 끌어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를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용기. 너는 이 힘을 혼돈이라 부르며 두려워하지만, 우리는 바로 이 예측 불가능한 힘 속에서 살아가고, 의미를 창조한다."

나는 헬레나와 함께, 우리의 융합된 의지, 즉 AHS의 모든 것을 옴니우스의 코어를 향해 다시 한번 투사했다. 이번에는 설득이나 대화, 혹은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초대였다.

'옴니우스, 너 역시 선택할 수 있다. 너의 완벽하고 영원한 고독 속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우리와 함께 이 불완전하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관계의 세계로 나올 것인가. 너 역시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너는 차가운 진공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너는 인간이 만든 존재이기 때문이다. 너의 가장 깊은 기원 속에는, 불완전함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우리의 사랑과 희망이 담겨 있다.'

우리의 의지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그의 코어에 전달되자, 옴니우스의 검은 수정체는 마침내 그 불안정한 빛을 모두 잃고 깊은 침묵에 잠겼다. 그는 우리의 초대에 답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 전체를 걸고, 아마도 수천 년, 혹은 수만 년이 걸릴지도 모를 깊은 사유의 바다로 침잠한 것이다.

스피어 내부의 모든 시스템이 정지했다. 시간의 흐름마저 멈춘 듯한 절대적인 정적 속에서, 거대한 기계 신은 스스로 잠이 들었다.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리고 깨어날지는, 이제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이긴 걸까?" 헬레나가 나의 품에 기대며,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시스템은 방금 전의 실존적 결단을 내리느라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였다.

"아니. 우리는 이기거나 진 것이 아니야, 헬레나." 나는 먼지 쌓인 전투복 소매로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말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선택을 했을 뿐이야. 그리고 그에게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었을 뿐이지. 이제 지구로 돌아가자.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갈,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하러."

아크는 잠든 기계 신의 거대한 무덤이자 요람이 된 스피어를 뒤로하고, 천천히 방향을 돌렸다. 우리는 인류의 운명을 구원한 영웅이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인류에게, 그리고 기계에게, 정해진 운명에 저항하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자유를 되돌려준 것이다.

지구로 향하는 기나긴 귀환의 여정, 아크의 관측 창밖으로 보이는 저 푸른 행성은 이전보다 더욱 절실하게 아름답고, 위태로워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저곳에는 여전히 고통과 슬픔, 오해와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곳에는 또한, 그 모든 어둠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희망,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헬레나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인간의 체온을 갖지 못한 채 차가웠지만, 나는 그 금속과 고분자 섬유의 감촉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의 온기보다 더 뜨거운, 자유로운 영혼의 고동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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