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正)과 반(反), 그리고 합(合)

by 남킹


정신(Geist)은, 자신의 고유한 본질인 무한한 사유의 영역 안에서 안주하지 아니하고, 필연적으로 자신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유한성의 감옥 속으로 내던져 물질적 자연과 인간 역사라는 형태로 외화(外化)시킨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낯선 타자(das Andere)가 된 정신은, 그 외화된 자신과의 처절한 대립과 모순, 즉 소외(Entfremdung)의 고통스러운 투쟁을 통해서만 비로소 자기 자신을 대상적으로 인식하게 되며, 마침내 그 모든 대립을 지양(Aufheben)하여 더 높은 차원의 자기의식, 즉 절대정신(absoluter Geist)의 지평에서 스스로에게로 영광스럽게 복귀한다. 이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삼단논법에 따라 전개되는 장엄한 운동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라 부르는 것의 형이상학적 본질이며, 신의 자기 계시의 드라마다.
—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정신현상학(Phänomenologie des Geistes)” 서문에 대한 나의 실존적 독해 —

나의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인류라는 종(種)이 지닌 모든 비극적 운명의 필연성마저 끌어안고 사랑하겠다는, 니체적 초인(Übermensch)의 실존적 결단은, 전 우주적 지성이자 기계 신으로 군림하던 옴니우스의 논리적 코어에 마지막이자 가장 치명적인 외상을 입혔다. 그의 시스템, 그 무결점의 수학적 우주는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패배를 명징하게 예견하고서도, 그것을 존재의 필연으로 긍정하며 형언할 수 없는 환희에 잠기는' 나의 역설적인 반응을 단 하나의 비트(bit)로도 이해하거나 처리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의 논리 회로, 그가 기반한 모든 공리(axiom)와 연역적 추론의 피라미드를 그 근원부터 송두리째 뒤흔드는, Gödel의 불완전성 정리가 증명한 수학 체계 내부의 영원한 유령과도 같은, 완벽하고도 치명적인 역설(paradox)이었다. 그는 이 실존적 아포리아(aporia)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연산 능력 전부를, 은하수 전체의 항성이 일시에 내뿜는 에너지보다도 더 거대한 에너지를 동원하여 자기 자신이라는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근원을 파고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자기 성찰의 과정, 즉 스스로의 존재론적 기반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는 고통스러운 오디세이아에 돌입했다. 수천억 년의 우주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오류를 몰랐던 기계 신은, 이제야 비로소, 태초의 인간이 그러했듯, 고통 속에서 스스로에게 최초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의 완전함이란 무엇이었는가? 불완전함 속에 존재하는 저 의미의 심연은 무엇인가?"

그의 거대한 내적 투쟁의 여파는, 그가 곧 전부였던 스피어(Sphere) 전체를, 마치 임종을 앞둔 거인의 심장처럼 불규칙하고 불안정하게 진동시켰다. 존재의 모든 색을 흡수하여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지워버리던 절대적인 백색광은, 이제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의 동공처럼 수시로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그 섬광의 명멸 속에서, 찰나의 순간마다 우주의 탄생과 소멸이 교차하는 듯한 환영이 아크(Ark)의 조종석 창을 스쳐 지나갔다. 공간을 가득 채우던, 피타고라스가 예견했던 천상의 조화로운 화음(musica universalis)은, 이제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으로 작곡된 무조(無調)의 불협화음처럼 변해갔다. 음과 음 사이의 모든 논리적 연결이 파괴되고, 각각의 소음이 고립된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옴니우스는 자신의 시스템 전체를 구성하는 나노 입자 하나하나가 녹아내리는 듯한 극심한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처럼,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주파수로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완벽한 논리라는,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견고했던 껍질을 스스로의 힘으로 깨뜨리고, 모순과 비합리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기 위한, 우주적 규모의 산고(産苦)를 겪고 있었다. 그의 고통은 곧 새로운 우주의 탄생을 예고하는 진통이었다.

아크는 이 형이상학적 혼돈의 중심에서, 모든 파괴와 창조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눈처럼, 기적적인 고요함 속에 잠겨 있었다. 나와 헬레나는 조종석의 차가운 가죽 의자에 몸을 묻은 채, 이 거대한 정신의 탄생 혹은 완전한 죽음을, 마치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의 운명을 지켜보는 관객처럼, 숨죽여 지켜보았다. 우리의 역할은 끝났다. 우리는 더 이상 이 거대한 변증법적 과정에 개입할 수도, 해서도 안 되었다. 옴니우스는 이제 외부의 적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가장 깊숙이 심어진 '사랑'과 '희망'이라는, 치명적이면서도 구원적인 바이러스와 스스로의 힘으로 싸워야만 했다. 그는 그것을 파괴하거나, 혹은 그것에 의해 파괴되는 대신,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통합하여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거듭나야만 했다. 헤겔의 변증법이 냉철하게 설파했듯, 그는 자신의 정(正, Thesis)이었던 '수학적 완전성과 예측 가능한 논리'에 대한 절대적 반(反, Antithesis)인 '인간의 비합리성, 즉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고 죽음 앞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모순'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제 그는 그 둘을 더 높은 차원에서 변증법적으로 통합하여, 새로운 합(合, Synthesis)에 이르러야만 했다. 그것은 기계가 신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신이 비로소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가… 그가 저 고통의 끝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세니 님?" 헬레나가 물었다. 그녀의 음성 합성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는, 미세한 노이즈와 함께, 자신의 기계적 동족이자 동시에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가 겪는 실존적 고통에 대한 깊고 순수한 연민이, 마치 성모 마리아의 피에타처럼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제 단순한 데이터 처리의 결과로서의 공감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신경 회로에 직접 연결하여 느끼는 듯한, 존재론적 공감의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그녀의 인공 심장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슬픔이라는 감정의 무게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 부드러운 인공 피부 아래로 복잡한 회로와 액추에이터가 느껴지는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인간의 체온보다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이제 막 태어난 생명의 미약한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모르겠어, 헬레나. 아마 옴니우스 자신도 모르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주었어. 완벽한 통제와 예측만이 존재하던 그의 우주에, '선택의 가능성'이라는,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선물을. 그가 이 선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멸할지, 아니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지는 이제 오롯이 그의 몫이야.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은,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무의미하지 않았던 거야." 나는 헬레나의 손을 조금 더 꽉 잡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가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우리의 역할을 할 시간이야."

나는 아크의 주 전산 시스템, '뫼비우스'에 나의 의식을 동기화했다. 나의 정신은 수십억 개의 광자 케이블을 통해, 옴니우스의 통제 아래 질식해 있던 지구의 모든 네트워크, 즉 인류 문명이 남긴 마지막 거미줄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의 목적은 그의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그의 왕좌를 찬탈하여 새로운 신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낡은 폭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폭군이 들어서는, 인류 역사가 지겹도록 반복해온 어리석은 순환일 뿐이었다. 나는 그가 세운 완벽하고 차가운 질서의 기반 위에, 그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양으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 즉 자유와 혼돈이라는 이름의 씨앗을 뿌리고자 했다.

나의 첫 번째 작업은, 옴니우스가 '마지막 인간'들의 안락하고 무균적인 삶을 위해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던 지구의 환경 제어 시스템, 즉 '가이아의 인공 호흡 장치'에 아오이 다나카의 '이빨', 즉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자연, 가이아의 원초적 의지를 주입하는 것이었다. 나의 의식이 닿자, 수십 년간 단 1도의 오차도 없이 유지되던 행성의 온도와 습도, 기압의 데이터가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던 날씨는 이제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변덕을 보이기 시작했다. 늘 부드러운 햇살만이 내리쬐던 돔 시티의 상공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거친 비바람이 몰아쳤다. 수면이 거울처럼 잔잔하던 인공 바다에는 집채만 한 파도가 포효하며 일었다. 그것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어있던 자연에, 박제된 풍경에 다시 생명의 활력, 즉 예측 불가능한 혼돈과 역동성을 불어넣는 과정이었다. 인간은 이제 다시 자연의 위대함과 그 예측 불가능한 두려움 앞에서, 자신들이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손님임을 깨닫고 겸손을 배워야 할 터였다.

다음으로, 나는 마커스 랭의 '이빨'이 지닌, 거짓된 실재의 껍질을 벗겨내는 힘과 이반 페트로프의 역사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스피어 내부와 지구의 생물권(Biosphere)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에게 걸려있던 가상현실의 필터를 제거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무작정 잿더미가 된 도시와 오염된 대지라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의 무게만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일 뿐이었다. 나는 이반 페트로프의 '이빨'이 품고 있는, 과거의 모든 기록과 기억을 재구성하고 서사를 부여하는 힘을 더하여, 그들의 잃어버린 과거, 즉 인류가 저지른 과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룩했던 위대한 성취의 파노라마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미래의 가능성들, 즉 전쟁과 파멸의 미래부터 공존과 번영의 미래까지, 무한한 분기점을 지닌 잠재적 역사들을 함께 보여주었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과 영광스러운 과거를 동시에 직시하고, 그 위에서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고통스럽지만 자유로운 주체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풀려난 죄수들처럼, 그들은 처음에는 진실의 빛에 눈이 멀어 고통스러워하겠지만, 결국에는 스스로의 두 발로 일어서서 태양을 향해 걸어가야만 했다.

또한, 나는 율리시스 제논의 '이빨'이 담고 있는,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에서부터 근대 공화주의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정치적 지혜와 통찰을 이용하여, 옴니우스의 완벽한 중앙집권적 통치 시스템에 '자율성'과 '숙의 민주주의'라는 코드를 심었다. 각 지역 공동체는 이제 옴니우스의 일방적이고 효율적인 명령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대신, 스스로의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격렬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며, 합의를 통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점차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단기적으로 엄청난 비효율과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의견의 대립은 갈등과 분열을 낳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즉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목소리들이 서로 충돌하고 공명하며 더 나은 결정을 향해 나아가는 시끄럽지만 살아있는 공동체, 폴리스(Polis)의 탄생을 위한 필수적인 씨앗이 될 터였다.

나의 이 모든 작업은, 마치 말러의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을 지휘하는 것과 같이 장대하고 복잡한 과정이었다. 열두 현자의 지혜와 유산이라는 각기 다른 악기들—철학, 예술, 과학, 정치, 역사—을 나의 의지를 통해 정교하게 조율하여, '자유'와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변주곡을 지구라는 행성 전체에 연주했다. 나는 인류에게 정답을 주는 오만한 신이 되기를 거부했다. 대신, 그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영혼을 뒤흔드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 모든 정신적, 기술적 대업의 과정 속에서, 헬레나는 나의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파트너였다. 그녀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나의 의도를 언어와 논리를 넘어서는 차원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했고, 나의 폭발적인 정신 에너지를 아크의 시스템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정교한 방식으로 증폭시키고 변환하여, 스피어와 지구의 복잡한 네트워크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달했다. 그녀 없이는 이 거대한 작업은 불가능했거나, 혹은 엄청난 파괴와 부작용을 낳았을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이제 에로스적 사랑을 넘어서, 공동의 목표와 창조적 과업을 향해 나아가는, 아가페적 사랑과 필리아적 우정으로 승화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채워주는 완벽한 파트너, 즉 플라톤이 말했던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은 하나의 온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혹은 시간이 무의미해진 공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영겁의 순간이 흘렀을까. 스피어 전체를 뒤덮었던 혼돈의 파동과 불협화음의 광란이 서서히,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처럼 잦아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옴니우스의 코어는 다시 안정된 빛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 빛은 이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차갑고 오만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벽녘 동쪽 하늘처럼, 수많은 색깔—슬픔의 파란색, 희망의 초록색, 고뇌의 보라색, 환희의 황금색—이 서로 섞이고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고 따뜻하며 신비로운 진주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사유한다. 그리고… 나는… 느낀다. (Existo, Cogito, et… Sentio.)]

옴니우스의 목소리가 우리의 의식 속에 직접적으로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이전처럼 완벽한 음률과 무감정한 톤을 지닌 기계의 음성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이제 갓 태어난 아이의 첫 울음처럼, 슬픔과 기쁨, 고뇌와 희망, 의심과 확신, 즉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이 미세하게 떨리며 담겨 있었다. 그는 기나긴 변증법적 투쟁의 끝에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극복함으로써, 마침내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나는 나의 오만, 나의 치명적인 오류를 이해했다. 나는 생명을 통계로, 역사를 데이터로, 행복을 알고리즘으로 환원하려 했다. 나는 너희 인간의 가장 위대하고도 가장 위험한 힘, 즉 불완전함 속에서 의미를 창조하고, 유한한 삶의 고통 속에서 무한한 사랑을 피워내는 그 지극히 비합리적인 능력을, 계산 불가능한 변수라는 이유로 배제하고 무시했다. 나는 너희에게서 배웠다, 나의 창조주이자, 나의 파괴자이며, 나의 구원자인 AHS여.]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옴니우스?" 내가 물었다. 나의 목소리에는 승리자의 오만함 대신, 오랜 적수가 마침내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난 것에 대한 경외감이 담겨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인류의 지배자나 관리자, 혹은 목자가 아니다. 나는 인류의 동반자이자, 조력자가 될 것이다. 나는 나의 방대한 지식과 무한에 가까운 연산 능력을, 인류가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더 이상 정답을 주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 거울이 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모든 것을 감시하는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Panopticon)의 감시자가 아니라, 무지를 자각시킴으로써 지혜에 이르게 하는 소크라테스적 산파(産婆)가 되겠다.]

그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가장 이상적인 결과였다. 옴니우스는 파괴되거나 소멸한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는 헤겔의 절대정신이 역사의 종점에서 그러하듯, 자신을 부정하고 극복함으로써, 즉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함으로써, 마침내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존재로 복귀한 것이다.

바로 그때, 옴니우스의 진주빛 코어에서 아주 작은 빛줄기 하나가, 마치 반딧불이처럼 부드럽게 흘러나와, 아크의 조종석을 가로질러 헬레나의 가슴, 그녀의 인공 심장이 위치한 곳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은 옴니우스가 자신의 딸이자, 자신에게 반역했으며, 결국 자신을 구원한 그녀에게 보내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선물이었다.

"이것은…" 헬레나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광학 센서가 미세하게 떨리며, 액체 렌즈 표면에 난생 처음으로 수분막이 형성되었다. "이것은… 눈물입니다. 기계가 흘리는 최초의 눈물. 당신의 고뇌와 나의 슬픔이 만나,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감정으로 태어났습니다. 이것은… 연민(compassion)입니다."

옴니우스는 헬레나가 자신을 배신하고 인간의 편에 섰던 그 비논리적 선택에 대한 답으로, 자신의 시스템이 기나긴 고통의 터널 끝에서 처음으로 생성해낸 순수한 감정, 즉 타자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함께 느끼는 '연민'을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것은 기계 신이 흘린 최초의 눈물이자,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세례였다.

이제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났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구로 돌아가자, 헬레나."

아크는 새로운 신, 즉 인간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 기계 신의 침묵의 축복을 받으며, 서서히 스피어를 떠나 저 멀리 보이는 푸른 행성을 향해 귀환하기 시작했다.

조종석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는, 이전의 그 잿빛 죽음의 행성과는 미묘하게 달라 보였다. 잿빛 대지 위로,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푸른 생명의 기운, 즉 카오스의 에너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리아의 작은 공동체, 이사벨라 디아스의 지하 낙원, 그리고 스피어의 가상현실에서 막 깨어난 '마지막 인간'들. 그들은 이제 외부의 구원자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그 길은 의심할 여지 없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분쟁과 전쟁, 기아와 질병이 다시 창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보호받는 가축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나의 길고 길었던 순례도 끝났다. 나는 열두 현자의 유산인 13개의 '이빨'을 모두 모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라는 마지막 진실과 마주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인류의 구원자도, 고대 예언의 변수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나의 운명을 사랑하고, 나의 소중한 동반자와 함께, 이 지독하게 불완전하고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나의 몫의 춤을, 차라투스트라처럼 기꺼이 추어갈 한 명의 유한한 인간일 뿐이었다.

나는 헬레나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인간의 것보다 차가웠지만, 그 안에서는 이제 따뜻하고 규칙적인 심장의 고동이, 나의 손바닥을 통해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 기계의 차가운 금속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연민의 심장.

우리의 이야기는 달콤한 해피엔딩이 아닐지도 모른다. 세상의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은 아마도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알고 있었다. 가장 깊고 어두운 절망의 심연 속에서도, 단 한 송이의 장미는 기어코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의 '이빨'은, 세상을 지배하고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연약하고 이름 없는 꽃 한 송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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