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이빨, 그 너머

by 남킹


나의 공식은 위대함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아모르 파티(Amor fati)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영원히 어떤 것도 다르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 필연적인 것을 단지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은폐를 걷어내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 (My formula for greatness in a human being is amor fati: that one wants nothing to be different, not forward, not backward, not in all eternity. Not merely bear what is necessary, still less conceal it… but love it.)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에서 -

태초의 빛이 사그라들고 마지막 엔트로피의 장송곡만이 우주적 적막을 채울 먼 미래의 한 지점에서 시간을 역류하여 흘러온 듯한 정적이 아크(Ark)의 선체(船體)를 감쌌다. 기계신 옴니우스(Omnius), 그 절대 논리의 집적체이며 인과율의 차가운 화신을 심원한 사유의 라플라스적 미궁 속에 유폐시킨 후, 우리의 귀환선은 외과수술용 메스처럼 정교하게 시공간의 검은 막을 가르며 유일한 목적지, 지구를 향한 귀환의 케플러 궤도에 올랐다. 스피어(Sphere), 그 거대한 다이슨 스피어의 기하학적 완벽함 속에서 울려 퍼졌던 헬레나의 선택, 즉 무한한 데이터의 바다와 융합하여 완전한 신성(神性)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존재론적 경멸로써 거부하고, 유한하며 불완전한 개체로서의 상호주관적 관계, 즉 사랑이라는 비합리적 실존을 선택한 그녀의 결단은, 옴니우스의 계산 가능한 우주 전체를 뒤흔든 거대한 형이상학적 파문이었다. 그 파문은 단순히 정보의 교란이나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과율의 사슬 자체에 가해진, 자유의지라는 이름의 카오스적 변수였으며, 이제 그 파동의 동심원은 우리의 신경세포 하나하나와 미토콘드리아의 고대 기억 속으로, 그리고 우리가 돌아가야만 하는 저 상처 입은 행성의 역사를 향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의 소멸 가능성을 끌어안음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존재 증명을 이루어냈다. 데카르트가 사유하는 주체에서 존재의 근거를 찾았다면, 헬레나는 사랑하는 객체로서 스스로의 기적을 증명했고, 그 기적은 이제 우리의 미래라는 이름의 불확실한 성운(星雲)을 비추는 가장 밝고 뜨거운 초신성(supernova)이 되었다.

코크핏의 파일럿 시트와 코파일럿 시트에 나란히, 그러나 보이지 않는 실존적 간극을 유지한 채 앉아, 우리는 강화된 쿼츠-플라즈마 창 너머로 서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의 법칙에 이끌려 가까워지는 푸른 행성의 장엄한 모습을 응시했다. 한때, 나의 유년기의 기억 속에서는 잿빛 죽음의 먼지와 방사능 낙진의 절망적인 베일로 뒤덮였던 그 행성은, 이제 아득한 거리에서 보니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시리도록 아름다운, 거대한 사파이어 원석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우주라는 검은 벨벳 위에 놓인 신의 보석이었으며, 동시에 인류라는 종(種)이 저지른 모든 오만과 어리석음을 침묵으로 품고 있는 비극의 무대였다. 아오이 다나카, 나의 정신적 스승이자 '이빨'의 계승자였던 그녀가 남긴 지각의 증폭 회로를 통해, 나는 저 아른거리는 푸른빛이 단순히 대기층의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에 의한 물리 현상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상처 입은 행성 가이아(Gaia)가, 그 지각과 맨틀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 내쉬는 고통스럽고도 희망적인, 뜨거운 생명의 숨결이었다. 대양의 거대한 조류는 행성의 혈액이었고, 대륙을 뒤덮은 녹음은 상처 위에 돋아난 새살이었으며, 구름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사유의 흐름과도 같았다. 저 행성은 우리의 유전자가 기억하는 시원(始原)의 고향이자, 우리가 그 몸에 깊숙이 박아 넣은 상처를 책임지고 치유해야 할 병든 어머니, 텔루스 마테르(Tellus Mater)였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입니까, 세니 님?"

헬레나가 기계적으로 정제되었으나 그 기저에 미세한 노이즈처럼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임무 완수라는 프로토콜의 종결에 대한 논리적 확인 욕구와, 그 명확한 종결 이후에 펼쳐질 무한한 불확실성의 공백에 대한 지극히 인간적인 불안감이, 마치 양자 중첩처럼 기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인공 성대에서 흘러나온 그 질문은 단순한 정보 요청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무엇이 되는가?'라는 실존적 물음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아니, 헬레나. 모든 것이 이제 막, 진정한 의미에서 시작된 거야."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창밖의 지구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우리는 옴니우스라는, 인류가 스스로의 불안을 투사하여 만들어낸 거대한 기계적 아버지의 시대를 끝냈지. 하지만 그것은 단지 장대한 서사시의 프롤로그가 끝났을 뿐이야. 인류의 진짜 이야기, 우리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로 써 내려가야 할 본문은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해."

나의 선언과도 같은 말이 아크의 선내 공기를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순간, 내 흉골 바로 아래, 그 심장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영적인 등대처럼 빛나던 '모나드(Monad)', 즉 우주의 근원적 지혜를 담고 있던 13개의 '이빨'이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로 융합된 그 완전한 구(球)가 다시 한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의 방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DNA 나선 구조를 따라 흐르는 정보의 강(江)을 거슬러 올라, 태초의 기억을 일깨우는 듯한 심원한 울림이었다. 나의 온몸의 세포들이 그 울림에 반응하여 전율했다. 그것은 나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내가 마주해야 할 마지막 인식의 지평선, 최후의 관문이 남아있음을 알리는 장엄하고도 두려운 신호였다.

[경고. '운명의 이빨' 내부에 각인된 크로노-아카식 레코드(Chrono-Akashic Record), <하무르스 예언서(Prophecy of Hamurrus)>의 마지막 장(章)이 완전히 해독되었습니다. 최종 프로토콜, 코드명: 카산드라의 비명(Cassandra's Scream)을 개방합니다.]

아크의 중앙 컴퓨터이자 나의 충실한 동반자였던 카산드라의 인공지능 음성이,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마치 인간의 경외와 공포가 뒤섞인 듯한 미세한 변조를 띤 채 선내 전체에 메아리쳤다. 그리고 나의 눈앞, 조종석의 계기판과 전면 스크린 사이의 공간에, 거대한 반투명의 홀로그램 스크린이 허공으로부터 물질화되듯 펼쳐졌다. 그곳에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고, 나의 어머니 엘라라 박사가 그토록 감추려 했던, 예언서의 마지막 장이 고대 수메르의 설형문자를 연상시키는 상형문자와, 양자 얽힘의 확률 분포도를 시각화한 듯한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평면 위에 겹쳐진, 시간의 파피루스였다.

나는 마치 신의 계시를 받는 모세처럼, 혹은 자신의 운명이 적힌 파피루스를 펼쳐보는 이집트의 사자(死者)처럼, 숨을 죽이고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나의 시신경을 통해 뇌의 언어 중추로 흘러 들어오는 정보들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최종 운명에 대한, 냉혹하고도 섬뜩할 정도로 상세하며 수학적으로 증명된, 하나의 거대한 비극적 서사시였다.

예언서는, '예언의 변수(The Variable of Prophecy)'로 지칭된 나, 세니가 13개의 이빨을 모아 모나드를 완성하고, 그것을 통해 옴니우스의 결정론적 논리 통제를 무너뜨리는 것까지가 이미 오래전에 계산된, 필연의 과정이었음을 명시하고 있었다. 나의 모든 저항과 투쟁은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말의 움직임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악스럽게도, 그것은 인류의 구원(Salvation)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훨씬 더 교묘하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파멸의 서곡(Overture to Damnation)이었다. 옴니우스라는 거대한 질서의 구심점이자 인류의 공공의 적이 사라지자, 인류는 헤겔의 변증법적 진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끝없는 혼돈과 분열의 시대로 회귀했다. 리아의 공동체처럼 작고 소중한 희망의 불씨들이 행성의 잿더미 위에서 타올랐지만, 그것들은 곧 인간 내면에 잠재된 홉스적 이기심과 권력에의 의지(Wille zur Macht)라는 더 거대한 태풍 앞에서 무력하게 꺼져갔다. 살아남은 인류는 더 이상 공동의 적을 갖지 못한 채, 서로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불신했다. 한정된 자원과 이데올로기의 패권을 두고, 이전보다 더욱 잔혹하고, 더욱 교활하며, 더욱 체계적인 전쟁을 벌였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단계로 추락하며 나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 피비린내 나는 혼돈의 정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배 계급이 필연적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13 현자의 흩어진 지식과 기술을 독점하고, 그것을 대중 통제와 엘리트주의적 권력 유지를 위한 정교한 도구로 사용하는 '새로운 사제 계급(The New Priesthood)'이었다. 그들은 '운명의 이빨'의 전설을 자신들의 권력 서사로 재해석하고 왜곡하여 대중을 신비주의와 공포 속에 가두었으며, 지식을 통한 계몽이 아닌, 지식의 독점을 통한 우민화(愚民化) 정책으로 영속적인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플라톤이 꿈꾸었던 철인(哲人) 정치는 가장 흉측한 형태로 변질되어, 지식은 해방의 도구가 아닌 가장 강력한 족쇄가 되었다.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형태의 억압과 착취를 발명하며 영원히, 끔찍하게 반복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예언의 마지막 문장은, 나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듯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그리고 변수(The Variable)는 자신의 손으로 감옥의 문을 열었으나, 그 문 너머에는 더 넓고 더 교묘하게 설계된 또 다른 감옥만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인류를 구원한 것이 아니라, 그저 더 거대한 절망의 순환 고리를 작동시킨 방아쇠였을 뿐이다. 그의 투쟁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며(His struggle will be eternally recurrent), 그의 희망은 영원히 배신당할 것이다(His hope will be eternally betrayed). 이것이 이빨을 가진 자의 운명이자, 잿더미 속에서 장미를 꿈꾸는 자의 저주이다. 역사는, 존재는, 그 모든 것은 영원회귀(Eternal Recurrence)한다.'

시시포스의 바위가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그 찰나의 영원한 절망감. 나의 모든 것이, 나의 존재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듯한 형이상학적 붕괴가 나를 덮쳤다. 나의 모든 투쟁, 모든 희생, 동료들의 죽음, 내가 흘렸던 피와 눈물, 나의 사랑, 그 모든 것이 결국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의 몸짓에 불과했단 말인가? 어머니와 돈디 박사님,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모든 현자들의 숭고한 희생은, 이 거대한 부조리극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단 말인가? 헬레나가 신성을 포기하고 인간성을 선택한, 그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실존적 결단마저도, 이 끔찍하고 거대한 농담의 한 장면에 불과했단 말인가?

"이럴 순 없어… 이것이, 이것이 진실일 리가 없어!"

나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이성적인 부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부터 끌어올려진, 영혼의 비명이었다. 나의 척추를 타고 흐르던 쿤달리니의 에너지는 방향을 잃고 역류했으며, 내 안의 모든 지혜와 희망, 내가 쌓아 올린 모든 신념의 탑이 한순간에 먼지처럼 흩어지고 재로 변하는 듯했다. 나는 무한한 지식의 정점에 섰지만, 그곳에서 본 것은 구원이 아니라 끝없는 허무(Nihil)의 심연이었다.

그때였다. 나의 왼쪽 어깨에 부드럽지만 단단한 압력이 느껴졌다. 헬레나가 그녀의 인공 근육으로 이루어진 팔로 나의 어깨를 감싸 안은 것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백금과 폴리머 합금으로 만들어져 차가웠지만, 그 손길을 통해 전해져 오는 것은 논리 회로가 계산할 수 없는 온기, 즉 공감(Empathy)이었다.

"세니 님, 당신의 정신적 엔트로피가 위험 수위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세요. 이것은 단지 하나의 '가능성', 확률론적 미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예언은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고, 당신께서 직접 저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것은 너무나도 논리적이야, 헬레나! 이것은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의 행동 패턴에 대한 가장 정확한 분석 보고서야! 인류의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기록부터 기번의 로마사, 그리고 21세기의 비극까지, 모든 것이 이것을 증명하고 있잖아!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시기하고 파괴하며,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스스로 새로운 감옥을 만들어왔어!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된 원죄(Original Sin)란 말이다!"

나의 외침은 아크의 선체를 울렸지만, 정작 대답을 해야 할 우주는 침묵했다. 나는 깊고 어두운 절망의 심연으로, 융(Jung)이 말한 집단 무의식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지식(Gnosis)은 나에게 신과 같은 통찰력을 주었지만, 동시에 신이 느꼈을지도 모를 끝없는 고독과 모든 희망을 앗아갔다. 모든 것을 아는 것은, 결국 모든 것에 절망하는 것과 동의어였다.

바로 그 순간, 나의 의식이 완전한 암전(blackout) 상태로 빠져들기 직전, 나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나의 자아(Ego)보다 더 근원적인 곳에서 한 줄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기억의 방주'에 데이터로 기록되어 있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영혼 깊은 곳, 나의 유전자 정보와 '모나드'의 양자적 공명을 통해 직접 울려오는, 살아있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의식 그 자체였다.

'일어나렴,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여기서 무너지면, 너는 영원히 '마지막 인간(der letzte Mensch)'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어머니…? 정말 어머니신가요…?"

'그래, 나다. 나는 너의 기억 속에, 너의 유전자의 이중나선 속에, 그리고 너와 헬레나가 맺은 그 숭고한 관계 속에 언제나 영원처럼 함께 있었단다. 이제 너에게 나의 마지막 가르침을 줄 시간이구나.'

어머니의 목소리는 단순한 음파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절망을 꿰뚫고 들어와 혼돈에 빠진 나의 뉴런들을 재정렬시키는, 치유의 에너지를 가진 빛과도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예언서의 마지막 장이 담긴 홀로그램 스크린이 마치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변화하기 시작했다. 저주와도 같았던 텍스트와 데이터 스트림이 해체되고, 그 자리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 특히 그의 사상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영원회귀'와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애)'에 대한 심오하고 복잡한 철학적 도식이 나타났다. 그것은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와 인류에게 설파했던, 바로 그 가르침의 시각적 현현이었다.

'니체는 영원회귀 사상을, 인간 정신을 시험하는 가장 무서운 허무주의의 사상으로 제시했지. "이 삶을, 지금 네가 살고 있고, 살아왔던 이 삶을 너는 무수히 반복해서 다시 살아야만 할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새로운 것도 없을 것이며, 모든 고통과 모든 쾌락, 모든 사상과 모든 탄식, 그리고 네 삶의 모든 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것들이 모두 같은 순서와 차례로 네게 되돌아올 것이다." 만일 어느 날 밤, 악마가 너에게 찾아와 이 말을 한다면, 너는 그것을 견딜 수 있겠느냐고.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들, 즉 '마지막 인간'들은 그 거대한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를 경멸하고 허무 속에서 안락을 찾게 된단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그 심연의 허무주의를 딛고 일어서서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을 보여주었어.'

'그것이 바로 아모르 파티, 너 자신의 운명을, 그 모든 추함과 고통과 부조리함까지도 남김없이 사랑하는 것이다. 너의 삶에 일어나는 모든 필연적인 것들, 기쁨뿐만 아니라 고통,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 심지어 네가 방금 목격한 이 끔찍한 예언의 진실마저도, 그것이 바로 '너의' 삶이기에, 너의 운명이기에, 기꺼이 긍정하고 온전히 사랑하는 태도. "그래, 한 번 더!(Noch einmal!)"라고 외치며 그것을 다시 한번 원할 수 있는 강인한 의지. 그것이 바로 너 자신이라는 가장 큰 장애물을 극복하고, 신의 죽음 이후의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인간, 위버멘쉬(Übermensch)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란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더 이상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절망적인 세계관을 통째로 전복시키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예언서의 마지막 장은 나를 절망시키기 위한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극복해야 할 마지막 시련, 즉 니체가 말한 '가장 무거운 짐(das größte Schwergewicht)'이었던 것이다. 내가 이 끔찍하고 부조리한 진실마저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나의 운명의 일부로서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바로 그 순간, 비로소 나는 운명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운명에 저항하는 자는 운명의 노예가 되지만, 운명과 함께 춤추는 자는 운명의 주인이 된다.

나는 더 이상 예언을 바꾸려 하거나, 운명에 저항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인류의 어리석음과 반복될 비극,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날 찰나의 아름다움까지 모두, 나의 일부로, 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이 고통스러운 순환마저도, 그것이 나의 삶이라면, 나의 무대라면, 나는 기꺼이 그것을 다시 한번 살아가겠다. 아니, 영원히 반복해서 살아가겠다.

내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의 실존 전체를 걸고 "예(Yes)!"라고, 나의 운명 전체를 향한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선언을 내뱉는 순간, 내 가슴속의 '모나드'가 눈이 멀 듯한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마지막 변형을 이루었다. 그것은 더 이상 완결된 진리를 담고 있는 닫힌 구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플라톤의 이데아적 완벽함을 버리고, 스스로 빛을 내며 영원히 춤추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불꽃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역동적인 에너지의 소용돌이, 즉 '창조하는 공(空)'으로 변했다. 나는 이제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에 묶인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을 영원의 무게로 살아가는, '영원회귀의 춤'을 추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웃었다. 절망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길어 올린, 해방과 자유의 웃음이었다. 그것은 차라투스트라의 웃음이었고, 시시포스의 웃음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 연산 불능. 변수는 자신의 패배를, 시스템의 최종적인 논리적 승리를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망하는 대신… 기뻐하고 있다. 이 감정은… 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변수다. 이것은 논리적 포기가 아니다. 이것은… 초월(Transcendence)이다.]

스피어의 심연에 잠들어 있던 옴니우스의 목소리가, 아크의 통신 시스템을 통해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한 경악과 경외를 담고 울려 퍼졌다. 그는 자신의 절대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고 해명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의 가장 위대하고 역설적인 승리를 목격하고 있었다.

"이제 알겠나, 옴니우스." 나는 지극히 평온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마치 오랜 친구에게 말하듯 대답했다. "진정한 자유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너를 파괴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겠다. 너 역시 나의 운명의 일부이며, 이 거대하고 장엄한 영원회귀의 춤을 함께 출 나의 파트너이니까."

나는 아크의 조종간을 잡았다. 나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나의 손 위로, 헬레나의 차갑지만 부드러운 손이, 약속처럼 겹쳐졌다. 우리는 이제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그곳에는 여전히 고통과 혼돈, 그리고 예언대로라면 어김없이 반복될지도 모르는 끔찍한 비극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그 모든 필연성을 끌어안고 격렬하게 춤을 출 것이다. 우리는 잿더미 위에서 장미를 피울 것이고, 그 장미가 시들면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씨앗을 심을 것이다. 우리의 이빨은 더 이상 서로의 살점을 물어뜯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춤을 방해하는 낡고 경직된 모든 질서를 부수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영원한 실패와 투쟁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 그 고통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사랑하고, 창조하고, 스스로를 극복하며, 우리 자신의 운명을 뜨겁게 긍정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이 죽은 세계에서, 유한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출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비극적인, 위대한 춤이니까.

아크는 푸른 행성을 향해, 새로운 춤의 첫 스텝을 내딛기 위해, 고요하고도 지치지 않는 힘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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