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밖으로 던져진 아이

by 남킹


흑백이었다. 기차 공간을 채운 피난민. 빛은 흐리고 그림자는 어눌하다. 수군거림은 규칙적인 쇳소리에 묻혔다. 불안한 눈빛.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아내는 남편을 쳐다본다.

“남으로 가겠지. 다른 곳은 갈 수 없을 테니까.”

“그렇기만 한다면….”

그녀는 품에 안긴 아기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말라버린 젖. 아기는 버둥거리며 젖꼭지를 빤다. 아빠는 비스듬히 누운 채 한숨을 쉰다. 그리고 베개로 사용하던 보자기를 펼쳐 뭔가를 뒤진다. 비쩍 마른 칡뿌리가 그의 손에 끌려 올라온다. 그 순간, 주위의 여러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다. 창을 투과한 노란 햇살이 부르르 떨며 힘없이 지나간다.

남편은 뭉툭한 칼을 꺼내 칡을 바닥에 놓고 쓸기 시작한다. 그는 끙끙거리며 겨우 뿌리 한쪽을 잘랐다. 그리고 아내의 입에 그 조각을 넣었다. 홀쭉한 그녀의 입이 볼록한 채 오물거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몰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남편의 칼끝으로 눈을 다시 돌렸다. 남편이 다시 칡의 한쪽을 애써 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어둠이 덮쳤다.

기차가 터널을 빠져나오자 모든 게 명확했다. 남편은 피가 나는 손을 부여잡고 고통에 뒹굴었다. 칡은 여러 사람의 손과 이빨을 거치며 조각조각 흩어졌다. 아내는 할 수 없이 아기 기저귀를 찢어 남편의 손가락을 칭칭 감쌌다. 남편의 핏물이 아내의 마른 젖꼭지에 묻었다. 아기가 그것을 맛있게 빨았다.

“이 개자식들! 다 죽여 버릴 거야!”

남편은 바닥에 떨어진 칼을 다시 주워 벌떡 일어났다. 분노 가득한 눈빛. 주위 사람들이 겁에 질려 물러났다. 남편은 허공에 칼을 휘둘렀다. 사람들은 납작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모든 게 공중으로 날아갔다. 기차는 마치 장난감처럼 철로를 벗어나 가파른 언덕을 뒹굴었다. 사람들이 도와 달라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적군의 전투기뿐이었다. 비행기는 철로에 멈춘 나머지 기차에 폭탄을 퍼붓고는 지평선으로 사라졌다.

아빠와 엄마는 즉사했다. 아기는 창에서 튕겨 나와 풀숲에 떨어졌다.

****

먼 훗날 작가가 된 아기는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고자 이곳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무성하게 자란 칡넝쿨 속에 숨겨진 뭉툭한 칼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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