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의 조약

by 남킹


1648년 늦가을, 베스트팔렌 뮌스터

평화는 서명하는 순간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령이 말을 달려 도착해야 했고, 멀리 떨어진 전장의 지휘관이 그 명령을 받아들여야 했으며, 무엇보다 지난 30년간 오직 죽이는 법만을 배워온 병사들의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게 만들어야만 비로소 시작되는, 더디고 불완전한 과정이었다. 10월 24일 뮌스터 시청의 화려한 홀에서 잉크가 마르는 동안에도, 보헤미아의 들판에서는 여전히 스웨덴 군의 약탈이 계속되고 있었다.

요한 폰 로젠탈은 평화 협상장에 파견된 황제의 젊은 서기였다. 그는 전쟁이 한창일 때 태어나, 평화라는 단어를 책에서만 배웠다. 그에게 뮌스터는 희망의 도시였다. 그는 자신이 역사의 가장 위대한 전환점, 즉 유럽에 영원한 평화를 가져올 신성한 조약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믿었다.

홀 안은 유럽의 모든 권력이 응축된 듯한 열기로 가득했다. 스페인 대사의 뻣뻣한 검은 옷깃, 프랑스 사절의 화려한 레이스 장식, 스웨덴 대표의 실용적인 군복, 그리고 교황 특사의 비단 제의까지. 그들은 지난 5년간 지루한 의전 싸움과 끝없는 밀담을 통해, 마치 정교한 시계 부품처럼 유럽의 새로운 질서를 조립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즉 베스트팔렌 조약은 실로 혁명적이었다. 그것은 중세 시대의 신성한 질서, 즉 교황과 황제가 유럽의 정점이던 시대를 공식적으로 끝내고, 각 국가가 자국의 영토 내에서 절대적인 주권을 갖는다는 ‘주권 국가 체제’의 탄생을 알리는 문서였다. ‘영주민의 종교는 영주의 종교를 따른다(Cuius regio, eius religio)’는 낡은 원칙은 폐기되고, 개인의 신앙의 자유가 제한적으로나마 인정되었다. 칼뱅파는 마침내 루터파와 동등한 지위를 얻었다.

요한은 이 조문의 구절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필사하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성과 관용이 마침내 광신과 폭력을 이겨낸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제 끔찍했던 종교 전쟁의 시대는 가고, 합리적인 외교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홀 밖으로 나왔을 때, 그가 마주한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뮌스터의 거리는 협상 기간 동안 몰려든 외교관과 상인, 그리고 용병들로 북적였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전쟁 고아들이 더러운 손을 내밀며 구걸했고, 부상으로 팔다리를 잃은 군인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 도시 성벽 너머로는, 지난 수십 년간 군대의 징발로 황폐해진 독일의 시골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날 저녁, 그는 상관인 막시밀리안 폰 트라우트만스도르프 백작의 지시로, 조약의 최종본을 정리하고 있었다. 트라우트만스도르프는 황제의 전권대사로, 이 지루한 협상을 끝까지 이끈 노련한 외교관이었다.

“자네는 이 조약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가, 젊은이?” 백작이 그의 어깨 너머로 조약 문서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각하.” 요한이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이것은 관용과 이해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이제 다시는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는 끔찍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트라우트만스도르프는 지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협상 과정에서 얻은 깊은 피로와 함께,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자의 냉소가 서려 있었다.

“관용과 이해라고? 젊은이, 이 홀 안에 그런 고상한 단어를 진심으로 믿는 자는 단 한 명도 없다네. 저 프랑스인은 합스부르크의 숨통을 끊어놓을 기회만을 엿보고 있고, 저 스웨덴인은 발트해의 항구를 얻기 위해 싸웠을 뿐이야. 우리조차도 제국이 더 이상 갈가리 찢기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팔다리를 내준 것뿐이지.”

그는 창밖의 어두운 거리를 가리켰다.

“이 조약은 잿더미 위에 세워진 집과 같네. 우리는 단지 불을 껐을 뿐이야. 불에 타버린 숲이 다시 자라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가?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신의 이름을 버리는 대신, 이제 국가와 국기라는 새로운 우상을 섬기게 될 걸세. 그리고 그 새로운 우상을 위해, 오늘보다 더 교묘하고, 더 잔혹한 방식으로 서로를 죽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

백작의 말은 요한의 순수한 이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필사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문장들이, 수백만 명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대가 위에 세워진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평화는 어쩌면 또 다른 전쟁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한 것이다.

1649년 봄, 보헤미아 남부의 폐허

야쿠프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베스트팔렌 조약 소식은 숲속까지 닿는 데 몇 달이 걸렸다. 평화가 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숲을 통과하는 군대의 행렬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때때로 무기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전직 용병들의 무리가 지나갔고, 그들의 얼굴에는 전쟁의 광기 대신 깊은 피로와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 야쿠프는 마침내 전쟁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그는 ‘숲의 형제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리더인 칼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행운을 비네, 서기. 자네가 찾던 평화로운 세상을 찾기를. 하지만 조심하게. 숲 밖의 세상은, 어쩌면 숲속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르니.”

야쿠프는 이제 열다섯 살이 된 아들 루카스와 함께 남쪽으로, 그가 30년 전에 떠나왔던 보헤미아를 향해 걸었다. 그것은 희망에 찬 귀향이 아니었다. 그는 돌아가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옛집은 남아있을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있을까? 그는 단지 자신의 긴 여정을 시작된 곳에서 끝내고 싶다는 막연한 본능에 이끌릴 뿐이었다.

독일 땅을 가로지르는 여정은, 그가 겪었던 어떤 전쟁의 참상보다도 더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다. 전쟁이 끝난 땅은, 전투가 벌어지던 땅보다 더 비참했다. 군대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사라지자, 그 기생충에 의지해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갈 곳을 잃었다. 주인을 잃은 용병들은 노상강도가 되었고, 난민들은 굶주림 끝에 역병으로 쓰러져 갔다.

그들은 유령 도시들을 지나쳤다. 한때 수천 명이 살았던 마을은 이제 까맣게 탄 서까래와 잡초만 남은 채 침묵에 잠겨 있었다. 밭에는 해골들이 거름처럼 흩어져 있었고, 굶주린 개들이 그 사이를 어슬렁거렸다. 야쿠프는 루카스가 그 끔찍한 광경을 보지 못하도록 아이의 눈을 가려주었다.

“아버지, 왜 사람들이 없나요?” 루카스가 물었다.

“모두… 먼 길을 떠났단다.” 야쿠프는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눈빛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슬픔이나 분노가 없었다. 오직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공허함과, 낯선 이에 대한 깊은 불신만이 담겨 있었다. 이웃은 서로를 경계했고, 마을은 외부인을 적으로 간주했다. 30년의 전쟁은 독일인들의 땅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혼까지 황폐하게 만들어 놓았다. 공동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오직 각자도생이라는 냉혹한 현실만이 남았다.

몇 달간의 고된 여정 끝에, 그들은 마침내 보헤미아의 국경에 도착했다. 야쿠프의 심장은 복잡한 감정으로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고향의 풍경은 그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갔다.

보헤미아는 독일의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백산 전투 이후, 합스부르크의 재가톨릭화 정책과 끊임없는 군대 징발은 이 땅의 활기를 완전히 고갈시켜 버렸다. 한때 300만 명에 달했던 인구는 80만 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개신교도들은 추방되거나 강제로 개종당했고, 체코어 대신 독일어가 공용어가 되어 있었다. 그의 고향은 더 이상 그의 고향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옛 마을을 찾아갔다. 마을은 형체만 남아 있을 뿐, 그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펠스 백작의 저택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가 살던 작은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옛 이름을 대며 아는 사람을 찾았지만,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30년은 한 세대의 기억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절망 속에서 마을을 떠나려 했다. 바로 그때, 한 늙은 여인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여인의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눈빛은 야쿠프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당신… 야쿠프 아닌가? 콜로나 폰 펠스 나리의 서기였던….”

야쿠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백작의 저택에서 일하던 하녀, 안나였다. 그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이제는 백발의 노파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에서, 지나가 버린 30년의 세월과, 그 세월이 남긴 깊은 상처를 읽었다.

“모두 죽었네.” 안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백작 나리도, 광장에서… 다른 분들도 모두… 그리고 전쟁이 모든 것을 앗아갔지. 살아남은 우리는 유령과 같아.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유령….”

야쿠프는 그녀에게 루카스를 소개했다.

“이 아이는 제 아들입니다.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 속에서 자랐습니다.”

안나는 루카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아주 작은 희망의 빛이 서려 있었다.

“새로운 세대라… 어쩌면, 너희들이 이 잿더미 위에서 무언가를 다시 피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1650년, 어느 재건되는 마을

야쿠프는 고향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유령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그는 아들 루카스를 위해, 그리고 이 땅에서 스러져간 모든 이들을 위해, 미래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는 안나와 함께, 살아남은 몇몇 마을 사람들을 모았다. 그들은 힘을 합쳐 폐허를 치우고, 새로운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것은 더디고 고된 작업이었다. 일손은 부족했고, 도구는 낡았으며, 땅은 척박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함께 땀 흘리고, 부족한 식량을 나누어 먹으며, 그들은 잃어버렸던 공동체의 온기를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었다.

야쿠프는 서기였던 자신의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는 마을의 공유 재산을 관리하는 장부를 만들었고, 새로운 토지 경계를 측량하여 기록했다. 그는 또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는 아이들에게 왕과 장군들의 영웅담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겪었던 전쟁의 참상과, 그 속에서도 살아남으려 했던 사람들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어느 날 저녁, 루카스가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

“아버지, 그 두꺼운 책은 무엇인가요? 아버지는 매일 밤 그 책에 무언가를 쓰시잖아요.”

야쿠프는 자신의 연대기를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양피지는 낡고 해져 있었고, 잉크는 곳곳이 비에 번져 있었다.

“이것은 지난 30년간의 이야기란다. 우리가 겪었던 모든 고통과 슬픔, 그리고 어리석음의 기록이지.”

“왜 그런 슬픈 이야기를 계속 쓰시는 건가요?”

야쿠프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잊지 않기 위해서란다, 아들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해. 신의 이름으로, 혹은 국가나 왕의 이름으로, 누군가 우리에게 서로를 미워하고 죽이라고 명령할 때,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낳는지를. 이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 기록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향한 경고란다. 다시는 이와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라는.”

그는 연대기의 마지막 빈 페이지를 펼쳤다. 그는 오랫동안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비워두었던 그곳에, 마침내 마지막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과거를 기록하는 서기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미래를 향한 희망을 쓰는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그가 쓴 문장은 거창한 역사적 평가나 철학적인 결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그러나 30년의 지옥을 건너온 자만이 쓸 수 있는 진실된 문장이었다.

‘1650년. 오늘, 우리는 밭에 새로운 씨앗을 심었다. 루카스가 밀 이삭이 자라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웃었다. 하늘은 맑았다. 전쟁은 끝났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의 길고 긴 연대기는 마침내 끝이 났다.

밖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서투르고 투박한 노래였지만, 야쿠프의 귀에는 그 어떤 성가보다도 거룩하게 들렸다. 그것은 잿더미 위에서, 아주 작지만 끈질기게 다시 피어나는 삶의 노래였다.

유럽의 거대한 역사는 베스트팔렌 조약과 함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야쿠프의 진짜 역사는 바로 그 순간, 그 작은 마을에서, 아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모든 것을 파괴하지는 못했다.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다시 일어서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희망을 품는 능력까지는. 그 작은 불씨가, 폐허가 된 대륙을 다시 일으켜 세울 유일한 힘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어떤 왕이나 장군의 이름이 아닌, 야쿠프와 루카스, 그리고 안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기억될 터였다. 신의 침묵 속에서, 마침내 인간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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