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 감옥의 노래

by 남킹


시간은, 헤라클레이토스가 설파한 유전(流轉)하는 강물의 속성을 상실하고, 제논의 역설 속에 갇힌 화살처럼, 영원히 움직이되 결코 목적지에 닿지 않는 존재론적(ontological)인 형벌이 되었다. 홀러웨이의 독방 안에서, 그리고 이후 펜톤빌과 원즈워스를 거쳐 마침내 그의 마지막 지옥이 될 레딩(Reading)에 이르기까지, 오스카 와일드의 의식을 지배한 것은 공간의 협소함이 아니라, 시간의 악의적인 팽창이었다. 바깥세상의 시간은 연대기의 페이지를 넘기는 유한한 개념이었으나, 감옥의 시간은 단테의 연옥처럼, 죄의 무게에 따라 개별적으로 계량되고 무한히 반복되는 형벌의 단위였다. 그 시간의 도량형은 해와 달이 아니라, 하루 스물네 번, 망자의 뼈를 두드리는 듯한 무정한 소리로 울려 퍼지는 감옥의 종(鐘)이었다.

그 종소리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기상 나팔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시체들을 잠의 모조품인 죽음에서 깨워, 존재라는 이름의 고문을 다시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그는 딱딱한 널빤지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C.3.3.이라는 기호로 축소된, 국가 소유의 가축이자, 페널로지컬(penological)한 실험을 위해 제공된 생체 샘플이었다. 그는 밤새 굳어버린 관절을 삐걱거리며 일어나, 양동이에 담긴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었다. 물은 그의 피부에 남아있는 마지막 인간적인 온기마저 빼앗아갔고, 거친 비누는 그의 살갗에서 과거의 향기 대신, 절망이라는 화학적 냄새를 새겨 넣었다.

아침 식사는, '식사'라는 단어에 대한 모독이었다. 묽은 오트밀 죽이 담긴 깡통 그릇은, 짐승의 여물통과 다르지 않았다. 그 맛은 미각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맛의 부재(不在), 즉 영양이라는 최소한의 생명 유지 기능을 위해 섭취해야만 하는, 무미(無味)의 덩어리였다. 그는 숟가락으로 그 회색의 점액질을 기계적으로 입에 떠넣었다. 그의 미뢰는 이미 오래전에 기능을 상실했고, 그의 위장은 단지 이물질을 받아들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화학 공장으로 전락했다.

식사 후에는 예배가 이어졌다. 죄수들은 예배당의 좁은 나무 칸막이 안에 한 사람씩 격리되어, 마치 닭장의 닭처럼,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로 앉아 있어야 했다. 목사의 설교는, 사랑과 용서에 대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어떻게 국가의 징벌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였다. "너희 죄를 회개하라"는 외침은,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죄의식을 강화하여 감옥의 규율에 더욱 순종적인 존재로 만들기 위한 세뇌의 주문이었다. 와일드는 눈을 감고, 그 위선적인 목소리 대신, 라틴어 시편의 장엄한 운율이나, 보들레르의 시에 담긴 타락의 미학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기억은, 마치 습기 찬 성냥처럼, 더 이상 불꽃을 피워 올리지 못했다. 그의 지성은 굶주림과 절망 속에서 서서히 위축되고 있었다.

예배가 끝나면, 노동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생산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영혼을 파괴하기 위해 고안된, 시시포스적인 형벌이었다. 그의 첫 번째 임무는 오컴(oakum) 줍기였다. 낡은 뱃밧줄을 풀어, 그 섬유질을 한 올 한 올 헤치는 작업이었다. 타르가 묻어있는 거친 밧줄은, 그의 부드러웠던 손가락 끝을 갈라놓았고, 그의 손톱 밑을 검게 물들였다. 그는 몇 시간이고 독방 바닥에 앉아, 무의미한 노동에 몰두했다. 그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정신은 이미 육체라는 감옥에서 분리되어, 무감각의 영역을 표류하고 있었다.

때로는 거대한 트레드밀(treadmill) 위를 올라가야 했다. 그것은 곡식을 빻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에너지를 무(無)로 소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고문 기구였다. 그는 다른 죄수들과 함께, 끝없이 돌아가는 계단을 밟고 또 밟았다. 10분간의 노동과 5분간의 휴식이, 지옥의 시간처럼 반복되었다.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고, 폐는 불타는 듯했으며, 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땀은 비 오듯 흘러내려 그의 눈을 따갑게 했고, 그의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그는 기계의 일부가 되었다.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라, 거대한 톱니바퀴에 맞물려 돌아가는, 이름 없는 부속품이었다.

이 카르세르(carceral)적인 우주에서, 가장 큰 형벌은 침묵이었다. 죄수들 간의 대화는 엄격히 금지되었다. 언어의 연금술사였던 오스카 와일드에게, 이것은 산 채로 생매장당하는 것과 같은 고문이었다. 그의 존재는 언어를 통해 규정되었고, 그의 세계는 언어를 통해 구축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한 구원이었던 말을 빼앗겼다. 그는 벙어리가 되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경구와 시상(詩想)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쳤지만, 그것들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의 정신은, 소리를 낼 수 없는 유리종 안에 갇힌 나비처럼, 절망적으로 날갯짓하다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죄수들의 얼굴을 관찰했다. 그들의 얼굴은 개성을 상실한 채, 고통이라는 단일한 감정으로 평준화되어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살인자, 절도범, 사기꾼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사회라는 거대한 소화기관에서 배설된, 이름 없는 찌꺼기들이었다. 그는 그들의 눈 속에서, 희망의 마지막 불씨마저 꺼져버린 잿더미 같은 공허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공허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그는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천재성, 그의 명성, 그의 예술은 이 돌벽 안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그는 단지 또 하나의 부서진 인간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절대적인 비인간성의 체계 속에서도, 인간적인 것의 흔적은, 마치 바위틈을 뚫고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꽃처럼, 기적적으로 존재했다. 그것은 발소리를 죽인 채 복도를 지나가는 간수의 눈에 띄지 않게, 옆방의 죄수와 벽을 두드려 주고받는 암호 같은 신호였다. 그것은 운동 시간에, 서로의 눈을 스치며 찰나적으로 주고받는, 연민과 동질감의 희미한 눈빛이었다. 그것은, 한 죄수가 아내를 살해한 죄로 교수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감옥 안에 퍼졌을 때, 모두가 그의 독방 앞을 지나며, 마치 성지를 순례하듯, 경건한 침묵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는 행위였다.

그 사형수의 이름은 찰스 토마스 울드리지였다. 그는 왕립 기병대 소속의 군인이었다. 와일드는 운동 시간에, 다른 죄수들과 격리된 채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을 멀리서 보곤 했다. 그는 창백하고 겁에 질려 있었지만, 그의 걸음걸이에는 아직 군인의 규율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의 무덤이 될 구덩이가 파헤쳐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와일드는 그를 보며, 자신의 동화 속 인물들이나 희곡 속 주인공들에게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날것 그대로의 비극성을 느꼈다. 울드리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인' 모든 인간의 원형적인 상징이었다. 그는 단지 아내를 죽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삶, 자신의 미래, 자신의 영혼을 죽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법률이라는 이름의 차가운 기계가 그의 육체마저 죽이려 하고 있었다. 와일드는 울드리지의 운명 속에서, 자신의 운명이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구현된 것을 보았다. 그 역시 자신이 사랑했던 아름다움 때문에, 사회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와 다르지 않았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네... 겁쟁이는 키스로 그 일을 하고, 용감한 자는 칼로 한다네!" 훗날 그가 쓰게 될 시의 구절들이, 그의 뇌리에서 희미한 유령처럼 떠돌기 시작했다. 그는 고통 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예술이 잉태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유미주의의 수정궁 안에서 피어나는 인공의 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이라는 가장 비옥하고 썩어 문드러진 토양 속에서, 피와 눈물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나는, 검고 뒤틀린 형상의 꽃이었다.

육체는 정신보다 먼저 항복을 선언했다. 몇 달에 걸친 굶주림과 고된 노동은, 그의 거대했던 몸을 서서히 좀먹었다. 그는 한때 자신의 육중한 체구를, 자신의 지성을 담는 견고한 성채(城砦)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이제 그 성채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살은 빠지고 근육은 위축되었으며, 그의 피부는 창백한 양피지처럼 늘어졌다. 그는 거울을 볼 수 없었지만, 죄수복이 헐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육체가 소멸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권태로운 사자가 아니었다. 그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굶주린 늑대였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트레드밀 위에서, 그의 육체는 마침내 마지막 저항을 포기했다. 현기증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의 눈앞이 캄캄해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는 균형을 잃고, 기계의 무자비한 관성(慣性)에 이끌려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의 머리가 돌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하고 젖은 소리가 났다. 그의 오른쪽 귀에서, 예리하고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폭발했다. 그는 의식을 잃기 직전, 자신의 귓가에서 흘러나온 따뜻하고 끈적끈적한 액체의 감촉과, 자신의 피에서 나는, 쇠비린내와 단내가 섞인 기묘한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그의 몸이, 그의 영혼보다 먼저, 이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흘리는 피였다.

그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는 감옥 병동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머리는 붕대로 감겨 있었고, 오른쪽 귀는 지독한 통증과 함께, 마치 먼 바다의 파도 소리 같은 이명(耳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의사는 그의 고막이 파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상처는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채, 그의 남은 생애 동안 그를 괴롭힐 것이고, 결국에는 그의 뇌를 침범하여 그를 죽음으로 이끌게 될 운명이었다. 그는 그 순간, 자신의 몸 안에, 죽음이라는 이름의 시한폭탄이 설치되었음을 알았다.

그의 육체적 붕괴는, 외부 세계로부터 날아온 정신적 충격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며칠 후, 로비 로스가 특별 면회를 왔다. 그들은 촘촘한 철망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로비의 얼굴은, 지난 몇 달 사이에 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의 눈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비보(悲報)를 전해야만 하는 전령의 고통이 서려 있었다.

"어머니께서..." 로비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돌아가셨네, 오스카."

와일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 제인 와일드. '스페란차'라는 필명으로 아일랜드의 독립을 노래했던 열정적인 시인. 그의 천재성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에게 거대한 야망을 심어주었던 여인. 그녀는 아들이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으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와일드는 자신의 죄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생명마저 앗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패륜아였다.

그러나 로비가 전해야 할 비극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콘스턴스가..." 로비는 차마 와일드의 눈을 보지 못하고 말했다. "법적인 별거를 선언했네. 그리고... 아이들의 성(姓)을 홀랜드(Holland)로 바꾸었어. 자네 가문의 성이지. 그녀는 아이들이 와일드라는 이름의 수치를 짊어지고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고..."

그것이 최후의 일격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의 과거를 절단해 버렸다면, 아내의 선언은 그의 미래를 영원히 삭제해 버렸다. 그의 아들들, 시릴과 비비안. 그가 '나의 빛나는 보석'이라 불렀던, 그의 유일한 순수이자 희망이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그의 아들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홀랜드'라는 이름의 낯선 소년들이 되어, 그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유령이 되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혈통, 자신의 이름, 자신의 유산을 모두 빼앗겼다. 그는 존재론적으로 거세당한 것이다.

로비가 떠나고, 그는 다시 독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널빤지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의 오른쪽 귀에서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이명이 울리고 있었고,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의 부서진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의 슬픔은 눈물샘을 말려버릴 정도로 건조하고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는 더 이상 예술가도, 철학자도, 순교자도 아니었다. 그는 C.3.3.이라는 이름의 죄수복을 입은, 이름도, 과거도, 미래도 없는, 텅 빈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는 천장의 작은 쇠창살을 올려다보았다. 창살 너머로, 한 조각의 하늘이 보였다. 그 하늘은, 그 어떤 희망이나 위로도 담고 있지 않은, 차갑고 무심한 회색빛이었다. 그는 별을 본 죄로, 이제 별이 없는 하늘만을 영원히 바라보아야 하는 형벌을 선고받은 것이다. 어둠 속에서, 그는 자신의 입에서,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낯설고 메마른 속삭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레딩 감옥의 모든 부서진 영혼들을 위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최초의 진혼곡(鎭魂曲)이었다.

"나는 알아야만 하네, 신이 만든 이 세상에서, 어째서 인간의 법이 한 인간의 삶을, 그의 형제보다 더 비참하게 만드는지를.“

43.jpg
88.jpg


keyword
이전 05화시궁창으로의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