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합석, 필연적 대화

by 남킹


시간이 응고되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우주에서 행성의 운행이 멈추고, 먼지는 허공에 정지했으며, 모든 소음은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청각에 남은 것은 오직 자신의 심장이 갈비뼈를 향해 절박하게 내지르는 둔탁한 소리와, 눈앞에 선 낯선 여인의 목소리가 남긴 미세한 파문뿐이었다.

"그 문장, 참으로 불안하군요. 하지만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진실하게 들려요."

진실. 그녀는 '진실'이라고 말했다. 기괴하다거나, 혐오스럽다거나, 병적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의 가장 어둡고 수치스러운 비밀, 그의 영혼을 갉아먹는 갑충의 형상을 향해, 그녀는 마치 해부학자가 정밀한 메스를 들여대듯 정확하고 차가운 단어를 사용했다. '진실'. 그 단어는 카프카에게 구원인 동시에 가장 끔찍한 선고처럼 들렸다. 그의 악몽이 현실 세계의 언어로 인정받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

그는 노트를 거의 부서져라 움켜쥔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경계심과 공포, 그리고 아주 희미한, 이해받고 싶다는 갈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달아나야 했다.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뮌헨의 안개 속으로 사라져야 했다. 그의 내면이 비명을 질렀다. 도망쳐! 저 여자는 네 영혼의 껍질을 벗겨내고 있어! 저 눈은 네가 숨겨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발은 시멘트라도 부은 듯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회색 눈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그 눈은 그를 판단하지 않았다. 분석하고 있었다. 마치 이제 막 발견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을 관찰하는 생물학자처럼, 그녀의 시선에는 지적인 열기가 번득였다.

바로 그 어색하고 위태로운 침묵의 균형을 깬 것은 제삼자였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건장한 청년, 버지니아의 오빠인 토비 스티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누이동생이 낯선 남자와 대치하듯 서 있는 광경을 보고, 어떤 사교적인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짐작했다.

"버지니아, 무슨 일이니? 이분께 실례되는 행동을 한 건 아니겠지?"

토비의 목소리는 쾌활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으며, 그 자체로 이 비현실적인 긴장감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힘이 있었다. 그는 카프카를 향해 예의 바르고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 동생이 가끔 너무...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혹시 노트를 떨어뜨리신 모양인데, 도움이 필요하신 건 아닌지요?"

버지니아는 오빠의 등장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치 흥미로운 실험을 방해받은 과학자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토비, 이분은... 아주 특별한 문장을 쓰셨어."

그녀는 오빠의 말을 무시하고 여전히 카프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그리고는 토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괜찮으시다면, 저희 테이블에 잠시 합석하시라고 해도 될까요? 바닥에 떨어진 노트를 줍다가 소란을 피운 것 같아 죄송해서요."

그것은 거절할 수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제안이었다. 공적인 사과와 사적인 호기심이 완벽하게 결합된 문장이었다. 카프카는덫에 걸린 짐승의 심정이 되었다. 여기서 무례하게 거절하고 도망치는 것은, 그의 소심한 성격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깨진 꽃병보다 더 큰 소동을 일으킬 것이고,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될 터였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아, 아뇨, 그럴... 필요까지는..."

그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지만, 그의 저항은 너무나 미약했다.

"사양하지 마십시오." 토비가 그의 팔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그의 손길에는 악의 없는 호의와,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상류층 특유의 자연스러운 권위가 실려 있었다. "마침 저희도 독일의 현대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던 참이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잠시 앉아서 멜랑주라도 한 잔 더 하시지요."

카프카는 거의 끌려가다시피 그들의 테이블로 옮겨졌다. 그는 자신의 노트와 펜, 그리고 이제는 텅 비어버린 찻잔을 챙겨 들고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등 뒤로 카페의 모든 손님들이 수군거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끔찍한 환상에 시달렸다. 그는 창가 테이블의 의자에 뻣뻣하게 앉았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도 못하고, 마치 재판정의 피고인석에 앉은 사람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의 앞에는 이제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쾌활한 현실 세계를 상징하는 듯한 남자와, 그 현실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한 여자.

"저는 토비 스티븐입니다. 이쪽은 제 동생 버지니아고요." 토비가 먼저 자신을 소개하며 손을 내밀었다.

카프카는 마지못해 그의 손을 잡았다. 토비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넘쳤다. 자신의 차갑고 땀에 젖은 손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것이 마치 유죄를 인정하는 자백처럼 느껴졌다.

버지니아는 소개의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녀에게 사교적인 탐색전 따위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였다.

"카프카 씨," 그녀가 그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발음했다. "아까 제가 본 그 문장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실례가 된다면 답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갑충(Ungeziefer)이라는 단어에 완전히 사로잡혔습니다."

토비는 누이의 이런 직설적인 태도에 약간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보통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의 내밀한 글에 대해 그렇게 대놓고 묻지는 않는 법이었다.

"버지니아, 너무 다그치지 마렴. 카프카 씨께서 불편해하실 수도 있잖니."

"아니요, 오빠. 이건 다그치는 게 아니야. 경의의 표현이야." 버지니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저런 문장을 평생 본 적이 없어요. 대부분의 작가들은 인간의 감정을 묘사할 때 슬픔, 고뇌, 절망 같은 추상적인 단어에 의존하죠. 아니면 눈물이나 한숨 같은 진부한 상징을 사용하거나요. 그런데 카프카 씨는 인간이... 갑충으로 변했다고 말해요. 그것은 비유가 아니라, 마치 법의학 보고서처럼 건조하고 명백한 사실처럼 들립니다. 왜 하필 갑충이죠?"

카프카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단어들이 목구멍에서 뒤엉켰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이미지였다고, 아무 의미 없는 공상일 뿐이라고 둘러대야 하는가? 아니, 저 회색 눈은 그런 거짓말을 단번에 간파할 것이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타인에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한 단어 한 단어에 엄청난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선택이 아니라고요?"

"네. 저는 갑충이라는 단어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그 단어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혹은, 그 상태가 이미 제 안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것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적절한 비유를 찾으려 애썼다. "판사가 판결문을 작성할 때, 그는 법전을 바탕으로 논리를 구성합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이나 상상력으로 판결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에게 판결은 이미 존재하는 법의 필연적인 결과일 뿐입니다. 저에게 그 문장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제 내부에서 이미 내려진 판결을 받아 적은 것과 같습니다."

버지니아는 그의 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작가를 창조주가 아니라 기록관으로, 심지어 판결을 집행하는 서기로 보는 관점이라니.

"판결이라... 그렇다면 그레고르 잠자라는 인물은 어떤 죄를 지었기에 그런 끔찍한 형벌을 선고받은 건가요?"

"죄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카프카가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그의 눈은 찻잔의 빈 공간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무 죄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죄일지도 모르지요. 중요한 것은 그가 왜 그런 판결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그 판결 이후의 상태를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토비는 이 대화가 점점 더 기묘하고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며 끼어들었다. 그는 이 우울한 체코 청년을 좀 더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 내고 싶었다.

"카프카 씨, 혹시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십니까? 당신의 이야기에서 라스콜니코프의 죄의식이 느껴지는군요."

카프카는 고개를 저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죄를 짓고 그 죄의 무게에 짓눌려 고뇌합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이유와 결과라는 논리적인 세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세계는... 그런 논리가 부서진 곳입니다. 어느 날 아침, 아무런 이유 없이, 당신은 당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당신이 변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혹은 그것을 끔찍한 수치로 여깁니다. 당신은 당신의 방에 갇히고, 당신의 언어는 더 이상 가족에게조차 통하지 않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갑충의 상태입니다."

바로 그 순간, 버지니아는 무릎을 탁 쳤다.

"알겠어요! 바로 그거예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태!"

그녀는 흥분으로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우리가 쓰는 소설들이 바로 그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요. 디킨스나 졸라 같은 작가들은 인물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묘사하죠. 하지만 그들은 모든 인물들이 서로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가정해요. 편지를 쓰고,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풀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을 오해하고, 또 오해받으며 살아요.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우리 자신조차 우리 내면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카프카를 향해 열정적으로 말했다.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저는 갑충으로 변하는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우리 모두가 매 순간 겪는 내면의 혼돈에 더 관심이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 저는 카프카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동시에 창밖을 지나가는 마차의 바퀴 소리를 듣고 있고, 커피의 쓴맛을 느끼고 있으며, 어젯밤에 읽었던 셸리의 시 한 구절을 떠올리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이 모든 감각과 생각들이 뒤섞여 제 안에서 하나의 거대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죠. 이것이 바로 '진짜' 현실 아닐까요? 소설은 바로 이 의식의 흐름을 포착해야 해요. 인물들이 주고받는 점잖은 대화의 표면 아래에서 요동치는, 이 혼란스럽고 비논리적인 내면의 독백을요!"

카프카는 그녀의 말에 압도당했다. 그는 자신의 어둡고 폐쇄적인 세계에 갇혀 있었다면, 그녀는 그 세계의 문을 활짝 열고 바깥의 모든 혼돈을 끌어안으려는 듯했다. 그의 글쓰기가 '수직적'이라면, 즉 실존의 심연으로 끝없이 파고드는 것이라면, 그녀의 글쓰기는 '수평적'이었다. 즉, 순간에 존재하는 무한한 감각과 의식의 파편들을 펼쳐 보이는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기존의 문학이 그려내지 못했던 '진실'을 드러내는 것.

"하지만..." 카프카가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했다. "그 모든 혼돈을 어떻게 언어로 붙잡을 수 있습니까? 언어는 본질적으로 질서를 부여하는 도구입니다. 비논리적인 흐름에 논리적인 문법의 옷을 입히는 순간, 그 본질은 왜곡되지 않겠습니까? 마치 흐르는 강물을 네모난 유리 상자에 담으려는 시도와 같지 않을까요?"

"훌륭한 지적이에요!" 버지니아가 기쁘게 외쳤다. "바로 그게 우리가 싸워야 할 지점이죠! 그래서 우리는 낡은 언어와 문법을 파괴해야 해요. 문장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이고, 시점은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예고 없이 넘나들고, 때로는 문법을 무시하고 감각의 파편들을 그대로 나열해야 할지도 몰라요. 우리는 독자들이 편안하게 따라올 수 있는 잘 닦인 길을 제공하는 안내인이 아니라, 그들을 미로 속으로 밀어 넣는 공모자가 되어야 해요. 독자 스스로가 그 혼돈 속에서 길을 찾고 의미를 만들어내도록 말이죠."

토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마치 외국어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문학을 사랑했고, 케임브리지에서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했지만, 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그가 아는 문학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에게 문학이란 잘 짜인 플롯, 생생한 인물 묘사, 아름다운 문체, 그리고 도덕적인 교훈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마치 문학이라는 집을 통째로 허물고 그 폐허 위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짓자고 모의하는 혁명가들처럼 보였다.

"두 분의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군요." 토비가 애써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독자들은 무엇을 따라가야 하죠? 모든 것이 혼돈이라면,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바로 '삶' 그 자체를 발견하게 되겠죠." 버지니아가 대답했다.

"아니요." 카프카가 나직이, 그러나 단호하게 반박했다. "우리는 '삶'이 아니라, 삶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미궁'과 그 안에 갇힌 우리의 '소송'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소송(Der Prozess). 그 단어가 카프카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그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소송이라고요? 누가 누구를 고소하는 거죠?"

"알 수 없습니다." 카프카가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으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영문도 모른 채 기소된 피고인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고소한 법정이 어디 있는지도, 우리의 죄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복도를 헤맬 뿐입니다. 그리고 언어는... 그 복도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서류 뭉치와도 같습니다."

그의 말은 카페 안에 기묘한 한기를 몰고 왔다. 토비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갈 말을 찾지 못했다. 버지니아조차 잠시 할 말을 잃고 카프카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은 더 이상 단순한 눈이 아니었다. 그것은 심연 그 자체였다. 그녀는 그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그곳으로 뛰어들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런던의 안락한 응접실에서 지적으로 유희하던 '문학적 실험'이, 이 청년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는 것을. 그녀에게 언어는 해방의 도구였지만, 그에게는 감옥의 벽과도 같았다.

버지니아는 화제를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두면 그가 다시는 입을 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카프카 씨는... 뮌헨에는 어쩐 일로 오셨나요? 여행 중이신가요?"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카프카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심문처럼 들렸다. 그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는 타인에게 설명되고 승인받아야만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머물고 있습니다. 대학 문제 때문에요." 그는 사실을 말하면서도, 마치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눈을 피했다. 아버지의 명령으로 법학을 알아보러 왔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아, 그러시군요. 뮌헨 대학은 좋은 곳이죠." 토비가 반갑게 맞장구를 쳤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저도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대학 행정 절차에 대해서는 조금 압니다."

"감사합니다." 카프카는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대화의 열기는 식고, 어색한 침묵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창밖의 하늘은 이제 막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엷은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카페 안은 저녁 손님들로 더욱 붐비기 시작했고, 소음의 파도는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세 사람이 앉은 이 작은 테이블 주위만은 고요한 섬처럼 느껴졌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버지니아였다. 그녀는 결심한 듯 카프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카프카 씨, 내일 시간 있으신가요?"

토비는 누이의 돌발적인 제안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와 오빠는 내일 오전에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에 갈 예정이에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시지 않겠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강요가 없었다. 그것은 순수한, 그러나 간절한 초대였다. 그녀는 이 기묘하고 심오한 대화를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림 앞에서라면,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카프카는 당황했다. 그는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나가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의 모든 외출은 충동적이었고, 그의 모든 만남은 우연에 기대고 있었다. 계획된 만남은 그에게 또 하나의 의무이자 감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회색 눈이 다시 그를 붙들었다. 그 눈은 그에게 처음으로 그의 언어를 '진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눈빛을 외면하는 것은, 이제 막 발견한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행위와도 같았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망설였다. 그의 내면에서는 수십 개의 목소리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가야 해. 가지 마. 위험해. 기회야.

마침내 그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한 음절의 짧은 대답. 하지만 그 한마디는 프란츠 카프카의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낸 저항이었고, 가장 대담한 모험의 시작이었다. 우연히 시작된 합석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필연의 약속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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