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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 Dec 15. 2022

07. 조금 더 강하게

한국여자의 유러피안 리더십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국적의 회사 동료들에게 저와 이야기하면 참 차분함(Calm)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습니다. 이탈리아 동료는 화는 어떻게 내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말씨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써보지 않았고  부드러움이 저의 브랜딩에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방관할 일이 아니더군요.


이건 회사 밖의 일입니다. 저희 집의 새로 페인트 칠한 벽이 더러워졌어요. 보통 상식으로는 물수건을 사용해 살살 닦으면 된다는데, 제 경험으로 그러면 페인트가 더 벝겨지는 겁니다. 대신 지우개를 쓰면 흔적 없이 얼룩이 사라져요. 그런데 막 더러워진 얼룩을 지적하자마자 청소부가 대뜸 벽에 물걸레 질을 하는 게 아닌가요.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그만! (Stop!)” 그런데 계속 물걸레 질을 하는 게 아닙니까. 아무리 그만하라고 해도 안 듣길래, 남편에게, ‘제발 좀 그만하라고 할 수 있겠냐’, 했죠. 그 일이 다른 사람 하고도 또 있었어요. 그러니 돌이켜 보게 되더군요. ‘왜 내 말을 듣지 않은 걸까?’


물론 그 사람들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특성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내가 그럴 이유를 주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저의 (남의 귀에) 부드럽고 차분한 ‘동작 그만!’ 소리가 그 사람들의 선입관이나 벽 얼룩 = 물걸레라는 오토파일럿을 깰 정도로 강하지 않았을 수 있죠.


언어적 의사소통(Verbal communication)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이 중요하다는 게 정말 느껴졌습니다. 정말 안 되는 상황이라면 팔을 잡고 떼어야겠죠. 거기까지 가기가 아직도 제게는 익숙하지 않은 가 봅니다.    


우리나라의 발성은 보통 입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서양의 발성은 목이나 배에서 나는 소리가 많아요. 그래서 소리도 더 크고, 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발표를 하거나 큰 청중 앞에서라면 우리도 그런 발성을 영어로 하는 게 연습되어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영어를 써도 한국적 발성과 말하기 행태가 나옵니다.


 리더는 사람을 따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강하게, 또는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겠죠. 특히 강하게 말하는 것이 익숙한 서양 사람들 사이에서는 목소리도 더 크게, 빠르게, 그리고  또박또박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의견에 대한 확고함과 관철도 필요합니다. 영어로는 Assertive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며 자신감과 관철력있는 성격을 보여주어 보세요. 회사의 CEO는 아무나 되지 않습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한 CEO는 없어요. 솔직하고 거래에 능숙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할 말을 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아주 능숙한 사람들입니다. 영미권 사람들은 모국어를 더 세련되게, 외교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프랑스 사람들은 어렵고 긴 단어를 사용하기를 좋아하고 창의에 바탕한 논리적 서술에 우수합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자기 의견을 제시하면서부터  타협점을 찾지 않습니다. 우선 ‘내가 100% 맞다’는 가정에서 시작하죠.  


어린 시절부터 어른을 비롯해 또래 친구로부터 까지도 항상 배울 점을 찾고, 혹은 비교를 당하며, 자신을 개선시킬 방향을 찾아야 하는 우리의 교육관에서는 이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좀 위험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더욱 경청과 화합을 우선순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가끔 이의 부작용으로 권위자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함구하거나  “까라면 까야지” 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요.

모든 일이 그렇듯 균형점이 가장 좋겠지요. 경청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생활에서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 한 두 번쯤은 맡아보게 됩니다. 미래도 없어 보이고, 인력의 낭비같이 보이는 프로젝트라고 보인다고 합시다. 그 답은 최선을 다해 해보지 않는 이상 모르겠죠. 이때 “예, 최선을 다해 해보겠습니다”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닙니다.  판단이 선다면 왜 그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달해보세요. 그런 주장으로 누군가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거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의견을 표현하지 않아 아무 의견이 없다고 보이는 것보다 백배 낫습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생활에서 대립은 좋은 것입니다. 그 대립을 통해 여러 요소를 검토하고 더 좋은 결정을 추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소한 예로 얼마 전에 저에게 수요일 아침 8시 반 팀을 모으는 ‘리더 역할’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별 이유는 없고, 그때 아침을 각자 돈으로 사 먹으며 함께 하루를 시작하자는 거였습니다.  전 솔직하게 대부분의 직원들이 수요일에는 집에서 근무를 하는 데다가, 누가 정시보다 일찍 나와서 집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아침을 돈 주고 사 먹으려고 하겠냐고 되물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팀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고 동기가 되지 않는다면 그런 역할은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정답이 어디 있습니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틀려도’ 됩니다. 만약 반대로 회사 차원에서 정말 해봐야 할 것 같은 프로젝트나 사업이 있다면, 밀어붙여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 좋아할 것을 눈치를 봐가며 하지 말고 소신을 따라, 그리고 관철할 수 있을 만큼 관철해가며 일을 해보세요. 권위자나 의사결정권자의 눈치를 봐서 적당히 맞추는 게 먹힐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치로, 원하는 것 만 가져다 바치는 인재는 아래 두고 쓰기 딱 좋은 인재인데, 왜 승진을 시켜주고 싶겠습니까?

모난다고 좋을 건 없어요. 하지만 쉽게 의견을 바꾸고, 우리의 관점을 설명하고 싶지 않아 하고, 우리의 의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리더의 태도가 아닙니다.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을 것인가?’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이야기해보세요. 그렇다고 무조전 우기지 말고, 목적과 중요성에 대해 그리고 듣는 상대방을 파악한 후에 시간을 갖고, 이야기하세요.   


사람이 따르려면 사람과의 관계를 마스터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도 아우를 줄 아는 역량이 있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관철과 경청의 균형을 통해 그 의견을 좁힐 협상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말씨나 표정, 제스처, 눈빛을 통해 전달해야겠죠. 앞서 말한 것처럼, 언어적 의사소통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일치하지 않으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예의와 존중의 문화에서 기반한 ‘넌지시’ 서술 방식 혹은 돌려 말하기는 비교적 단도직입적인 유럽의 문화에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만약 주관의 관철도 나름 하고 있고, 표정과 목소리도 그에 맞다면, 언어 선택에 신경을 써보세요. 상대방이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서술법이나 단어는 따로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괄식 서술법에 익숙한 사람이 있고, 우선 데이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항상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사람한테 설령 같은 콘셉트이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고안’이라고 하는 것보다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을 써서 주장할 때가 대화가 수월하겠죠.


다시 말해 그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법, 대화법, 단어들을 이용해 적용시키면 주장을 관철시키기 더 용이합니다. 반대로 말이 안 통하거나,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토론이 격해진다면, 상대방의 표현법을 사용해서 확인하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말하는 “이노베이션”이라 함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는 게 맞습니까’ 이런 식으로요.

자신과 상대의 차이를 이해하고 동일선에서 대화하는 노력을 해보세요

이렇게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자신과 상대의 특성을 파악해서 그에 맞게 조금 더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관철해보세요. 이미 내면화된 우리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유럽 기업의 리더가 되려면 필요한 자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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