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과 찻잔 가득한 목련

오곡밥과 찻잔 가득한 목련

by 자야

주말에 숲에 들어오니 현관 앞에 종이백이 놓여있다.

메모지와 함께 따뜻하고 묵직한 그릇이 개가 넣어져 있다.

열어보니 밤,대추,은행을 넣은 오곡밥과 토란대, 고사리, 호박고지,취나물, 가지나물이 들어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지내다보니 오늘이 대보름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쳤을텐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는 오곡밥과 나물을 식탁에 올려놓고 숲 사모님한테 감사 톡을 보낸다.


'세상에나~

보름 둥근 마음이 문 앞에 있네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숲의 품에 든 것도 감사한데~~

참 ^^ 넉넉합니다.'


'오셨군요~ ㅎ

열나흘 날 달님도 휘영청 이네요.

이웃이 되어주셔서 저희야말로 넉넉합니다.

편히 쉬셔요~^^'


고소한 오곡밥과 감칠맛 나는 나물로 생각하지 못한 저녁 만찬을 먹으며 밖을 내다보니

정말 하늘에 둥근 달이 휘영청 올라왔고 달빛이 마당 가득 환하다.

이 환한 달빛 아래서 보름맞이를 할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저녁을 먹고 난 후 코끝 시린 찬바람 속에 마당을 한 참 서성댄다.

어릴적 보름날 저녁이면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나와 쥐불을 놓고 불깡통을 돌리느라 온 들이 달빛과 불꽃으로 환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둥근 보름달처럼 마음도 생각도 동글해지는 달밤이다.

여기저기 봄꽃들이 올라오는 날


친구들과 산책 하는 길에 숲 사모님 댁에 잠깐 들린다.

맛있는 오곡밥을 얻어 먹고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감사 인사도 드리고

쥔 어르신댁 마당에서 보이는 뻥 뚫린 바다뷰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화들짝 반기시는 사모님이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잔 하고 가라고 하신다.

거실에 들어서니 가지런한 목련꽃이 정갈한 광목에 가득하다.

아직 목련꽃이 안 피었던데 어떻게 방에서 목련이 피느냐 물었더니

목련꽃차는 꽃이 피기 전에 목련 꽃봉오리를 따서 겉껍질을 벗겨 잎을 펴 말려야 된다고 하신다.

하나씩 잎을 펴는 것이 너무 힘이 부쳐서 올 해는 400개 정도만 만들었다고 한다.



작년에 만들어 둔 목련차가 남았다면서 목련차를 한 잔내주신다.

찻잔 속에 마른 꽃잎 하나가 뜨거운 물을 붓자 천천히 피어난다.

꽃잎맥까지 환히 보이면서 피어나는 목련꽃 한 송이.

우와~우리는 화르르 피는 꽃잎을 보며 감탄한다.

꽃향이 가득하다.

꽃도 피기 전에 찻잔에 피는 목련을 만다다니~

아랫땅 숙향샘이 가져왔다고 호두말이 곶감도 내주신다. 고소하고 달콤하다.

잠깐 인사나 드린다는 것이 호호하하 수다까지 떨다 보니 오후가 쑥 지나간다.

비염, 기침에 좋다며 목련꽃차 한 병을 통으로 안겨주신다.

숲길 따라 돌아오는데 양지에 햇살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전 05화숲의 봄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