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먹던 음식의 조합이 이상하게 느껴지곤 한다.
고구마에 김치를 올려 먹는 걸 본 후로 든 생각이다.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조금 느끼한, 그러니까... 뭉둥뭉둥한 맛의 고구마. 그 위에 쨍쨍한 김치라니. 이상하단 말이지. 동시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도 이상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고구마를 삶아 껍질까지 까주면, 심지어 김치까지 한 줄기 감아올려주면, 아기새처럼 입만 턱턱 벌려 뺏어먹던 나였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 : 고구마와 김치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서로의 부족한 맛을 채워줘. 맵고 짜고 달고 시고 고소하고 감칠 나. 육각형 인재 아니냐며~
하지만 나는 변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이 조합을 더 이상은 먹기가 싫다.
고구마를 먹을 때 입 안이 오롯이 뭉둥뭉둥 했으면 좋겠어.
이뿐이 아니다.
짜장면+단무지, 냉면+만두, 아메리카노+스콘, 딸기+초콜릿케이크, 찜닭+감자, 소고기+와사비, 파전+초장, 삼겹살+쌈장, 등등...
각각 따로 먹는 게 훨씬 맛있다. 본연의 맛을 즐기게 된 걸까.
이거 진짜 나이 들었다는 거 아니야? 글쎄. 햄버거에 동치미를 드시던 할머니가 떠올랐으므로 기각.
확실한 건 더 이상 나는 육각형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뾰족한 인재를 좋아하는 나. 혹시 육각형 인재를 좋아하던 이전의 나를 밀어내고 새로운 내가 자리를 차지한 걸까.
그때의 나는 죽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함 덩어리인 크림파스타는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다. 휴, 다행. 나는 아직 남아있다.
남아있는 나를 더 뒤적여본다.
카레라이스를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나,
라면에 계란을 두 개나 풀어 먹는 걸 좋아하는 나,
엄마표 무생채 하나면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수 있는 나,
양념치킨보다 후라이드치킨에 양념을 찍어먹는 걸 더 좋아하는 나,
새로운 나보다 여전한 내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