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더니 정수리에 꽃이 피었다면?

by 초름

아 맛있습니다.

아침에 먹은 도넛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요.

원래 오늘은 최근에 본 새드엔딩 드라마에 대한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도넛으로 기분이 한껏 좋아진 이상 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비 내리는 운치 있는 어느 날에 쓰기로 마음을 먹고, 오늘은 질문 하나를 드릴게요.


'만약 그대가 눈을 떴는데, 정수리에 해바라기 꽃이 피어있다면?'


제 주변에는 정말 바쁜 친구가 있어요.

일이 많아서? 친구가 많아서? 아니요. 머릿 속이요.

머릿속에서 항상 신기한 생각을 하느라 너무너무 바빠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친구를 놓칠 수 없어요.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요놈의 생각보따리를 훔쳐와야 하거든요.


어제는 집에 가는데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너 만약에 자고 일어났는데 정수리에 해바라기 꽃이 피었어. 그럼 어떻게 할래?"


... 뭘... 뭐가 생겨?

해바라기가 왜 정수리에... ㅇ... 왜?


친구는 지가 물어봐놓고 본인의 상상바다에 홀랑 빠져버렸습니다.

"나는 말이야. 바로 밖으로 나갈 거야. 광합성을 하면 배가 부른지, 갈증이 해소되는지 확인해 볼 거야.

해바라기라면 해가 있는 쪽으로 꽃이 돌아갈 텐데, 내 머리도 함께 돌아갈까?"


이런 애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같은 인간이라고 다 같은 종족이 아니구나. 어쩌면 우리는 다른 개체가 아닐까.


내 머리에 해바라기라...

하필 크디큰 해바라기라니... 머리보다 클 수도 있겠네요.

해바라기도 제 신체의 일부니까 윗머리라고 치면 키가 훌쩍 큰 것이네요? 아싸.

아랫머리는 어떻게 감지요? 아랫머리 감다가 윗머리 꽃잎이 다 떨어질 것 같은데. 샴푸 성분도 안 좋아서 다 마셔버리고 시들까 봐 걱정인걸요.


그런데 저는 해바라기보다는 딸기가 더 좋겠습니다. 딸기를 좋아하거든요.

사실 수박도 좋아하는데요, 수박은 목이 너무 아플 것 같습니다.

봄에 싹이 나면 열심히 머리도 감고 햇빛도 쬐어주면서 딸기꽃을 기다립니다.

딸기꽃이 피고, 이내 열매가 방울방울 맺히겠지요.

딸기는 여름에 수확한다고 해요.

일 하다가, 놀러 갔다가, 운동 중에 힘들 때 하나씩 따먹으면 얼마나 달콤할까요.

저는 무농약 유기농 딸기를 자랑하며 주위에 한 입씩 권하기도 할 것이에요.

여름에 모쪼록 인기가 많겠습니다.

바쁘다고 딸기를 먹지 않으면 아랫머리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제철에 맞추어 열심히 먹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가을과 겨울은 쓸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살이 빠졌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어요.

늘 아랫머리 위를 동동 떠다니는 딸기열매들이 없으면 허전한 마음에 비닐하우스모자를 만들어 딸기를 한번 더 만나볼지도 모르겠어요.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달콤하고, 일석이조!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아주 좋겠습니다.


밤새 고민을 한 후, 또 다른 친구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친구는 매우 현실적인 친구예요.

본인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고 하는데, 제가 듣기에는 상상이라기보다는... 뭐랄까요. 예를 들면 말이죠.

친구가 하는 상상의 종류로는 20평짜리 집에 사는 신혼부부는 화장실이 두 개인 게 좋을까 하나인 게 좋을까? 라거나 남동향과 남서향 중에서는 뭐가 나을까? 매운 라면을 먹을까 순한 라면을 먹을까? 등이 있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너 만약 자고 일어났는데 정수리에 꽃이 피어있으면 어떻게 할래?"


그 친구의 답변은 저를 기절시켰습니다.


"...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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