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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Dec 14. 2022

머 해 먹고 사세요?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이 캐나다에 와서 참 많이 듣는 영어 문장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저 태평양 건너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곳까지 꾸역꾸역 기어들어온

이 사람이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이다.


뜻대로 해석을 하자면야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거 겠지만.

딱히 직업이라고 할 것 없이 아내에게 빌붙어 있는 처지에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질문이다.


타국 생활 처음에는 지기 싫은 마음에 왕년에 내가 말이야~로 시작하는

대한민국 중년들의 "꼰대"법으로 시작했다가 되지도 않은 영어로 중간에

말문이 막혀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바보한테 너 바보니?라고 묻는 것처럼 무례한 것이 없다.

더군다나 이 타국 땅에서 직업이 딱히 없는 나에게 직업이 무어냐 묻는다는 건

나로서는 엄청 화나는 말이다.


그랬다.

자격지심. 딱 그거였다.


한국에서야 이곳 캐나다에 넘어와 있다고 하면

소위 "돈"이 넘쳐나서 왔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일을 해요!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내가 "비즈니스"를 합니다. 이렇게 있어 보이게 이야기하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라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대서양과 록키산맥의 웅장함을 즐기며 사는

소위 말하는 "사람답게 사는 사람" "부러운 사람"이 된다.


그래서 캐나다의 직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그리고 묻는다고 해도 과히 나. . 지. 않. 다.


그래서 애써 피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 캐나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질문에는

성적표 나온 날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놀이터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코찔찔이 초등학생이  되어버린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까지 왔건만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자의 슬픔이란.

생각보다 훨씬 아프다.


캐나다 친구인 브라이언에게 이 외국인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서양식 농담하나 들려준다.

이렇게 대답해.


Oxigen!


당당하게 얘기해 친구야!


"간단"하잖아!


맙소사 이런 한국식 농담이 통한다고?

이런 "아재 개그"가?


영어 질문의 문장을 있는 그대로

"기 위해 너는 무엇을 하니"로 직역해서 "숨쉬"고 산다로 대답하라 는 거다.


안 되는 영어가 절로 나온다 "오 마이 가드!"


그때부터 누군가 이곳에서 하는 직업을 물어볼 때 항상 나는 큰소리로 억지로 웃으며 화답한다


"숨 쉬고 살아. 산소!"

"OXIGEN!"


하지만 나에게 이 얘기를 듣는 캐네디언들이여 당신들은 아는가?


"숨"은 쉬고 있음에 안도하고

"숨"도 쉬고 있음에 놀라워하고

"숨"이라도 쉬는 것에 감사한 이 사람의 마음을.







매거진의 이전글 "하버드대학교"에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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