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시 수첩을 꺼냈다. 이틀 전 본인이 무슨 운동을 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항상 운동을 하기 전 그날 어떤 운동을 하는지 기록해놓았다.
"저번에 상체를 했으니 이번엔 하체를 해볼까."
상체를 한 다음 날은 하체를 했다. 그리고 운동 마지막에는 항상 유산소를 했다. 운동은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카와의 약속으로 그에게 허락된 운동 시간은 1시간밖에 없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이었다. 그는 바로 근력 운동에 들어갔다.
한참 운동을 하던 중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고 그건 그가 1시간 전 울리도록 알람을 맞춰놓은 것이었다.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조카를 만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었다.
약속 장소인 카페에서 신선한 원두의 향이 났다. 카페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은 그가 사람들과 약속을 잡을 때 자주 사용하는 곳이었다.
커피를 시켜놓고 앉아서 조카를 기다렸다. 시계를 보니 2시 50분이었다. 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웃음이 지어졌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만족감에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시켜놓은 아메리카노를 조금 들이마시며 느긋하게 조카를 기다렸다.
하지만 느긋했던 것은 잠시 분위기는 금방 변해버렸다. 손가락으로 탁탁 테이블을 치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연거푸 바라보았다. 시간은 3시 10분이 되어있었다.
" 태오 삼촌~~~!"
멀리서 그를 부르는 조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표정을 가다듬고 얼굴을 피며 조카를 맞이했다. 조카가 가까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포옹을 하며 인사했다.
"삼촌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래 그동안 잘 지냈지. 너는 잘 지냈어?"
"저도 잘 지냈죠~!
"다들 잘 지내고?"
"그럼요~~!"
인사를 끝내고 각자 자리를 잡고 의자에 앉으려 했다. 자리에 앉으면서 조카는 삼촌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삼촌.. 저기..."
태오는 조카가 무슨 말을 할지 속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저 일자리 하나 주시면 안 돼요? 아니면 돈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생활비가 다 떨어져서..!"
조카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태오는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번에 내가 뭐라고 했지?"
조카는 우물쭈물 거리며.. 고민하다가 말을 떼었다.
"돈을 벌면 저축할 돈과 구분하여 지출을 하라고요. 그리고 돈에 대한 공부도 좀..."
그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그래. 돈을 벌었을 때 사용할 돈과 저축할 돈을 구분하라고 했잖아. 그리고 투자하는 것도 공부를 하라고... 그래야 돈이 다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네 주머니에 남아 점점 불어날 거라고 했잖아."
조카는 듣기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삼촌은 직업이 트레이 더니까 그런 공부들이 쉬우시겠지만, 저는 직업도 다르고 경제공부 자체가 어렵다고요..."
조카는 정말 억울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태오는 조카의 표정을 보더니 잠시 고민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조카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그래. 알았다. 마침 옆에서 내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는 데, 네가 날 좀 도와주는 게 어때? 그러면 네가 말한 돈 벌 일자리를 구하는 게 되는 건데."
사실 이 일을 제안한 목적은 그에게 돈에 대한 공부를 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공부보다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조카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정말요? 너무 좋아요!"
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면 내가 나중에 또 연락할게. 같이 시작할 날짜를 한번 정해보자!"
조카는 네! 라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벗어 둔 외투를 집어 들었는데, 그때 그의 주머니 속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오는 칠칠치 못하게라고 중얼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집어 들었다.
"이게 뭐냐?"
그 종이는 명함 사이즈였는데 명함은 아니었다. 숲의 그림이 프린팅 되어 있었고 가운데엔 카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간단한 멘트와 밑에는 그 카페의 주소가 적혀있었다.
'어서 오세요. 숲의 카페에'
카페를 홍보하는 방법치고 꽤나 신선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 그거 한 이틀 전인가 카페 전시장에 갔었는데 거기에 홍보용으로 있었어요..! 보통은 홍보하기 위해 부스에 적어도 한 명은 있는 데 거긴 부스만 있더라고요. 왜 빈 부스만 있지 하고 가까이 가보니까 그게 있어서... 신기해서 하나 챙겨 와 봤어요."
태오는 그런 이유로 챙겨 오는 너도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삼촌 드릴게요! 가지세요!"
조카는 옷을 다 챙겨 입고 카페 밖으로 나섰다.
'어서 오세요.. 숲의 카페라...'
태오는 종이에 그려진 카페의 그림을 살펴보았다.
'안 그래도 잠시 요즘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한번 가볼까...'
그는 바로 수첩을 펼치고 언제 카페에 방문하면 좋을지 날짜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