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선물 피정
더운 여름, 통증은 더 깊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단 피정의 길을 택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시집 한 구절을 읽는 것이었다.
바다의 선물 피정에서 이해인 수녀님을 만났다. 그분의 시 낭송은 내 안의 아픔을 다정히 쓰다듬어주었다.
갈 곳이 멀더라도
잠시 쉬어가렴
사랑하는 나비야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수녀, 나비에게 중에서
시 한 구절이 내게 숨 한 번 돌릴 여백을 허락해 준 시간이었다. 아픔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나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시간.
순례길을 천천히 걸으며 잠시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