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늘 일기 18화

반달을 머금는 밤

2023. 09. 22.

by 다이안 D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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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라면 다 좋아하곤 하지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손톱달 같이 얄쌍한 달모양이다. 그 얇은 달 모양이 어딘가 애처로울 때도 있고, 때로는 몽환적으로 보일 때가 있어 모양 자체에 깃든 감성을 좋아한다. 초승달과 그믐달은 그렇게 모양만으로도 나의 눈길을 사로잡고,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상현달과 하현달은 늘 스쳐가는 달이었다. 반달은 종종 밝은 하늘에서도 볼 수 있는 달이라서, 그런 반달을 평범하고 흔한 달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나는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라 그동안 수없이 많은 반달을 볼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하늘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제법 해가 짧아져 금세 깜깜해진 밤하늘이었다. 구름의 흔적도 없이 검정만이 가득한 그런 매끈한 도화지 같은 하늘에, 유독 밝게 빛나는 반조각의 달이 있었다. 그냥 형광등처럼 하얗게 밝았다면 또 스치는 옷깃처럼 지나갔을 텐데, 나트륨등처럼 따뜻한 노란색을 머금은 너의 달빛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눈길이 갔고, 마음이 갔다.


취향이 확고하면 종종 다른 것들의 매력을 놓칠 때가 있다. 결승선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하나만을 좇다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뜻밖의 매력을 놓칠 때가 있다. 그동안 내가 놓친 것들은 얼마나 많을까.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가만히 서서 조금은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너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오늘만큼은 마음 가득 반달을 머금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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