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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여름 내내 너의 향기에 취해 있던 나는
너의 낙화(落花)를 견딜 수 없었다.
흠뻑 젖은 레몬그라스
톡 쏘는 아릿한 시트러스
시고 떫은 너의 입술
나는 너에게 기대지 못할 봄이었나
분분히 너는 떠나갔다.
순순히 나는 남겨졌다.
*오소록ㅎ•l 아득해진 너는 호수였다.
나는 *오물락히 너에게 잠기었다.
서늘하게 끼얹어진 너의 몸
질식할 듯 밀려온 파도 같은 너의 *숨비소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나는 너에게 소란스런 바람이었나
쓸쓸하고 서글픈 가을,
너가 없는 계절을 나는 황망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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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소록ㅎ•ㅣ : (제주어)으슥하다, 고요하다
* 오물락히 : (제주어)물 따위에 갑자기 잠겨 사라지는 모양
* 숨비소리 : (제주어)해녀가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