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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2024

by 고은세 Mar 17. 2024

여름 내내 너의 향기에 취해 있던 나는

너의 낙화(落花)를 견딜 수 없었다.


흠뻑 젖은 레몬그라스

톡 쏘는 아릿한 시트러스

시고 떫은 너의 입술

나는 너에게 기대지 못할 봄이었나


분분히 너는 떠나갔다.

순순히 나는 남겨졌다.

*오소록ㅎ•l  아득해진 너는 호수였다.

나는 *오물락히 너에게 잠기었다.


서늘하게 끼얹어진 너의 몸

질식할 듯 밀려온 파도 같은 너의 *숨비소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나는 너에게 소란스런 바람이었나


쓸쓸하고 서글픈 가을,

너가 없는 계절을 나는 황망히 살아간다.


--


* 오소록ㅎ•ㅣ : (제주어)으슥하다, 고요하다

* 오물락히 : (제주어)물 따위에 갑자기 잠겨 사라지는 모양

* 숨비소리 : (제주어)해녀가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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