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뛰어든 부여. 숲과 흙, 강은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활기차고 즐거웠다. 양송이, 표고, 무화과, 방울토마토 농장의 문을 열었을 때 훅 느껴지던 서로 다른 촉감의 진한 흙냄새, 나무 냄새, 풀 냄새. 그 냄새를 나는 주방을 떠나는 날까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 마주하는 마을, 만져본 적 없는 질감의 흙, 다뤄본 적 없는 뿌리채소와 열매.
마땅히 새로운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재료에 대한 한 줌의 지식이 얼마나 얕은가. 요리사로서 맛이 없는 요리는 내는 것은 무엇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타성에 젖어 시들고 익숙한 요리를 내는 것은 예술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만 매일 칼과 도마를 손에 잡지 못하는 날들을 보내며,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요리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긴긴밤 몹시도 고민했다.
칼질을 한 번 더 하고, 손으로 한 번 더 다듬었다. 지난날들에 부족했다 느낀 만큼 오늘 더 접시 위의 요리에 몰입했다. 숱한 화가들이 그들의 그림을 대할 때 그러했던 것처럼 진심으로 접시 위의 맛과 향, 색과 질감의 어울리는 조화를 이루고 형태와 색채에 있어서 더 이상 손댈 곳이 없는 요리를 내고 싶었다.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경험을 만들고 싶다. 미세한 고동이나마 그들의 기억에 닿고 싶다. 따뜻하고 아련한 자국을 남기고 싶다
내일, 또 한 번의 팝업. 식탁에 앉을 사람들에게 우리가 주고 싶은 것은 우리가 만나고 느낀 그대로의 부여다. 풍성한 환대, 벅찬 활기. 코 끝을 진하게 울리던 숲과 나무, 버섯 냄새, 파도처럼 밀려오던 무화과의 달콤한 맛, 사과대추의 풋풋한 가을 질감. 우리가 한껏 담아 온 부여를 소중하게 접시 위에 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