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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맨 스탠딩: 마감 끝장전

by 레잇 블루머



작전 보고서: 배-250810-001

작전명: 마감 끝장전

작전구역: ○○마트 배송 전선

작전일자: 2025년 8월 10일

기록자: 코드네임 ‘느림보’



18:25 - 기류 변화 감지


전선의 공기가 바뀐다.

각지에서 철수 준비를 마친

정규직 배송기사 형님들이

마트 주차장에 하나둘씩 정박.


“마감은 느림보지 뭐.”

“그치. 걘 집도 가깝잖아.”

“어차피 한 건이라도 더 하고 싶어 할걸?”


공식 명령은 아직이다.

그러나 공감대만큼은 강력했다.


기억하자.

퇴근 때는 아군도 적군으로 변할 수 있다.


나도 집에 가고 싶단 말이다.



18:42 - 고립 확인


진입 가능 타이밍에,

타 지입기사들 절묘하게 한 박자 늦게 슬금슬금 등장.

전술적 의도? 확신할 수 없음.


결과부터 말하자면,

단독 투입 확정.


작전명: 혼자 남기

임무명: 다 치우기


주변 병력 반응은 아래와 같음.


“느림보는 노(no)가 없어서 좋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아."


지원 없음.

관심 없음.

격려만 있음.



18:50 - 아군 전력 현황


마트 차량: 모두 철수

작업대: 청소 완료

카트: 가지런히 주차

동료 기사들: 사라짐

주변 공기: 조용함

내 상태: 존재함



19:00 - 최종 명령 수신


한쪽에서 들려오는 배송팀장님 목소리 확인.


“마감 다섯 건 더 있는데... 느림보가 고생 좀 하겠네.”


명령 거부 시 발생 가능한 리스크 예측.


책잡힐 위험.

수익 감소.


검토 결과 전선 유지 결정.

퇴근 딜레이 강제 승인.

느림보, 최종 라운드 투입.


마지막 수송 출발 직전,


"잠깐! 한 건 더 나왔어!"


한 건인데 왜 토마토가 20박스인 건가.



20:19 - 작전 종료


모든 배송 완료.

오늘도 라스트 맨 스탠딩.

이 전선에서 끝까지 버틴 자는 단 한 명이었다.


내일도 작전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마 또 남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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