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의 공기가 바뀐다.
각지에서 철수 준비를 마친
정규직 배송기사 형님들이
마트 주차장에 하나둘씩 정박.
“마감은 느림보지 뭐.”
“그치. 걘 집도 가깝잖아.”
“어차피 한 건이라도 더 하고 싶어 할걸?”
공식 명령은 아직이다.
그러나 공감대만큼은 강력했다.
기억하자.
퇴근 때는 아군도 적군으로 변할 수 있다.
나도 집에 가고 싶단 말이다.
진입 가능 타이밍에,
타 지입기사들 절묘하게 한 박자 늦게 슬금슬금 등장.
전술적 의도? 확신할 수 없음.
결과부터 말하자면,
단독 투입 확정.
작전명: 혼자 남기
임무명: 다 치우기
주변 병력 반응은 아래와 같음.
“느림보는 노(no)가 없어서 좋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아."
지원 없음.
관심 없음.
격려만 있음.
마트 차량: 모두 철수
작업대: 청소 완료
카트: 가지런히 주차
동료 기사들: 사라짐
주변 공기: 조용함
내 상태: 존재함
한쪽에서 들려오는 배송팀장님 목소리 확인.
“마감 다섯 건 더 있는데... 느림보가 고생 좀 하겠네.”
명령 거부 시 발생 가능한 리스크 예측.
책잡힐 위험.
수익 감소.
검토 결과 전선 유지 결정.
퇴근 딜레이 강제 승인.
느림보, 최종 라운드 투입.
마지막 수송 출발 직전,
"잠깐! 한 건 더 나왔어!"
한 건인데 왜 토마토가 20박스인 건가.
모든 배송 완료.
오늘도 라스트 맨 스탠딩.
이 전선에서 끝까지 버틴 자는 단 한 명이었다.
내일도 작전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마 또 남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