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생은 안 아프게 해주세요.”

by 다몽 박작까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코로나를 잘 피해 갔던 우리 집.

그런데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보다.


갑자기 둘째가 새벽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39도의 고열.

6살인 아들은 그 전날까지도

쌩쌩했기에 갑작스러웠다.

잔병치레 없던 아들이라

아파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 진단 키트를 해보니 ‘양성’.

시뻘건 불덩이가 되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6살 아들.

걱정되는 마음으로 첫째인 9살 아들과 함께 자주 가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갔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둘째가 코로나 양성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확진을 위해 신속 항원으로 검사를 한 번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둘째는 집에서 검사하며 코를 쑤셨기에 검사하기 싫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만 참자며 어르고 달래보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겁먹은 둘째를 보시고

첫째에게 먼저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평소 우리 첫째는 둘째보다 더 겁이 많다.

기질도 겁이 많고 여린 아이다. 무서운 것도 많아 울보였다.

어릴 적 A형 독감에 호되게 앓았는데 그 이후 독감 주사도 매년 힘들게 맞던 아이였다.

진퇴양난으로 둘 다 힘들게 검사받겠다 싶었다.

눈을 질끈 감으며 둘째를 안았다.


첫째는 어쩔 수 없이 혼자 검사실로 들어갔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첫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사 선생님께 하는 말이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동생은 안 아프게 검사해주세요.”



분명 자신도 검사하기 싫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검사를 하는 차례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선생님께 건넨 말이 동생은 안 아프게 검사해달라고 말한 것이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의사 선생님도 잘못 들으셨는지 “뭐라고?”라고 물어보셨다.

첫째는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 동생 환이는 안 아프게 검사해주세요”



그 얘기를 들으신 의사 선생님은 웃으며

“그럼 너는 아프게 검사해도 돼?”라며 얘기하셨다.

첫째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만감이 교차했다.

우선 첫째가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예뻤다.

자신도 겁나는 상황에서 용기 내어 말한 것이 기특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둘째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둘째한테 “눈 딱 감고 한 번만 해보자.”라고 말했던 것과는 너무 비교가 되었다.


‘형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

검사하기 싫어하고 있던 둘째도 용기를 내서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나오려고 할 때였다.

기다리고 있던 첫째 에게 집에 가자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그런데 첫째는 뒤돌아서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없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또르륵 흘리고 있는 아이.

검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팠나 보다.

평소라면 아프다고 큰 소리로 울었을것이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며

울지 않고 꾹 참고 있다가 조용히 울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어쩐지 짠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또 한 번 동생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첫째 아이의 따뜻한 마음씨와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서 검사를 잘 받고 마음이 훈훈해져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날 이후 형제의 애틋한 얘기는 또 써볼 예정이다)





때로는 아이의 작은 행동, 말 한마디가 어른보다 나을 때가 있다.

아이보다 거의 30년 가까이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배울 점이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어른으로서 단시간 내에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아이처럼 생각하되 어른스러운 어른은 될 수는 없는 걸까?

아니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아이처럼 생각하는 어른스러운 어른.



woman-1866081__340.jpg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메인사진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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