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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Sep 04. 2023

"자전거 타면서 웃음꽃 피우고 싶어."

아이만이 쓰는 말투가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디서 들은 걸까? 하며 다시 되새기게 되는 말들이 있다. 그런 표현을 지나칠 수가 없다. 잊어버릴까 싶어 메모장에 바로 적어 놓는다. 아이의 말에 관심 없는 남편에게 쪼르르 전한다. (전해도 감흥이 없어 얘기한 나만 이상해지기도 하지만;)


이런 사소함에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아이의 말 한마디와 아이와의 추억이 담긴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아무도 그런 글에는 관심이 없다며, 다른 주제를 찾으라고 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또 쓰면 어떤가. 내가 쓰고 싶어서 기록하고 싶어서 쓰는 건데. 누가 뭐라 한다고.

써야 할 것 같은 주제 말고 쓰고 싶은 주제를 쓰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마음이 편하다. 어차피 내가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창작의 고통까지 느낄 필요가 있나 싶다.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아이의 순수한 말들에 오늘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아들 둘이 다 착하다. 너무 착해서 사춘기가 겁이 날 정도다. 첫째 아들도 말을 예쁘게 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7살인 둘째가 말을 귀엽게 한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엄마 따라 아이들도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오늘은 큰 백팩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실어 자전거를 타고 갈 예정이다. 빨리 가고 싶지만, 할 일이 많다. 빨래도 널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서둘러하고 있는데, 아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 빨리 자전거 타면서 같이 웃음꽃 피우고 싶어."


그 말이 계속 맴돌아 서둘러하면서도 기분 좋았다. '웃음꽃 피우다. '라는 말을 읽는 게 아니라 들으니 색달랐다. 아이에게는 함께 자전거 탔던 시간들이 웃음꽃 피우는 시간들로 기억되었나 보다. 빨리 가자고 징징되거나 재촉하지 않고 이렇게 기분 좋게 얘기할 수 있다니. 너무 감사했다.




하루는 배 아프다고 얘기하니, 둘째가 화장실에 가라고 한다. 화장실에 앉아 있었는데도 배 아프다고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


"엄마 숨참고 엉덩이까지 내려서 힘을 주면 똥이 잘 나올 거야. 그렇게 해봐. 알았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별 말 아닌데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은 엄마는 오늘도 메모장을 펼친다. 아이의 작은 말 한마디도, 내게는 특별하게 다가오니까.


오늘도 뜬금없이 "엄마, 사랑해~"라고 얘기하며 달려와 안아주는 귀염둥이 둘째. (이러니, 반할 수밖에)


"엄마가 더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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