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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Jul 08. 2023

꽃을 선물해 주는 남자


우리 집에는 꽃을 선물해 주는 남자가 산다.  


꽃만 보면 내 생각을 하는 남자. 

꽃만 보면 선물해 주고 싶어 하는 남자. 

새로운 예쁜 꽃을 보면 또 선물해주고 싶어 하는 남자. 

나를 지극히 온 마음 다해 사랑해 주는 남자. 


정말이지. 결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전생에도 나랑 천생연분이었을까?








오늘도 그 남자는 아침부터 꽃을 선물한다. 하얀색, 분홍색, 노란색, 빨간색 등 꽃 색깔도 다양하다. 하루에 열두 번도 꽃을 선물해 줄 것 같은 이 남자는 바로 우리 '첫째 아들'이다. 아들은 10살이다. 언젠가부터 꽃을 선물해 주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6살부터였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그때쯤인 것 같다.


아들 : "엄마! 생일인데 뭐 갖고 싶어? 반지? 보석? 예쁜 구두? 치마?

엄마 : 엄마는 그런 것 보다 꽃 좋아해. 꽃이랑 편지 좋아해.

아들 : 그래? 그럼 내가 줄 수 있겠다.






이때부터였다. 내 생일 선물을 챙겨 주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예쁜 꽃을 하나씩 꺾어 선물할  때마다 어찌나 귀여운지, 함박웃음을 짓게 되었다.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본 아들은 그 미소를 보고 싶어 꽃만 보면 엄마를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꽃잎들 오래오래 보고 싶어 그릇에 물을 넣어 담아 놓는다. 그럼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그 꽃잎의 알록달록한 색깔과 모양이 유지된다.  그 물도 하루에  한 번 물을 갈아주면 조금 더 유지되는 것 같다. 꽃을 가져올 때마다 꽃을 물에 동동 띄어 놓아 설거지하는 곳 선반에 올려둔다. 그럼 하기 싫고 귀찮은 설거지를 할 때마다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설거지하게 된다.  




하루는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 지났는데 오지 않았다. 놀고 들어오는 건가. 친구를 만나서 잠깐 얘기하는 건가. 하며 기다렸다. 10분, 20분 이 지나 50분이 지나자 점점 불안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보려고 하던 찰나에,  아이가 집에 들어왔다.


아이는 양손을 뒤로한 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 걱정하고 불안했던 마음도 잊고 아이의 환한 미소에 무장해제 되었다. 아이 표정만 보아도 꽃일 것 같다고 예상했지만 모른 척하고 물어보았다.


엄마 : 뒤에 감추고 있는 거 뭐야?

아들 : 엄마, 눈 감아봐. 선물이 있어.





눈 감고 기다리니, 짠 하면서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은 장미꽃이었다. 그런데 그냥 꽃만 준 것이 아니었다. 재활용하는 곳에서 플라스틱 통을 찾아 거기에 물을 담고 장미꽃 6송이를 동동 띄어서 주었다.


아이에게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에 대해 물었다. 처음에는 장미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에서 예쁜 장미꽃을 따려고 시간이 걸렸단다. 아이는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신중하게 골랐다. 그리고는 너무 많은 것 같아 통에 담아 가려고 했는데 시들 것 같아 물을 담았다. 항상 가져온 꽃을 물에 띄어 놓으니 그것도 생각한 거였다. 플라스틱 통도 깨끗이 물로 씻어서 담았단다.


꽃을 받고 후일담을 듣는 내내 그 과정이 그려지고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뻤다. 동동 떠있는 꽃들 따라 내 마음도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하루는 예쁜 비누장미꽃을 가져왔다. 이 꽃은 학교 도서관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통해 받아왔단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꽃을 하나씩 다 주었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가 이 꽃을 받고 싶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이 꽃을 받으려면 책 겉표지 꾸미기를 예쁘게 해서 완성해야 한단다. 앞표지, 뒤표지, 책 등까지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꽃을 주지 않으신다고 했다. 첫날은 완성을 다 못해 꽃을 받지 못했다. 아이는 평소 소근육이 느려 글씨를 오래 쓰는 거 힘들어하고 색칠도 팔 아프다며 대충 한다. 그런데 그 꽃을 받고 싶어 다음날 또 도전했다. 어제는 홀수반, 오늘은 짝수반이라 안 되는 거였는데 사서 선생님께 사정사정해서 도전할 수 있게 부탁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하고 꽃을 받아 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얘기하는 아이의 눈에는 엄마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이 담겨있었다. 아이는 그렇게 어렵게 받은 꽃 망가질까 봐 애지중지했다.


아들 : "엄마. 비누꽃이라 햇빛에 녹아버릴까 봐, 합기도에서도 잘 보관하고 합기도차 내리자마자 뛰어왔어."

엄마 : "우리 아들 최고야. 너무너무 고마워. 사랑해."





아내를 위해 이벤트 하는 남편들 보면 부러웠는데, 그런 남편 하나 부럽지 않다. 내게는 진심이 듬뿍 담긴 이벤트쟁이. 귀염둥이. 사랑둥이 우리 아들이 있으니까. 꽃을 주고 싶어 하는 우리 아들. 오랫동안 그 모습 보고 싶다.




"엄마, 이 하트 꽃잎처럼 의현이가 언제나 엄마 사랑하는 거 잊지 마. "


2023.05.17 의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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